소설책

<모래톱이야기> 김정한 – 삶과 죽음의 물의 이미지

북스톰 2023. 11. 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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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이야기> 김정한 삶과 죽음의 물의 이미지

 

 

이야기의 대강 줄거리

     이 소설의 스토리는 화자인 나가 20년 전 알았던 건우와 조마이섬에 살던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중학교 교사였던 나는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지각한 일을 계기로 조마이섬에서 통학하던 건우를 눈여겨보게 된다. 건우네 집에 가정 방문을 간 화자는 서술화자의 아버지는 6·25 전쟁에서 전사하고 삼촌은 삼치잡이를 나갔다가 죽어서, 어부인 할아버지 갈밭새 영감의 벌이로 생계를 유지하며 사는 건우네 사정을 알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전쟁 때 육군 특무대 감옥에서 만났던 윤춘삼 씨를 만나 갈밭새 영감을 소개받고, 그들에게 조마이섬의 내력과 섬 주민들의 애환을 듣는다. 그해 처서 무렵 홍수가 나고, 유력자가 쌓아 놓은 엉터리 둑 때문에 섬은 위기에 처한다. 주민들은 섬이 더 위험해지기 전에 둑을 허물려고 하는데 유력자의 앞잡이가 나타나 이를 방해한다. 화가 난 갈밭새 영감은 그중 한 명을 탁류에 던지고 경찰에 끌려간다. 폭풍우가 끝난 뒤 조마이섬을 군대가 정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작품에 나타나는 물의 상징성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물의 상징성을 중요시하는 것은 현실의 예술로의 반영과 소설형상화의 미학을 별개시하기 위함이다. 이 글에서는 작품의 내적 구조를 상징구조로 상정한 바, 이 작품의 물의 상징성은 그 구조를 부분과 전체를 포괄한다. 부분적인 상징구조를 살피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역사적 의미를 보면 사건의 배경인 낙동강하구의 윤중도, 조마이섬은 소위 새 시대 새 식민지 터닦이의 희생물이 된 셈이었다. 낙동강에 관련된 이러한 내력을 잘 알고 있는 나는 해방 후에도 이에 대한 관심을 안 가질 도리가 없었다. 일인이 떠나고 국유재산이 된 낙동강유역의 많은 땅들이 소작인 이외의 소위 유력자들의 소유로 넘어갔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사실 그런 예가 없지 않았다 그리고 일제 때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 독립지사들과 민중을 괴롭히던 사람들이 버젓이 국회의원도 되고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낙동강이라는 물의 상징성은 역사성 속에 부정적 요소를 포함하며 계속 체제에 소외당하는 요소가 삶의 근원성과 병존하고 있다.

    둘째, 죽음의 상징성이다. 조마이섬은 평소에도 둑을 만들어 물을 막아야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강물이 휩쓸어 버리면 삶의 터전은 사라진다. 또한 건우의 삼촌은 원양어업 중에 사모아섬 부근에서 익사했다. 이 죽음의 이미지는 작품에서 체제와 맞서는 힘을 배태시킨다. 갈밭새 영감의 행위는 패배적인 죽음을 거부하고 체제에 대결하는 의미를 획득한다. 체제와 결탁한 유력자는 섬의 한 쪽 지류를 매립하고 섬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섬의 주민을 몰아내려 하며 그러자면 홍수로 둑이 무너뜨려 한꺼번에 주민이 떼죽음 당하도록 기도하기도 한다. 섬주민의 항거는 절실한 생존권의 문제이고 또한 현실의 체제는 󰡔사하촌󰡕과는 상이한 동일민족의 상대로 조건지어지며 이 때 상징물인 물의 의미는 파괴적 재생이 아닌 동화적인 양상을 띤다. 이렇게 역사, 죽음의 상징성은 동화의 상징성으로 연결된다.

    셋째, 동화의 상징성은 모래톱 이야기의 내적 구조를 떠받치는 물 이미지의 총체적 양상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은 흙과 결합하여 어떤 형식을 와해하는 반죽의 이미지를 갖는다. 작품 안에 서술되는 홍수의 장면에서 그것은 잘 드러난다. 어느 산이라도 뒤엎었는지 황토로 물든 물굽이가 강이 차게 밀려 내렸다 웬만한 모래톱이고 갈밭이고 남겨 두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뭉개고 삼킬 따름이었다.이렇게 하나로 용해시키는 동화의 상징성은 민중과 권력에 야합한 유력층의 벽을 무너뜨림으로써 극명하게 형상화된다. 비는 연 사흘 쏟아지지, 실하지도 않은 둑을 그대로 두었다가 물이 더 불었을 때 갑자기 터진다면 영락없이 온 섬이 떼죽음을 했을 텐데, 마침 배에서 돌아온 갈밭새 영감이 설두를 해서 미리 무너뜨렸기 때문에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다.또한 부정한 세력의 압력에 의해 경찰이 오자 그는 순순히 체포된다. 갈등의 조건은 사하촌과 모래톱 이야기 두 작품이 서로 비슷하나 대결의 양상은 상이하다. 그것은 시대배경의 차이와 불과 물이란 상징물의 성격적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다. 특히 후자에 있어서 핵심적인 상징구조인 물을 막고있는 둑을 무너뜨리는 대결사건이 작품내부에 존재한다. 이것은 대상을 태워버리는 불의 상징성과는 다른 물이라는 요소를 끌어들여 일체의 요소를 용해하는 동화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물은 흘러가지만 역사는 남는다

    <모래톱 이야기>를 내적으로 지탱하고 있는 물의 상징성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작품전체를 관류하고 있는 물의 이미지는 대별하면 세 개의 상징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것은 역사적 의미와 죽음의 의미 그리고 동화(同和)의 상징이다

    역사적 의미는 삶의 근원으로서의 예로부터 구한말, 일제 강점기의 낙동강, 그리고 해방 이후의 낙동강의 역사성을 지탱한다. 죽음의 이미지는 조마이섬을 지켜 살아온 사람들의 수난과 건우 삼촌의 죽음, 갈밭새 영감과 싸우던 괴청년의 물에 휘말려감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동화의 상징성은 역사와 생성, 죽음과 재생이 함께 용해되는 대단원의 홍수와 범람으로 귀결되며 이는 체제를 상징하는 둑을 무너뜨리는 갈밭새 영감의 행위로 수렴된다. 일제와 해방후 권력자들과 오늘날의 정치인들은 명멸해고 조마이섬을 지키는 사람들의 터전은 영원히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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