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뇌의 신비
최근 꿀벌의 예언을 읽고 다시금 뇌를 읽어보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는 2001년 출간된 장편소설로서 인간의 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인 사뮈엘 핀처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뇌를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토리는 사뮈엘 핀처박사와 인공지능인 딥블루 IV가 체스를 두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삼 대 삼, 막상막하의 열전을 벌이다가 최종적으로 인간이 승리하고 그는 자신의 강한 의지 덕분에 이겼다고 털어놓는다. 한국의 바둑 신동인 이세돌이 AI를 이긴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작가는 인간의 뇌가 얼마나 신비롭고 놀라운 존재인지를 보여주고 또한 인간의 뇌가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뇌 독서의 어려움
베르나르의 이 책은 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과학적 사실을 담고 있어서 독서의 난제들도 있다. 먼저 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독자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독서 전에 뇌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공부하고 읽기를 권고한다. 간단한 방법으로 백과사전이나 인터넷 상에서 뇌에 대한 종하적인 정보들을 정리하여 독서에 상당량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작가의 사건 전개에 따라 풍부하고 방대한 뇌 지식은 오히려 독자들에게 뇌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즐긴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뇌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지나치게 흥미롭게 서술하여, 독자들에게 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베르베르의 창작세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창작은 매력적이다. 그는 문득 공상 속에서 떠올려보았던 생각의 단초를 그의 말대로 하나의 가정을 극단까지 몰고 갔을 때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만큼 영감과 몰입이 뛰어난 작가이다. 그는 조카의 학교생활을 듣거나 길을 건너는 노인을 보다가 또는 흥미롭지만 사회적으로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주장 등을 듣다가 순간 영감이 떠올라 그 소재에 몰입한 집필담을 밝힌 바 있다. 베르베르의 생각 속에 떠오른 개미의 이야기도 하나의 가정을 극단까지 몰고 가 보는 것이 그의 창작 세계의 단초인지도 모르겠다.
베르베르 소설 배경의 공유성
베르베르의 소설 속에서 하나의 발상으로 세계관을 만들면 다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초기작인 <개미>의 소재들 후속작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 가령 <타나토노트>의 후속작인 <천사들의 제국>은 전작의 주제를 반복하기도 했다. 또한 <신>의 마지막 부분에서 등장하는 내용은 단편소설인 <나무>의 아이템과 아주 유사하다. 그리고 그의 창작과정에서 메모장이 아주 유용한데, <나무>나 <파라다이스>와 같은 단편집들은 베르베르의 메모장 같은 것으로 그것이 차후에 장편소설로 발전하기도 한다. 혹시 창작을 꿈꾸는 예비작가들이라면 창작과 아이디어 노트에 대한 방법론을 배워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