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삼대>염상섭 –가족의 반목과 가문의 몰락

북스톰 2023. 12. 1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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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염상섭 가족의 반목과 가문의 몰락

 

가부장적 권위로 일어선 조의관의 몰락

     염상섭의 최대 성공작이라 할 수 있는 <삼대>의 조의관은 가내에서 절대적 귄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욕망 실천을 위해 다른 집안 양반의 족보를 사들이고, 의관이라는 지위를 사며, 일본의 톨장격에 해당되는 정총대를 역임하거나 일경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방면위원을 지내는 일 등의 신분유지에 힘쓴다. 한편 내실의 부분으로 근대적 사업과 지주로서 번 돈으로 절대적인 가부장적 권위를 휘두른다. 그런데 그의 그 권위가 아들 조상훈에게 저항을 받게 된다.

     󰡔삼대󰡕에서 부자 갈등의 표면적인 원인은 가부장의 조상 숭배 문제로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이 극대화되는 것은 조의관의 사상이 시대착오적인 방향 즉 부정적인 과거를 향해 퇴행적 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조상훈은 신사상을 위장하여 음성적이고 퇴폐적인 유흥해 빠져들면서 불신을 키워 가기 때문이다. 조의관이 아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지 않자 조상훈은 정미소에서 전표나 쌀 그리고 현금등을 수시로 가져가기도 한다.

     조의관과 같은 지주출신의 구시대적 인물에게는 현실적 감각에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전근대적 세계관을 지향하는 조의관이 근대적 가치관인 돈에 대한 욕망이 상충되기 때문에 가부장의 권위는 가내에서 도전받게 된다. 결국 조의관의 권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통솔방식은 식솔들에게 부합될 수 없는 것이다. 아들을 낳는다는 보험만 있으면 첩을 하나 더 들이려는 속셈을 보이는 조의관은 수원집에게 미움을 산다. 또한 조창훈은 조의관의 심부름을 하면서 중간에 돈을 상당량 착복한다. 그런데 조의관은 자신의 가부장적인 권위가 가족들에게는 무시당하거나 무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조의관은 개화 혼란기에 물려받은 유산과 자본주의적 수법으로 치부를 하지만 자본주의적 세계관을 갖지 못했다. 상훈은 조의관의 시대착오적인 부분은 지적하지만 조의관은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자손들은 돈으로 연결된 조의관의 가부장적 권위에 대해 계산적으로 순종할 뿐이다. 순종이 진실한 존경이 아니라는 것을 조의관은 모르고 있다. 결국 조의관은 가부장적 권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수원댁과 최참봉 등에 의해 독살당한다. 이로써 재산싸움으로 아들인 조상훈과 손자인 조덕기의 분란으로 가문은 몰락의 길을 간다.

 

 

아들 조상훈의 타락과 몰락

     제 이세대인 조상훈은 부친의 전근대성에 반발하는 근대지향성이 강한 인물이다. 따라서 부친과 갈등을 한다. 아들인 조덕기의 눈에 비친 조상훈은 사이비 근대인물이다. 과거 조상훈이 젊은 지사를 꿈꿨지만, 현재에는 주색잡기에 빠져있는 상태에 대한 언급이다. 미래지향적인 인물이었던 조상훈은 구시대를 청산하기 위해 아버지 조의관의 세계를 부정한다. 그는 신학문을 접하고 소위 청년지사의 길을 가려고 했으나 경술국치 이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치적 길이 막혔다.

    그런데 근대식 지사가 되기 위해 조상훈이 선택한 것은 무조건적으로 전근대에 대한 반발이었다. 부친과 반목하는 조상훈은 청년지사의 길을 포기하고 기독교 신자로 선회한다. 그런데 그는 기독교신자인데 처녀를 임신시키고 도박을 일삼는 룸펜으로 전락한다. 그는 근대인으로서의 청년지사라는 망상과 금욕적 종교인 망상에 사로잡혀있다.

    조상훈은 독립투사 집안을 돌보아 주다가 그의 딸이자 아들의 친구이기도 한 홍경애를 임신시킨다. 또한 그는 주색잡기에 빠져서 매당집을 들락거리고 몰락한 양반의 딸인 김의경과 살림을 차린다. 그는 조강지처를 몰아내고, 조의관이 죽자 가짜 형사들을 대동하고 조덕기의 금고에서 정미소 문서를 절취해가는 등의 불법행위를 자행한다. 일련의 행위에서 보면 위에서 말한 조상훈의 철학사상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와 국민을 구원하겠다는 지사의식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타락한 룸펜에 불과하다봉건을 지양하고, 근대를 지향하는 조상훈은 기독교를 신봉하여 금욕적인 삶을 지향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부친 조의관이 봉건적 금욕주의자 즉, 구두쇠였기 때문에 구시대에 반발하는 그는 축첩이라는 소비적 타락주의로 나아가게 된다.

    부친의 매관매직에 굴욕을 느끼는 그는 부친에게 세상에서 할 만한 일로 도서관사업, 교육사업, 조선어편찬사업 등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연애사업에만 열을 올린다. 조상훈의 욕망은 양분되어 스스로 욕망의 반대편에 선다. 그는 이념과 생활 사이의 모순을 보이고 작품 후반부의 형사사건으로 말미암아 경찰에 체포되는 운명에 처한다.

 

손자 조덕기의 어두운 미래

    조덕기는 조부의 돈으로 일본의 게이요 고등학교 대니는 부유한 유학생이다. 그러나 자신의 친구 김병화에게까지 조부가 위선적 제사에 대해 비판받는데도 화를 내거나 반박하지 않는다. 빅김병화가 콧배기도 못 본 증조부 제사에 자네가 꼭 참례를 해야 제사를 받으시겠다고 천당인지 극락세계에서인지 라디오가 왔느냐고 조롱한다. 물론 가짜 족보와 가짜 사당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부에 대한 친구의 농담에 공감하는 조덕기는 조부의 시대착오적인 권위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조부의 재산 때문에 혈연을 통한 재산상속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와 조부와의 관계는 돈이라는 매개로 묶여 있는 것이다.

     “재산이 아직도 조부의 수중에 있고 단돈 한푼이라도 조부가 치하를 하는 터이라 조부의 뜻을 맞추어야 하겠다는 따짐으로 덕기와 조부와의 관계가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봉건적 권위와 신분상승욕에 대해서 어느 정도 부정적이다. 그런데 조부의 재산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조덕기는 혈연을 통한 재산상속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이렇듯 손자 조덕기 역시 돈으로 연결된 조의관의 가부장적 권위에 대해 계산적인 순종할 뿐이다. 그리고 자신도 필순이라는 김병화 하숙집 딸을 자신의 돈으로 몰래 일본에 유학시켜 첩으로 삼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상의 축첩과 친일행각 그리고 배신 등의 타락상은 그것이 조, 부, 손으로 이어지면서 조의관의 가문은 세대 간의 갈등과 배신, 횡령, 심지어 살인까지 생겨나면서 일제강점기하의 지주층의 몰락을 그린 장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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