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담론이란 무엇인가.
소설담론이란 무엇인가.
소설이라는 특별한 이야기의 형식
소설담론이라는 어려운 말은 우선 담론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담론의 언어학적 의미는 가장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내용으로서 여러 문장들의 묶음으로 구성된 발화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텍스트 형태인 것이다. 언어학적 분석단위 중 가장 큰 것이다. 언어학적 분석단위로서는 형태소, 단어, 구, 절, 문장, 기타 등등이 있고, 그 중에서 담론은 일련의 문장들로 연결된 가장 큰 단위가 된다. 그러므로 담론의 언어학적 정의는 '언어의 의미론적 측면과 행위의 화용론적인 측면을 묶어주는, 의미화된 연쇄로 이루어진 관계적 총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설담론은 소설적 내용과 형식의 총체적 대상인 것이다.
소설은 문장화된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언어예술로서의 소설은 숨은 뜻을 무한히 지닐 수 있다. 기록된 이야기로서의 특징은 단순한 기록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 기록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만으로 해석되는 이상의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제는 하나의 이야기가 문자화되기 이전의 수많은 상상의 범주를 압축시켜 놓음으로서 야기된 것들이다.
소설이라는 문학장르 중의 한 가지 양식을 이해하는 데에는 예술성이라는 특수성과 변형된 이야기라는 특수성 때문에 복합적인 성격을 띄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복합적 요소들은 역사적, 사회적인 부분과 작가의 성향과 미의식, 시대정신, 세계관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준 적층적 문화의 소산인 것이다. 그것을 소설담론이라 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소설담론으로 형상화된 흥부전
조선조 중기 이후 격변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소설이 등장하게 되는데 가령 조선조의 형제의 갈등과 화합이라는 권선징악적 주제를 다룬 흥부전이라는 소설의 이야기는 그 재료가 소설화되는 과정에서의 많은 소설 요소들이 혼입되었다.
소설을 거칠게 규정하면 사람과 사건에 대한 일정한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흥부전에서는 흥부와 놀부 형제가 벌이는 사건의 전말을 보여준다. 부모의 유산을 독차지한 못된 놀부는 망하고 자력갱생한 착한 흥부는 우연히 흥하여 다시 형을 받아들이는 우애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야기에 혼입된 부분은 놀부의 근면성과 흥부의 무계획성 같은 부분이 문제시되기도 한다.그런데 작중 주인공인 흥부와 놀부는 도망노비의 자손이었다, 그리고 놀부의 박에서 나온 양반 옛주인들은 흥부와 놀부의 출신을 말하여 줌으로써 그들이 도망노비의 후손이며 훔쳐간 돈으로 벼슬과 집을 산 것이 밝혀진다. 그러한 정보는 신분제의 혼란과 윤리의 혼탁함을 알려주며 또한 흥부의 떠돌이 장사와 노동, 흥부 박에서 나온 각종 중국,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물품들에서는 시장경제의 대두와 초기 산업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주요 이야기 줄거리가 소설을 전체적으로 성격지을 수 없다. 소재와 배경의 요소에서도 의미가 개재된다. 이렇게 소설적 요소들이 청체적으로 총합되면서 이야기는 소설적 형식과 의미가 형상화된 소설담론으로 자리잡게된다.
작가는 어떻게 이야깃거리를 소설로 형상화하게 되나.
옛이야기에서는 문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허용이라는 비논리적 측면이 다량 나타난다. 그러나 이야깃거리가 작가에 의해 소위 소설로 쓰여지게 되면 작가정신이 배어들고 시간과 공간이 재조정되고 인물이 여러 가지 소재를 통해 행동 인식 대화를 보여주고 결국 주제를 드러내게 되는 소설양식이 된다. 이처럼 항간의 특정 사건이나 이야기가 소설화 된 것을 소위 소설담론이라 한다. 이야기가 소설담론이 되었을 때 비로소 문학양식인 소설이 되는 것이다. 인류사에서 하나의 예술로서 소설이 인간사회에 존재하고 계속해서 읽히는 매력은 소설다움이 있기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바로 소설담론에서 나온다. 인간과 사회의 근본적인 이야기에 모든 독자들의 마음이 기울게 마련이다. 인간의 삶의 진실한 장면을 소설적 언어로 형상화한 소설담론은 작가와 독자의 감동을 나누는 작업이다. 그것은 인간의 삶이 어떻게 소설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준다. 한 사람의 개인적 세계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과 그것을 멋지고 감동적으로 만들어내는 소설의 창작과정과 그 결과물이 바로 소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