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보봐리2- 염상섭의 이심과의 비교
마담보봐리2- 염상섭의 이심과의 비교
이심과 마담보봐리
염상섭의 이심은 1928년 10월 22일부터 1929년 4월 24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다. 통속소설로 폄하되어온 감이 없지 않으나 실제 이 작품은 소설사적 의미와 발표연대로 보아 <사랑과 죄>와 <삼대>의 맥을 잇는 염상섭의 주요한 작품 중 하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구스타브 플로베르와 마담 보봐리와 매우 유사한 구성을 지닌 작품이다. 한 남편과 두명의 외간 남자와의 자유연애가 불륜이지만 핍진하게 그려진 내용도 퍽 흡사하다 하겠다.
이심의 줄거리와 마담보봐리의 유사점
이심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하면 춘경의 일생이 확연히 드러난다. 구한말에 군수를 지낸 집안의 막내딸 춘경은 여학교시절 테니스 선수였다. 정구코치로 있던 창호의 낙서가 화근이 되어 연애사건으로 비화되면서 둘은 퇴학당한다. 결국 집에서 쫓겨난 춘경은 창호와 동거하게 된다. 의사인 샤를르가 엠마에게 청혼하는 마담 보봐리와는 두 사람의 결혼 과정은 상당량 상이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사회주의자로 몰린 창호가 투옥되어 생계를 잇기 위해 춘경은 일본인(佐野)가 운영하는 호텔에 취직하여 남편의 옥바라지를 한다. 남편이 감옥에 간 사이이 춘경의 외도가 시작되는 것은 샤를르가 외지로 한동안 왕진을 다니는 것과 유사하게 남편의 부재가 설정된다. 춘경은 좌야의 유혹에 넘어가 매음까지 하게 되어 파탄하고 아이까지 잃게 된다. 그러나 춘경은 성적 욕망에 시달리고 남자의 사랑을 갈망하면서 욕망의 노예가 되는 것은 엠마가 사랑과 허영에 사로잡히는 것과 대단히 유사하다.
한편 좌야는 미국인 커닝햄에게 춘경을 팔아넘기고 중국으로 도망간다. 커닝 햄은 마담보봐리에 등장하는 레옹처럼 순진한 캐릭터로서 춘경을 진실로 사랑한다. 그런데 출옥을 한 이창호는 춘경에 대한 복수로 다시 춘경을 만나 유곽에 넘긴다. 강제로 유곽에 감금된 춘경은 자살한다. 마지막에 자살을 하는 여주인공의 모습도 마담보봐리와 이심이 매우 흡사하다.
삶에의 의욕과 연정
테니스 선수 시절의 여학생에서 유곽의 창녀로 전락할 때까지 춘경은 삶에의 의욕이 대단한 여자였다. 욕망의 변모 순서상 테니스 코치였던 이창호와의 춘경의 애욕이 작품의 시간 배경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부분이다. 다른 여교사로부터 이창호를 빼앗을 정도로 춘경의 연정은 매우 강했다. 엠마 역시 사치를 즐기고 살에의 애착을 강화시켜온 이기적 성정이 있다. 로돌프가 다른 여자와 어울리는 것을 질투하고 레옹이 대도시에 다른 젊은 여자들과의 연애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것도 흡사한 부분이 있다. 두 주인공의 심리는 애정과 소유욕이 매우 강한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절대적 사랑
엠마와 춘경은 사랑의 순간에는 절대적 가치로서의 사랑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엠마는 다른 사람들이 볼까봐 로돌프와 그리고 레옹과의 데이트를 몰래 하면서도 정작 절대적 사랑의 순간에는 윤리나 도덕 등의 가치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심의 춘경 역시 자신의 애욕 덩어리라면서 자신을 벌레처럼 인식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욕정의 장면에서는 절대적 사랑의 순간이 정당화된다. 논리적 비약일 수 있으나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염상섭은 모두 다 자연주의 소설가이다. 자연주잉서 중시하는 것 중 하나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유전과 기질 나쁜 피 등의 조건들이 있다. 에마와 춘경은 어쩌면 성욕이 강한 유전자를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작중에서 그녀들은 자신들의 그런 부분을 나쁜 피와 같이 생래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것을 보아도 서로 비슷한 공통점이 확인 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