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공부

혜공대사의 똥과 고기

북스톰 2024. 3. 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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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공대사의 똥과 고기

 

오어사의 유래와 혜공과 원효

     포항시의 운제산에는 신라고찰 오어사(吾魚寺)가 있다. 뜻을 풀어보자면 나의 고기 절인 것이다. 이 절의 본래 이름은 항사사(恒沙寺)이었는데 헤공대사와 원효대사와의 에피소드가 절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당대의 고승 혜공(惠空)이 머물던 항사사에 젊은 원효가 방문을 한다. 그리고 그도 운제산에 한동안 머물렀는데, 산 중턱의 원효암이 그가 살았던 절이다. 삼십대의 젊은 원효가 만년의 혜공을 찾아 불교의 높은 경지를 배운 것이리라. 무렵의 원효는 혜공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언제나 혜공에게 나아가 질의했다는 불교계의 기록이 이를 알려준다. 혜공은 불력과 도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사십오세 즈음에 해골물의 체험으로 깨달은 원효는 당시 아직 공부하는 젊은 승려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하루는 젊은 원효와 고승인 혜공이 항사동 시냇물에서 고기를 잡아먹었다. 그리고는 돌 위에 걸터앉아 함께 대변을 보았다. 혜공이 자신의 똥을 가리키며 여시오어(汝屎吾魚)라고 말했다. 혜공이 원효에게 너는 똥을 누고, 나는 고기를 누었다라고 한 것이다. 판타지가 가미된 설화적인 장면이지만 혜공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물속에 똥을 누었더니 그 똥이 원래의 물고기로 화하여 살아났기에 내 고기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원효는 망연자실했을 터였다. 그리하여 항사사는 오어사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혜공은 누구인가?

     혜공은 신라 귀족의 집에서 노비로 살던 노파의 아들로 태어났다. 늙은 여자에게서 태어난 것도 이상하지만 재주가 비상하여 일곱 살 때 거의 죽게 되었던 주인의 병을 고쳐 줄 정도로 타고난 신력이 있었다. 그가 매를 기르는 일을 맡고 있었는데, 어느 날은 주인이 그의 동생에게 선물로 주었던 매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차려 주인이 말하기도 전에 그 매를 가져다 줄 정도로 그는 남의 마음을 읽을 정도로 신통력이 있었다. 주인의 권고로 출가했고, 법명이 혜공(惠空)이 되었다.

     혜공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간혹 대취하여 길거리에서 노래하고 춤추었다. 늘삼태기를 메고 다녀서 부궤화상(負和尙)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그는 보통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면서도 높은 도력을 가진 고승이었다. 절안에 있는 우물 속에 들어가 몇 달씩이나 나오지 않는 독특한 수행을 하기도 했다. 우물에서 나올 때가 되면 푸른 옷의 신동이 먼저 솟아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우물에서 나온 그의 옷은 젖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 우물은 스님의 이름을 따서 혜공정(惠空井)이라고 했다. 혜공은 지귀설화와도 관련이 있다. 어느 날 혜공은 영묘사로 가서 새끼 줄로 금줄을 쳤는데 과연 사흘 후 절에 불이 났지만 새끼줄을 쳐둔 곳에서는 화재를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라도 장수의 팔성사라는 사찰은 신라 진평왕 24, 백제 무왕 3(603)에 신라의 혜공대사가 백제 땅에 사찰을 창건했다는 사건도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효를 가르친 혜공대사

    혜공은 만년에 항사사에 살았다. 원효가 혜공을 찾은 것은 이 무렵이다. 원효는 혜공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그러나 성품이 활달하고 행동이 거침이 없던 노승은 젊은 원효에게 교리만을 가르친 것은 아니었다. 불승이지만 비린내 나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함께 똥도 누면서 젊은 원효와 함께 희한한 행동으로 불도를 가르친 것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같은 물고기를 먹고도 도가 낮은 원효는 똥만 배설하고, 도가 높은 혜공은 살아 있는 물고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말의 깊은 뜻을 통해 원효는 무언가 배웠을 것이다. 범속한 사람들을 알아차릴 수없겠지만 노승인 혜공의 도술과 그의 말을 통해 젊은 원효를 일깨워 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먹어서 이미 똥이 된 물고기를 어찌 다시 살릴 수 있는가? 다만 원래 물고기였고 조금 전에 맛나게 먹었는데 이제 그게 똥이 되어 냄새나고 더럽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617년에 태어난 원효는 중년의 나이인 사십사세인 661년 의상과 함께 당나라에 유학을 가기 위해 당으로 가는 도중 어느 토굴에서 자다 목이 말라 바가지에 있던 물을 달게 마셨는데, 다음날 아침 보니 토굴이 아닌 무덤에서 해골에 고인 물을 마셨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이 일어나므로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니 땅과 무덤이 둘이 아님을 알았다고 깨달은 뒤 유학을 포기했다. 여기서 십년 전 혜공 대사에게 배운 것이 어느정도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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