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신 하백의 이야기
강의 신 하백의 이야기
물의 신의 위상과 전래
하백은 한자 문화권의 신화에서 등장하는 강의 신으로, 한자로는 河伯이라고 표기한다. 하백의 하는 주로 강을 뜻하는 한자이고 백은 호칭이라고 한다. 수해에 대한 공포가 컸기 때문에 하백에게 여자를 인신공양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전해진다. 중국 신화에 따르면 하백은 원래 인간이었으나 낙수의 여신 복비가 신으로 되살려냈다. 하백은 신이 되자 기고만장해져서 사람들에게 제물을 요구하는 등 원성을 살만한 짓을 했다. 결국 복비와도 사이가 틀어졌는지 복비가 명궁인 예에게 사주해서 결국 하백은 예에게 화살을 맞고, 왼눈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와 유사한 스토리이다.
고구려 하백신은 고구려의 시조 주몽 탄생 설화에서 청하의 수신으로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설화대로라면 주몽의 외조부다. 열하일기에 따르면 조선 시대까지도 민간에서 하백신앙이 존재해 압록강을 건너는 사신들은 모두 강을 건너기 전에 하백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하백이 중국 쪽에서 전래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고대 압록강 주변에서는 절대적인 강의 신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기록 속의 하백
<유사>에는 해모수가 하백의 딸과 관계하여 뒤에 주몽을 낳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해모수가 아들을 낳으니 이름을 부루라고 하였으니 부루와 주몽은 이복형제일 것이다. <단군기>에서는 단군이 비서갑 하백의 딸을 취하여 부루를 낳았는데 이가 동부여왕이 되었다. 이를 보면 단군과 해모수가 동일이라는 설정도 가능하다. 그런데 해모수의 아들이 해부루이고 해부루의 후계자가 금와왕이라면 금와왕의 입양된 고주몽과는 나이가 맞지 않는다. 그리고 고주몽의 후원 세력으로 막강한 힘이 필요한 차원에서 해모수와 하백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변방세력이었던 고구려가 부여를 무너뜨리고 고구려를 건국하였다. 고구려의 건국설화는 북부여의 건국설화에 해모수와 하백이 추가되는데, 해모수는 주몽이 하늘의 자손임을 주장하는 것이고, 하백은 고구려가 농업세력을 등에 업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하백의 능력과 한계
이규보의 『동명왕편』에 등장하는 물의 신 하백에게는 세 딸이 있었다. 첫째 유화는 버드나무 여신, 둘째 훤화로 원추리꽃 여신, 셋째 위화 갈대꽃 여신이다. 해모수는 이들을 압록강 웅심연이란 곳에서 만나는게 된다. 웅심연의 의미는 곰의 마음을 나타내는 연못이란 의미로 단군신화와도 관련이 있어보인다. 그리고 유화와 정을 통한 해모수는 하백이 사는 궁전으로 가서 그가 천신의 아들임을 밝힌다. 해모수가 진짜 천신의 아들을임을 증명시키기 위해 하백은 그와 도술대결을 펼칩니다. 자세한 도술 결투 장면은 생략되었지만 천신 해모수가 하신 하백을 이긴 것으로 보인다. 패배한 하백은 해모수를 천신의 아들로 인정하고 유화와의 혼례를 치룬다. 그런데 유화부인이 아버지인 자신 몰래 해모수와 사랑에 빠진 것이 괘씸하고 해모수가 진정 유화를 사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하백은 짐짓 연회를 베풀어, 해모수에게 술을 잔뜩 먹이고 유화와 함께 자루에 넣고 묶은 뒤, 오룡거에 태워 하늘로 올려보냈다. 수레를 타고 가던 중, 해모수는 중간에 술이 깨서 묵인 자루 속에서 불쾌해졌을 테고 유화에게 훗날을 기약한 후, 자루를 찢고 나와 그냥 혼자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결국 유화는 혼자 집으로 돌아왔고 노한 하백은 유화의 입술을 길게 늘어뜨리고 쫓아냈다. 하지만 훗날 외손자 주몽이 부여에서 도망쳐 나올 때, 강의 물고기들로 다리를 만들게 하여 탈출을 도와준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우리의 고대 신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하백의 부모가 누구인지 그리고 유화의 어머니인 강의 신의 부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수신의 능력은 얼마나 되며 실제로 이땅의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은 전해지지 않고 설화문학 속에서도 하백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