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공부

염상섭의 <삼대> – 양가적 인물, 조의관

북스톰 2023. 8. 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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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의 <삼대> 양가적 인물, 조의관

 

문제적 인물은 갈등의 보물창고

    영상섭의 삼대에서 가장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내다가 기필고 죽게 되는 절정의 인물이 바로 조의관이다. 그는 삼대가 집필된 1931년에 70세 정도의 나이니까 1860년생 정도로 추측된다. 갑오경장, 을사늑약, 경술국치와 삼일만세 등의 일대 혼란기에 사회적 활동을 주로 한 인물이다. 작가는  조의관을 당대현실의 여러 문제를 드러내는 인물로 형상화했다고 할 수 있다. 소위 문제적 인물이 훼손된 세계에서 자신의 타락한 욕망을 어떻게 견지하고 또 실천하는가의 스토리는 말하자면 갈등의 보물창고라 할 만하다. 조의관은 시대착오적이며 잘못된 욕망을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양가적인 인물인 것이다.

 

조의관은 욕망실현 행위

     조의관은  몇 가지 욕망실천을 위한 주요 행위에 집중한다.  첫째, 조의관은 가문 번창을 위해 다른 집안의 족보를 사고 그 집의 봉제사를 한다. 또한 그는 거금 이십만냥을 주고 다른 집안의 대동보소를 사서 맡는다.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매매에 최참봉, 조창훈, 지주사가 실제로 심부름을 하고 매당과 그의 남편이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조의관은 지주로서의 농토를 늘리고 근대식 정미소를 운영하며 은행의 화폐관리를 통하여 재산을 증식한다. 그가 직접 운영하는 남대문 안의 대성 정미소는 스스로 전표를 발행하고 수익금을 은행에 재투자하여 이자를 늘리는 방식이므로 근대식 개념의 사업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근대식 자본가인 조의관 근대적 부자를 꿈꾸면서도 전근대적 삶을 추구한다.

   셋째, 조의관은 사십 여세에, 을사년 당시 사백원을 들여 차함(借銜)으로 의관 벼슬을 사서 신분상승을 도모했다. 을사년에 외교권을 잃고 경술년에 대한제국이 망한 그 시기에 조의관은 구한말의 벼슬을 산 것이다.

   넷째, 그는 아들 상훈을 미국으로 유학시키고 손자 덕기를 일본에 유학보낸다. 그러나 조의관은 근대교육을 받은 자식에게 구시대적 가치를 강용했기 때문에 자손유학이라는 교육 투자에는 결과적으로 실패한다.

    그런데 봉건적 세계를 고집하면서 근대적 성공을 지향하는 이중성은 그의 주변인들과 마찰을 빚는다. 시대착오적인 조의관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양가적 입장에 선다. 그리고 주변인들에게도 이중적인 태도를 지향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이중성은 식솔들에게 반감을 사거나 반대급부를 야기시킨다.

 

조의관 양가성의 문제

    조의관의 이중적 욕망은 근대적 돈의 추구라는 현실 속에서 구시대적 매관매직이라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욕망의 이중적 표출은 소위 양가적인 성향을 띈다. 가령 조의관이 일본에 대해서 친일과 반일이라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는데, 이때 양자는 상충한다.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친일을 하지만 구한말의 족보와 벼슬을 산 조의관에게는 일본이 부정적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에 양가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양가성은 소설 갈등의 공장이다.

    조의관의 자아수렴적인 욕망은 금권지향욕망과 가문번창욕망을 포함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욕망이 자신에게 집중되면서 돈과 사당이 점차 조의관 자신과의 동일시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과감한 금전 투자 역시 자신만을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다. 외부질서나 가치관과 관계없이 조의관의 투자와 매관매직, 허위족보 구입, 축첩 등은 조의관만을 위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런데 조의관은 구시대적인 가치관으로 대가족을 이끄는 인물이다. 그는 욕망 실현을 위해서는 가내 식솔들을 강압적으로 통솔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지나친 자기중심적 강압에 의해 갈등이 야기되고 아랫사람들도 그를 속이고 돈을 빼돌리게 된다. 조의관을 중심으로 한 가족 갈등은 수직관계와 수평관계로 나뉜다. 수직관계는 아들 상훈과의 갈등이고 수평관계는 수원집과 그녀를 둘러싼 매당, 지주사, 최참봉, 창훈 등이 얽혀있다. 통상 소설의 갈등은 인물간의 갈등 대표적이다 삼대에서처럼 불만이 가득하고 서로를 속이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면 그 것은 갈등이 넘쳐나는 최적의 소설재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삼대가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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