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공부

삼대 3 - 조덕기의 양가적 욕망

북스톰 2023. 8. 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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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 3 - 조덕기의 양가적 욕망

 

복잡한 인물의 관계망

    염상섭의 장편소설 <삼대>에는 엄청난 양의 담론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담론들은 작중인물들의 삶의 지향성과 가치판단 등의 행동들을 직조하듯 관계망을 만든다. 또한 염상섭 작품의 담론은 인물들의 양가적 모순과 그 모순을 비꼬는 아이러니를 상당량 내포한다. <삼대>에는 시대착오적이고 속물적인 가부장과 미래지향적 탈을 쓴 타라한 지사, 역사의식이 결여된 현실 추수주의자 등이 일제의 식민지가 모순적 상황이라는 것을 의식하는 지하 항일운동가들을 등장시켜 당대사회 비판의 시각을 한층 견고하게 하고 있다.

 

조덕기의 꿈과 좌절

    <삼대>는 명실상부한 염상섭의 대표작이다. 그리고 주인공 격인 조덕기는 조부의 가부장적 권위에 복종하지만 시대착오적인 조의관의 잘못된 욕망을 알고 있다. 그는 봉건적 권위에 대해 부정적이고, 조부의 신분상승욕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다. 그런데 조부의 재산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조덕기는 혈연을 통한 재산상속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와 조부와의 관계는 돈이라는 매개로 묶여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돈으로 연결된 조의관의 가부장적 권위에 대해 계산적인 순종할 뿐이다. 그러나 손자의 순종이 진실한 존경이 아니라는 것을 조의관은 모르고 있다. 또한 조덕기는 부친을 사이비 근대적 인물로 보고 조부의 재산이 자신에게 격세적으로 상속되는 것을 지켜낸다. 그는 이런 부를 통해 일제와 맞서는 인물로 성장하려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삼대>의 내용은 애초에 작가가 계획한 대로 정확하게 나아가지 않았다. 가령 동정자 조덕기가 사회주의자 친구인 김병화를 도움으로써 독립운동을 잠행적으로 돕고 그러한 젊은이들의 세계를 그리겠다는 의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생긴 것이다.

 

조덕기의 양가적 꿈

    일본 유학을 하고 있는 조덕기가 변호사를 지망하지만그의 절친인 김병화는 덕기가의 보수성 짙은 사회의식을 갖고 정면투쟁을 피한다고 비웃는다. 조덕기의 온건한 소망은 염상섭이 애당초 좌익의 동조자라는 설정과 그 궤도가 상당히 빗나가 있다. 일본제국주의 사회에서 변호사가 되는 것은 일제강점기의 기득권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항일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그는 양가적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또한 조덕기는 김병화에게 금전적 원조를 해주고 사회주의자인 김병화의 동지의식은 기피한다. 그런데 조덕기는 김병화와 형제처럼 지내지만 김병화의 항일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우정과 원조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만다. 그것이 바로 양가적 관계인 것이다.

 

갈등 제조의 고수 염상섭과 조덕기

    애당초 염상섭은 <삼대>를 집필하면서 동정자라는 특별한 인물유형에 대해 언급한다독립운동을 잠행적(潛行的)으로 실천하는 길, 열과 울분을 동조하는 창구멍으로 내뿜으려 했고, 이것이 실천의 수단방법이라고 염상섭이 생각한 동정자 조덕기는 바로 작가의 분신인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염상섭은 조덕기라는 이름을 빌려서 이야기하고 행동하고 항일운동을 그의 소설 세계에서 실천해 보고자 했던 것이다. 작가의 의도는 애초에 김병화를 지하 공작을 하는 창구멍에 불과하도록 꾸미려 했다는 것이다. 그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주의 사상에 빠지는 것이 아니고 잠행적인 독립운동에 있는 것이다. 즉 사회주의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조덕기는 독립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가족 중심적 세계에 안주하게 된다. 그는 직접투쟁이라는 방식보다는 돈이라는 대상으로 지향점을 돌린다. 그것은 리얼리즘 소설에서 가장 확실한 현실의 문제가 당대의 가치관을 있는 그대로 구현해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삼대>가 이상적이고 억지스런 길을 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적 갈등을 극대화하는 탄탄한 소설 구조를 이루게 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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