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투계> - 송영 : 소외된 자의 반전

북스톰 2023. 8. 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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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계> - 송영 :  소외된 자의 반전

 

소외된 인물의 이야기

    이 작품은 작가 송영이 1967년에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대뷔작이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과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되는 작품은 일제시대 일본인 농장감독의 숙사였던 구관사의 부엌인 이른바 종형의 투계장이 주된 배경이다. 그곳에서 주인공의 종형은 제법 비싼 투계종자들을 사와서는 늘 닭싸움을 즐기면서 외부 세계와는 담을 쌓고 사는 위인이다. 그리고 관찰자인 나는 천하에 갈 곳 없는 고아인데 숙모와 그 종형에게 기대어 사는 사람이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외부인을 혐오하는 형은 괴팍한 투계를 즐겼고, 숙모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으며 나는 그것을 묵묵히 바라볼 뿐인 세 사람의 삶은 일종의 우화 형식을 지닌 연극무대를 연상시킨다. 마을 사람들에게 형과 나는 형제로 보일 정도로 그들이 사촌인지 아닌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미친 짓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남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 형은 투계에 더욱 열중했다.

   샤모 순종을 새로 사온 종형은 그가 미워하는 뿌라마와 투계를 시켰다. 그러나 샤모가 진 것이 자리를 비운 나 때문이기라도 하듯 종형은 일부러 닭싸움의 자리를 피한 나를 무차별 구타하는 것이었다. 한동안 매를 맞고 정신이 멍해진 나는 쓰러진 채 앞에 있는 뿌라마를 망연자실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캐릭터의 허와 실

    종형은 자신의 기괴한 일이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구실로 나를 구타했지만 나는 기실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못한다. 그것은 형의 소외된 자로서의 일종의 게임인 투계에 몰두한다 요즘 학생들이 컴퓨터게임이 몰입하는 것과 대단히 유사하다. 형은 뿌라마를 안락사시키기 위해 닭의 목에 올가미를 씌우고는 나에게 함께 양쪽에서 동시에 잡아당기자고 했다. 그러나 내가 닭을 바라보자 닭의 눈은 물기가 돋아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 나는 닭의 목조름을 거부하고 물러서자 형은 언제나처럼 나를 때리려고 다가섰다. 순간 방밖에서 예의의 그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서양 신부와 함께 우리집을 방문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듣고 형은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이처럼 형은 폭력적이면서 동시에 유약하기 그지없는 존재다. 자신의 세계에서 그렇게도 난폭하고 위악적이며 폭력적인 종형은 실제 외부세계에 대해서는 유난히 두려워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세계에서의 위악적인 행위에 대한 자괴감과 가책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자신의 세계 안에서의 폭력은 사실 외부세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상호 원인적인 상관성이 작품에 녹아 있다.

 

독특한 캐릭터들

작중에 등장하는 인물은 크게 셋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모든 사건을 관찰하고 감회를 서술하는 작중화자인 나는 평화주의자이다. 나는 숙모댁에 빌붙어살면서 두려운 존재인 종형의 명령을 어기고 투계를 암묵적으로 반대하고 형의 욕망구조를 분석하는 인물이다. 그는 승자의 희열은 패자의 고통을 먹고 자라는 하나의 법칙을 인식하게 된다. 그는 종형의 잔인함과 폭력성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무저항을 택한다. 약자가 저항할 때 그 저항을 빌미로 더욱 강하게 공격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숙모와 종형과 이웃을 관찰하고 그들의 중간에 서서 양쪽 사람들을 대비시켜주는 소설의 핵심인물이다. 둘째, 작중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종형이 있다. 그는 용기, 잔인함, 투지, 승리 등의 내면적 욕구에 시달리는 인물로써 그러한 정신적 수준을 획득하기 위해 어두운 골짜기를 밤새 배회한다거나 혼자만의 투계를 즐기며 용기와 잔인함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그의 승부근성과 폭력성은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함으로써 오히려 내부적이고 치졸하며 불평등한 것이다. 그는 외부와 점점 더 담을 쌓아가고 외부인들에 대해 겉으로는 무시하고 신경쓰지 않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외부세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셋째로 외부와 항상 문이 열려있는 인물로 숙모가 있다. 그녀는 아들의 괴팍한 성격을 이해하고 돈을 주고 투계를 하도록 해주고 또한 밖으로는 그러한 아들을 천주교 교회에 전도하겠다는 이웃여자에게 말을 하는 인물이다. 말하자면 고모는 아들을 방치하는 인물이다. 그런 고모 배려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사촌형의 존재는 점점 더 소외된다.

 

난해한 작품 해설

    작가의 주제의식 혹은 작품의 핵심에 대한 해석이 난해한데 이 작품의 플롯이라 할 수 있는 줄거리 단순함에 비해서 작가의 주제의식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작품이 우화적인 상징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종형으로 대표되는 인물의 세계와 실제 세계와의 결락은 스스로의 요인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의 훼손에서 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통상 소외되는 자는 주위에서 그 사람을 꺼리며 따돌리는 것인데, 사촌형에 대한 혐오나 무관심 등으로 인하여 따돌림을 당한 과거사는 작중에 서술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지닌 사회와의 갭은 일종의 소외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투계의 주제의식은 개인과 개인 혹은 개인과 사회가 만든 소외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소외는 투계라는 행위에 몰두하는 인물의 소설적 상징으로 형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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