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필론의 돼지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
폭력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요즘 정치판을 보면 언어폭력이 난무한다. 폭력과 다른 폭력이 한데 뒤엉켜 끝나지 않는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필론의 돼지>는 되새겨 볼 만한 이문열의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80년에 발표되었으며, 2016년에 민음사 중단편집에 수록되었다. 이 소설은 폭풍우가 들이친 배에서 좌충우돌하는 인간들 사이, 한 돼지가 유유히 밥 먹는 모습을 보고 헬레니즘 철학자 필론이 "현자는 저 돼지처럼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 기록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소설은 폭력과 이에 대항하는 폭력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수부대 무리가 열차 승객의 돈을 갈취하고, 참다 못한 열차 내 전역병들이 맞서는 내용이다.
폭력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비겁인가 초월인가
이 소설은 우리 시대의 폭력과 그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냉혹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그’는 제대를 하고 군용 열차를 이용해 귀향하고 있던 중에 불량스런 현역 군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 군인들은 열차에 올라 제대 군인들로부터 강제로 돈을 빼앗는 등의 행패를 부린다. 이러한 폭력적 상황에서 ‘그’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게 된다. 급기야는 현역 군인들이 죽을 지경에까지 몰리게 될 때도 ‘그’는 말려야 되겠다고 생각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다. 그저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다. 그때 ‘그’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필론이라는 현자(賢者)와 그가 폭풍우 속에서 보았다는 돼지가 그것이다. 필론이 배로 여행을 하던 중 폭풍을 만나 모두 우왕좌왕할 때, 돼지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작가의 시각
인간은 어떤 상황, 특히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 각자에 따라 크게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이 작품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고 있다. 주인공 ‘그’는 지식인의 전형으로 그려지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지식인이 위기 상황에서 취할 행동이 아무것도 없다는 면을 강조함으로써 그러한 무능력한 지식인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약점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폭력에 대한 재고
폭력은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경제적, 성적, 정치적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파괴적이고 해로운 행동임에 틀림없다. 폭력은 개인, 가족, 사회, 국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폭력은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건강을 해친다. 또한, 폭력은 가족의 안정을 파괴하고, 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국가적으로도 폭력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비용을 막대하게 초래할 수 있다.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 가족, 사회, 국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분노를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가족은 자녀에게 폭력에 대한 교육을 하고,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이러한 제반 문제들은 정부에서 근본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런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국민은 세금을 내고 정치인들은 최대한 사회를 위해 헌신한다면 폭력근절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