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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신화가 기록으로서 전해진 것은 『삼국유사』 외에도 상당한 내용이 남아 있다. 그런데 여러 역사학자들은 고조선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단군의 존재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단군과 고조선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는 견해는 일본 학자들과 일제 관학자들에 의하여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군 신화가 실려 있는 가장 오래 된 기록인 『삼국유사』는 13세기에 씌어진 것으로, 고조선은 기원전 2세기경에 멸망하였으니 그 시간적 차이가 무려 1500여 년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단군 신화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군 신화에 등장하는 환인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산스크리트어의 제환인타라(提桓因陀羅)가 천제(天帝)라는 의미로 차용한 말로서 4세기 이후 불교수용 이후에 나타난 용어라는 점, 그리고 풍백⋅우사⋅운사 등도 도교적인 용어로서 고조선 시대의 신화와 시기가 맞이 않는 용어라는 점이 주된 논거였다. 그래서 단군 신화는 고려 후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그런데 단군 신화의 존재가 일연이 집필한 『삼국유사』의 것보다 이른 시기의 자료에서도 확인된다는 주장이 있다. 먼저 중국의 산동성 가상현(嘉祥縣)에 있는 무씨(武氏) 집안의 사당에 그려진 화상석의 일부 그림이 단군 신화의 내용과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이 무씨 사당 벽화는 서기 147년에 그려진 것으로, 기원 전후로도 단군 신화의 내용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산동성 일대는 이른바 동이족의 거주지였다. 그러나 이 무씨 사당 벽화가 중국 고대 신화의 주인공인 황제와 치우의 전투를 그린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고려말에 채집한 단군신화는 언제부터 이땅에 존재했는지 모르지만 고려시대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5세기 중엽의 고구려 벽화 고분인 각저총 씨름도에도 단군 신화의 모티브를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어 주목을 받았다. 커다란 나무 아래에 곰과 호랑이의 형상이 서로 등을 지고 앉아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곰과 호랑이는 단군 신화에서 매우 중요한 모티브이다. 이 각저총의 벽화는 단군 신화의 주요 모티브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다만 몇 개의 유사한 모티브만으로 이 벽화가 단군 신화와 연관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벽화 자료가 5세기경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적어도 단군 신화와 유사한 모티브는 매우 이른 시기부터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에 퍼져 있었다는 사실만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단군 신화의 핵심은 하늘 신의 아들인 환웅이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고 많은 무리를 거느리며 세상일을 주관하다가, 웅녀와 결합하여 단군을 낳았고, 이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건국의 시조가 하늘 신의 아들이라는 천손강림(天孫降臨)형 신화는 가까이는 주몽 신화나 박혁거세 설화, 수로왕 설화를 비롯하여 동북 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고대 국가들의 건국 신화이다.
그리고 짐승과 결합하여 건국의 시조가 태어났다는 신화 역시 고대적인 사고방식의 하나로서, 특히 곰을 조상신으로 하는 토템 신앙은 시베리아 일대에 분포한 퉁구스 족과 고아시아 족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신앙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단군 신화는 동북 아시아 일대의 고대 신화 유형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며, 그런 점에서 단군 신화는 이 지역 고대 국가의 건국 신화로서 전혀 손색 없는 내용과 구성을 갖추고 있다 하겠다.
하늘을 상징하는 환웅과 땅을 상징하는 웅녀와 같은 신성한 존재들의 결합이라는 전제를 통하여, 이들의 아들인 단군은 생래적으로 신성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단군의 신성성은 그 탄생에 그치지 않는다. 단군이 일반적인 인간과는 달리 천구백년이라는 초인간적인 장수를 누리며, 죽음으로 최후를 맞는 것이 아니라 아사달에 들어가 산신이 된다는 신화의 마지막 내용이 이러한 측면을 잘 보여 준다. 단군이 지상의 산신이 되었다는 점은 부여의 해모수가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내용과 유사하다.
그런데 단군은 서경에 도읍을 정했다가 아사달로 수도를 옮겨 천오백년간 통치를 했다. 그리고 400 동안 숨어지내다가 다시 아사달에서 산신이 되었고 결국 승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의 미스테리한 부분은 다양한 해석을 남겼지만 우리민족의 뿌리라는 점에서 단군을 무조건적으로 허구의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화적 접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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