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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일제강점기 3.1운동 때부터 6·25에 이르는 역사의 격변 속에서 조, 부. 손에 이르는 3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어지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격변적 역사의 중심에 선 손자 세대인 고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주인공 고현은 자신이 아직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3·1 만세 시위에 앞장선 아버지가 일경의 총탄에 맞고 죽어 유복자로 태어난다. 작가의 분신으로 추론되는 주인공 고현은 남을 괴롭히지도 않고 남한테서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개인주의 성향의 할아버지와, 기독교의 세례를 받고 ‘국가나 민족’ 같은 공동체적인 가치를 우선 추구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번민하는 인물이다.
어머니와 학교 선생님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아버지의 길을 따르라고 그에게 가르친다. 그러나 사회 현실에 무관심하며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 할아버지는 스스로를 믿으라고 주장하면서 타인의 일에 뛰어들어 불행을 자초하지 말라고 한다. 그의 가치관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로 대표되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관의 자장(磁場) 안에서 형성된다.
일제 말기에 현은 학병으로 전선에 투입된다. 그러나 ‘아시아의 해방’이라는 허구적 구호에 중독되어 살상을 자행하는 일제의 허망한 광기와 천박한 영웅주의에 염증을 느끼고 이내 탈주를 하기에 이른다. 학병에서 이탈한 현은 중국 공산주의 집단인 ‘팔로군’의 인민 해방 운동에 가담한다. 그러나 거기서도 인민 해방론자들의 집단주의적 광기를 겪으면서 그는 소심한 개인주의자로 기울어간다.
해방 뒤 여학교 교원이 된 현은 타자—역사에 대해 애써 외면하면서 자신의 일에만 충실하려고 한다. 그런데 교장이 교사 증축과 관련된 비리의 책임을 사상 운동과 끈이 닿는 다른 교사들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을 보게 되자 격동하는 역사 속에서 자기 보신만 생각하며 소극적 방관자로 지내던 그의 내부에서도 저항 의식이 꿈틀거린다.
얼마 뒤 6·25가 터지고, 현은 친구 연호를 만나게 된다. 프롤레타리아를 착취하는 자본주의에 대해 피의 복수로 응징할 것을 다짐하며 월북한 연호가 전쟁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 연호는 그에게 ‘인민’의 혁명 대열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그가 거절하자 연호는 혁명의 이름으로 조 선생의 아버지와 현의 할아버지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이를 목격한 고현의 내부에는 강렬한 저항의 불꽃이 일어난다. 총상을 입은 현은 고통과 혼미한 의식 속에서도 자신의 내부에서 타오르는 숱한 불꽃의 움직임을 응시하며, 그동안 지녀온 소극적인 삶의 방식을 청산할 것을 조용히 결의한다. 결국 <불꽃>의 주인공이 끝에 가서 보인 결의는 현실 문제에 대한 능동적인 참여를 암시한다.
선우휘(鮮宇煇, 1922~1986)는 저 유면한 전후소설 작가세대로 규정된다. 그는 손창섭과 장용학으로 대표되는 1950년대의 작가들이 대부분 폐허가 전후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들을 유폐시켰다면, 그는 현실적 행동을 형상화한다. 그리고 전쟁 체험 세대의 의식의 바탕에 단단히 자리잡은 반공 이념이 그의 소설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1950년대 전후 문학에 널리 퍼져 있던 병적 우울, 현실 도피, 패배, 체념주의를 부정 극복하는 길오 나아간다. 그는 이 시기 작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힘찬 남성적 어조로 전후 사회의 불안과 혼란스러운 상황을 행동으로 헤쳐나가는 인간상을 그려나간다.
선우휘는 1922년 평북 정주군에서 평범한 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1943년 경성사범학교를 졸업한다. 해방 직후에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로 사회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어 인천중학교 교사 등을 지낸 뒤 1949년 육군 소위로 입대한다. 6·25 때는 정훈(政訓) 장교로 임명되는데, 전쟁이 터지고 한 달쯤 지난 뒤 타고난 의협심과 용맹성을 발휘해 특수유격대에 지원한다. 9·28수복 뒤 그는 정훈국 평양 분실장으로 일하며, 1·4후퇴 때는 파괴된 대동강 철교 위에 가교를 설치해 한 사람이라도 더 피난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1958년 선우휘는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다. 그는 같은 해 단편 「테러리스트」 · 「화재」 · 「보복」 · 「승패」 · 「경제」 · 「오리와 계급장」 등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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