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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서로 알지 못하는 세 남자가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내면서 발생한 일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나’와 ‘안’은 자신들의 진심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심각하고 진지한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하나 가치 지향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삼십 대의 외판원 사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고뇌와 비애를 공유할 것을 간청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힌 ‘나’와 ‘안’에게 그 사내는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사내가 화재가 난 곳을 찾아가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버리는 행위는 허위적이고 비인간적인 삶에 대한 분노와 절망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세 사람이 여관으로 와서도 각각 다른 방을 쓰게 되고, ‘안’의 경우 외판원 사내가 자살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이를 말리지 않은 사실에서 인간적 유대가 없는 현대 사회의 소외는 극대화되고 결국에는 인간관계의 단절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작중 주인공인 나는 스물다섯 살 난 시골 출신의 평범한 인물로 육사(陸士) 시험에 실패하고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한다,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나’는 ‘안’이라는 냉소적인 성격의 대학원생을 우연히 만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며 무의미한 대화를 나눈다. '안' '나'와 동갑내기로 부잣집 장남이며 대학원생. 삶에 대해 냉소적이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지만 자기 구원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낯선 사내가 불쑥 다가와 오늘 아내가 죽었다고 하면서 함께하기를 부탁하고, ‘나’와 ‘안’은 그 사내와 함께 서울 밤거리를 돌아다닌다.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세 사람은 소방차를 따라가서 불구경을 하게 된다. 화재가 난 곳에서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불 속에 던지고는, 돌아가려는 ‘나’와 ‘안’에게 혼자 있기가 무섭다며 같이 있어 달라고 한다.
세 사람은 여관에 들어가게 되고, ‘나’는 사내를 생각해서 같은 방에 들어가기를 제안한다. 그러나 ‘안’은 각기 다른 방을 쓸 것을 주장하고, 결국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방에 묵게 된다. 서른 대여섯 살의 가난한 사내로 서적 외판원으로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판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괴로워하다가 여관방에서 자살한다. 다음 날 아침, 사내가 자살한 것을 알게 된 ‘안’은 그 사내를 살리는 길이 그를 혼자 두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한다. ‘나’와 ‘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여관에서 나와 헤어진다.
서울, 1964년 겨울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64년이며, 공간적 배경은 서울, 계절적 배경은 겨울이다. 작가가 이렇게 구체적인 배경을 제목으로 사용한 이유는 당시의 사회 현실과 관련이 있다. 1964년 도시 서울의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혼란한 사회 현실로 인해 자유를 박탈당한 채 우울하고 단절된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이 작품에서는 혹독하고 차디찬 계절인 겨울로 표현된 것이다.
구태여 시대황을 연결하자면 1964년은 6.25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되어 아직도 가난 속에 허덕이는 경제상황이 대한민국을 어렵게 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난 해이다. 가령 한일 국교 정상화가 있었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해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일본과의 식민지 지배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 참전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미국의 요청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기 시작한 해로서 우리나라가 군사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경제 발전에 몰두한 독재자로평가된 위정자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여 산업화와 근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거대 담론으로 개개인의 삶이 소외된 축면이 있었다. 그래서 김승옥에게는 개인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소중하여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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