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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권2 기이편(紀異篇), 제2 진성여대왕 거타지조에 수록되어 있는 이야기는 서해용왕가족과 당대의 명궁인 거타지에 관한 설화이다. 진성여왕 막내아들인 아찬 양패(良貝)가 무리를 이끌고 당나라에 사신으로 가는데, 이때 거타지도 궁사로 뽑혀 따라가게 되었다. 일행이 당나라로 가는 도중에 곡도(鵠島)에서 풍랑을 만나게 되었다. 양패가 사람을 시켜 점을 치게 하니 “섬 안에 신령한 못이 있어 여기서 제사를 지내야 풍랑이 멎는다.” 하므로, 일행은 그 못에 제물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니 못물이 높이 솟아올랐다.
그날 밤 양패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활을 잘 쏘는 사람 하나만 이 섬에 남겨 두고 떠나면 순풍을 얻으리라.” 하였다. 양패가 섬에 남을 자를 가리기 위하여 각자의 이름을 적은 목간(木簡: 글을 적은 나뭇조각) 50쪽을 만들어 물에 넣고 제비를 뽑으니 거타지라 쓴 목간이 물에 잠기었으므로 거타지만을 남기고 모두 떠났다.
거타지가 홀로 섬에 남아 수심에 쌓여 있자, 홀연히 한 노인이 못 가운데서 나오며 말하기를, 자기는 서해의 용신[西海若]인데 매일 해 뜰 때마다 하늘에서 한 중이 내려와 다라니[眞言]를 외며 못을 세 바퀴 돌면 자기와 가족들이 모두 물 위에 둥둥 뜨게 되고, 그 때마다 그 중이 자손들의 간(肝)을 하나씩 빼 먹어 지금은 자기 아내와 딸만 남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도 다시 그 중이 나타날 것이니 그때에는 그를 활로 쏘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거타지가 쾌히 승낙하니 노인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튿날 아침 거타지가 숨어서 그 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니, 과연 한 중이 내려와 주문을 외고 늙은 용의 간을 먹으려 하였다. 그 순간 거타지가 활을 쏘아 중을 맞히니, 중은 곧 늙은 여우로 변하여 땅에 떨어져 죽었다. 노인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거타지에게 자기의 딸을 아내로 삼아 달라고 하며 딸을 한 가지의 꽃으로 변하게 하여 거타지의 품속에 넣어주고, 두 마리 용에게 명하여 거타지를 받들고 사신 일행이 타고 가는 배를 뒤쫓아가 그 배를 호위하여 무사히 당나라에 도착하게 하였다.
당나라 사람들은 신라의 배를 두 마리의 용이 받들고 있는 것을 보고 임금에게 이를 아뢰니, 임금이 신라의 사신은 비상한 사람일 것이라고 여겨 성대히 대접하고 후한 상까지 내렸다. 고국에 돌아온 거타지는 꽃가지로 변한 노인의 딸을 다시 여자로 변하게 하여 그녀와 행복하게 살았다.
이 설화는 용의 구출을 모티프로 한다는 점에서, 『고려사』 세계(世系)에 보이는 「작제건설화(作帝建說話)」와 유사하다. 물론 이 설화가 시대적으로 앞서기 때문에 고려조의 설화가 거타지 설화를 차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작제건설화」에서 용 구출의 모티프는 항해 도중 풍랑이 사나워져서 점을 치니 고려 사람이 배에서 내려야 한다고 하여, 작제건이 섬에 내린다. 섬에 내린 작제건에게 서해 용왕이라는 노인이 나타나 부처의 모습을 한 자를 퇴치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작제건이 노인을 해하려는 부처를 활로 쏘아 죽이니 그 부처는 늙은 여우로 변하였다. 그 뒤 용왕의 딸과 작제건이 혼인하여 함께 잘 살았다는 내용으로 「거타지설화」와 매우 비슷하다. 다만 거타지설화에서 그의 부인이된 용왕의 딸은 평민과 결혼하여 숨죽이고 살았겠지만 작제건과 결혼한 용왕의 딸은 고려개국왕인 왕건의 조모가 된다.
거타지조의 용설화에서 가장 이상한 것은 어떻게 한낱 여우 요괴가 수십 수백의 용들을 다 잡아 먹을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용과 여우 요괴가 일 대 일로 싸워도 용이 이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우가 다라니 경을 외워서 서해바다 깊은 곳에 있는 용들을 하나씩 수면 위로 불러올려서 그 많은 용들의 간을 다 빼먹었다는 것이 의아한 것이다. 아마도 여우 요괴는 용들의 약점을 알고 있었고 결국 서해용궁은 멸문지화를 당한 것이다.
두 번째로 이상한 것은 용왕이 자신의 딸을 꽃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도 그동안 여우에게 항거하기 위해 자신들의 자손들을 다른 존재로 변신시켜 저항하거나 숨기지 못한 것이다.
세 번째로는 용왕의 유일한 후손인 용궁의 공주를 인간으로 변화시켜 인간세상의 여자로 살아가게 한 점이다. 용궁의 대를 잇고 서해 용가문을 번창하게 하려면 용왕의 변신 능력으로 차라리 거타지를 용을 변신시켜서 서해 용궁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용왕은 여우요괴의 위험이 사라진 이후에 자신의 공주를 위험한 인간세상으로 보낸 것이었다. 그리고 거타지는 신라의 왕족이나 귀족이 아니고 일개 궁사에 불과했다. 아마도 평민인 거타지에게 시집간 공주용은 고생을 상당히 하거나 심지어 귀족들에게 시련을 겪었을 것이다. 해피엔딩의 스토리가 신라로 돌아간 두 남녀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니 아마도 신분제의 한계가 없는 깊은 산이나 바닷가에서 숨어 살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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