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제임스 M. 케인의 『이중배상』-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소설책

by 북스톰 2026. 8. 25. 06:01

본문

반응형

 

제임스 M. 케인의 이중배상-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완전범죄의 미학과 하드보일드 추리

제임스 M. 케인(James M. Cain)이중배상(Double Indemnity)1930년대 미국 범죄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오늘날 누아르(noir)와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소설이다. 작품은 1936년 잡지에 연재된 뒤 1943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TIME2023년 선정한 The 100 Best Mystery and Thriller Books of All Time에 이 작품을 포함시켰다. TIME은 특히 이 작품을 누아르의 정수를 압축한 작품으로 평가하면서, 이후 누아르 장르가 반복해서 사용하게 되는 인물형과 플롯 장치를 확립한 작품으로 설명한다. 이중배상의 위대함은 이미 범인이 발혀졌다면 과연 독자는 무엇을 추리해야 하는가? 그리고 범인은 어떻게 자신의 범죄를 완전범죄로 만들려고 하는가? 그리고 그 완전범죄가 왜 무너지는가?에 초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이중배상의 독특한 추리 구조다. 이중배상을 읽으면서 독자는 주인공 월터 허프(Walter Huff)가 살인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거의 처음부터 알게 된다. 허프는 보험회사 직원이고, 어느 날 고객의 아내 필리스 니들링거(Phyllis Nirdlinger)를 만나면서 사건에 휘말린다. 필리스는 남편의 사고보험을 들고 싶다고 말했고 허프는 곧 그녀의 진짜 의도를 알아챈다. 그녀는 남편을 죽이고 보험금을 받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허프는 이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보험 전문가라는 점을 이용하여 어떻게 하면 보험회사를 속일 수 있는지를 계산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부터 독자는 탐정이 아니라 범인의 머릿속을 추리하게된다. 이것이 이중배상의 새로운 혁신이다.

 

스토리 속으로

작품의 주인공인 월터 허프는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유능한 보험 외판원이다. 어느 날 그는 자동차보험 갱신 문제로 필리스 니들링거의 집을 방문한다. 필리스는 남편의 사고보험에 대해 묻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그녀는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허프는 즉시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린다. 남편을 죽이고 보험금을 받으려는 것이다. 허프는 처음에는 거절한다. 하지만 필리스의 매력과 유혹, 그리고 무엇보다도 완전범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적 도전에 끌린다. 결국 그는 범행에 동참한다. 보험에는 특정한 조건의 사고사에 대해 일반 보험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double indemnity, 이중배상조항이 있다. 허프는 바로 이 조항을 이용한다. 필리스의 남편이 단순한 사고로 죽은 것처럼 만들고, 그 죽음이 보험계약의 이중배상 조건에 해당하도록 꾸미면 엄청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제목 이중배상은 단순히 보험 용어가 아니라 소설 전체의 역설이 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 번의 죽음으로 두 배의 돈을 얻으려는 인간의 욕망 그러나 결국 이중으로 돌아오는 것은 보험금이 아니라 죄와 파멸이다. 허프가 생각해낸 계획은 매우 치밀하다. 필리스의 남편이 기차를 이용하도록 만들고, 허프가 몰래 차에 숨어들어간 뒤 남편을 살해한다. 그 후 시체를 기차에서 떨어진 것처럼 위장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사고사로 생각할 것이다. 더욱이 보험회사는 이 사고를 이중배상 대상 사고로 판단하게 된다. 이것이 이중배상의 핵심적인 범죄 트릭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독창적인 트릭은 범인이 보험 전문가라는 것이다. 허프는 일반적인 살인범이 아니고 보험계약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허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살인 자체가 아니라 살인을 사고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케이스 매니저 바턴 키스가 등장한다. 허프에게 가장 위험한 인물은 경찰이 아니라, 보험회사의 보상 담당자 바턴 키스(Barton Keyes)이다. 그는 보험청구에서 나타나는 작은 이상을 찾아서 이 사건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이 탐정 역할을 하는 키스의 추리는 고전적 탐정과는 다르다. 키스는 통계나 확률 그리고 인간의 행동 패턴등을 연구하는 탐정이다. 주요인물들이 보험회사 직원들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이 금액으로 환산되는 순간, 돈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져버리는 내용이 이중배상의 제재가 된 것이다. 결말에서 허프는 필리스가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고 알게되고 필리스가 허프에게 총을 쏘고, 허프는 치명상을 입는다. 그러나 필리스는 두 번째 총을 쏘지 못하는 사이 허프는 그 순간 그녀를 죽인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모든 범죄를 기록하여 보험사 직원 키스에게 고백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이 난다.

 

팜므파탈 필리스

필리스는 이중배상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인물중 하나다. 그녀는 전형적인 팜므파탈(femme fatale)의 원형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히 악녀이지만 상당한 지적 능력이 있다. 그리고 필리스의 가장 무서운 점은 힘이 아니라 설득력으로 보인다. 그녀는 허프에게 명령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그녀는 오히려 월터 허프를 유혹해 그가 스스로 범죄를 선택하게 만든다. 필리스의 남편 살해에 동참한 월터 허프는 피해자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필리스는 범죄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허프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허프와 필리스의 관계는 진정한 사랑인가?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사실 그들의 관계에는 성적 욕망, 돈의 매력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의심과 배신이 뒤섞여 있다. TIME 역시 이 작품을 집착적이고 사랑 없는 사랑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이야기로 평가한다. 따라서 이중배상의 남녀관계는 로맨스가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성적 이끌림에 의한 범죄적 공모관계이기는 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서로를 이용한다.

 

 

 

전실 딸 롤라의 등장

피해자의 친 딸 롤라(Lola)는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녀는 계모 필리스를 살인자로 의심한다. 그리고 자신의 친 어머니가 죽었을 때도 필리스가 주변에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롤라의 존재는 허프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 준다. 허프는 처음에는 필리스와 함께 돈을 얻으려 했지만 롤라를 만나면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즉 롤라는 허프의 도덕적 각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롤라는 필리스를 의심하고 허프가 흔들리면서 결국 완전범죄를 지탱하던 신뢰의 구조가 붕괴된다허프와 필리스의 최후의 장면에서 필리스가 허프에게 총을 쏘고, 허프는 치명상을 입지만 그녀는 확인사살을 쏘지 못한다. 오히려 허프는 그 순간 그녀를 죽이고 소설이 끝난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새로운 형태

말타의 매가 탐정을 범죄세계의 한가운데로 데려갔다면, 이중배상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고 할 수 있다. 범죄자 자신을 주인공 화자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희한하게도 월터 허프라는 범죄자의 머릿속에서 사건을 경험하는 새로운 추리소설을 만나게 된다. 주인공인데 범죄자이고 독자는 그이 편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은 추리소설의 도덕적 상황을 뒤흔든다고 할 수 있다. 독자는 범죄를 싫어하면서도 범인의 논리를 이해하고 더러 동정하게 된다. 가령 허프가 범죄를 저지를 때 독자는 저렇게 하면 정말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완전범죄가 되겠는데와 같은 입장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독자가 범죄자의 편에서 추리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나의 생각

나는 이 책을 읽고 다음의 두 질문을 만들어냈다. 첫째, 과연 인간은 악해서 범죄를 저지르는가? 둘째, 누구나 특정한 환경에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가? 아마도 이것은 원작자 제임스 케인의 뛰어난 의도였을 수도 있다. 주인공 월터 허프는 처음부터 살인자가 아니었다. 그는 악인이 아니고 그저 평범한 보험 영업사원이었다. 그런 사람이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나? 단순한 금전욕, 필리스에 대한 성적 욕망, 완전범죄에 대한 도전심,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싶은 욕구.....아마도 그 모든 이유가 섞여 있을 수있을 것이다. 결국 이중배상은 범죄자의 악보다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범죄자가 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진 소설이다. 그런데 나는 허프의 심리추리를 하게된다. 허프는 왜 적극적으로 유혹하고 강요하지 않는 필리스에게 끌렸는가? 그리고 사랑했다면 마지막에는 왜 그녀를 죽였는가? 스스로 욕망에 무너진 자신이 억울했을까? 아니면 사랑이 식었을까? 남녀간의 사랑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