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세계 최고를 꿈꾼다. 그리고 그렇게 영웅이 되면 세계정복을 갈망하는 자들도 많다. 그러나 실상 세계정복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세계에는 많은 나라와 사람들이 있으며,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든 나라와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과 인력이 있어야 한다. 판타지가 아니라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정복을 시도하는 사람은 많은 다른 나라와 수 많은 사람들의 저항에 직면하고 세계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하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 그리고 그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누군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까?
냄새에 천부적인 능력을 타고난 한 남자가 향기로 세상을 지배하는 과정을 그린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대표작 『향수』가 그러한 세계를 보여준다. 나신으로 머리카락이 잘린 채 발견되는 스물다섯 명의 어린 소녀들과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려는 한 악마적 천재의 이야기는 아름다움의 극치라는 수준에서 인간사회의 법과 도덕을 초월하는 유미주의가 형상화되었다.
최고의 향수는 아름답기만 할뿐이다
유미주의의는 개인의 감정을 중시하고 현실을 초월하여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러나 유미주의에는 몇 가지 병폐가 있다 그것은 현실을 외면하고,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지나친 미의식만을 강조하여,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하고 예술에 대한 편협한 사고로 대중을 무시하게 되었다. 향수의 주인공 그르누이의 목표는 지상 최고의 향수, 즉 사람들의 사랑을 불러일으켜 그들을 지배할 수 있는 최고의 향기를 만들어 내는 데 있다. 그것을 위해 그는 살인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최고의 행수의 꿈은 허망하게 끝이 난다.
허황한 꿈의 향기
살인죄로 체포되어 그의 처형이 이루어지는 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가 형 집행장인 광장에 나타나자마자 사람들이 갑자기 무아지경에 빠져든 것이다. 그르누이가 죽인 스물다섯 명의 여인에게서 체취한 향기로 만든 향수를 바르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향수로 인해 욕정에 사로잡혀 살인광인 자신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증오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도시를 떠나 그가 살았던 파리로 간다. 거기에서 부랑자들 틈에서 그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만든 향수를 온몸에 뿌린다. 그러자 향기에 이끌린 부랑자들은 그르누이에게 달려든다. 알 수 없는 사랑의 향기에 취해 그의 육신을 모두 먹어 버린 것이다. 결국 최고의 그 무엇이나 세계의 정복 또한 타자에 대한 배려 없이는 불가능 한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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