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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7년의 밤>은 독서를 하는 내내 강하게 독자를 빨아들이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그녀의 3부작 소설시리즈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중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두 번째 시리즈인 <28>은 전염병을 다룬 판타지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는 박동해라는 악인이 등장한다. 세 번째인 <종의 기원>에는 역시 악은 역할로 사이코패스 한유진이 있다. 악의 3부작의 공통적인 특징은 악이 스토리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그로 인해서 한 세계가 붕괴되며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각자의 선택을 하고 행동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시리즈 작품들의 주인공은 대개 악인들이다. 혹은 악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일 수 있다. 정유정의 소설을 읽고 문득 떠오르는 것은 선과 악이라는 것은 과연 구분할 수가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선과 악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전직 야구선수였던 최현수는 세령호 댐 수문을 열어 세령 마을을 수몰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주민들을 죽게 만든 혐의로 체포됐다. 아버지가 구속되고 그의 아들 최서원은 현수의 부하직원이었던 안승환과 살게된다. 서원은 거의 숨어 살았다. 하지만 학교로 세령호 사건에 대한 기사가 담긴 잡지가 배송되고 학생들은 서원을 살인자 자식이라며 괴롭힌다. 몇 번이나 전학을 갔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결국 서원은 자퇴 후 승환과 떠돌아 다닌다.
이후 그들은 외딴 해안가 마을에 정착한다. 세령호 사건 후 7년 동안 사람들을 피해 살던 서원은 야간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청년들을 구조하게 된다. 이 일로 세간의 관심을 받자, 다시 누군가로부터 세령호의 재앙이 낱낱이 적힌 소설을 배달받는다. 그렇게 오랜 기간 잠들어있던 진실이 7년의 시간을 넘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7년의 밤>에서 중요한 소설의 제재는 물이다. 물은 양면성이 있다 생명의 원천이나 사람을 익사시키기도 하는 공포스러운 존재인 것이다. 교통사고로 세령을 죽인 현수는 사건을 감추기 위해 숨이 붙어있던 세령을 호수에 유기한다. 그 과정에서 현수가 세령호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그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한 공포의 심연과도 같다. <7년의 밤>은 한순간의 실수로 파멸을 향해 질주를 멈출 수 없었던 한 남자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만의 지옥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공포속에서 자신을 지켜낼 욕망 혹은 악의적 충동에 관한 이야기이다.
통상 소설에서 물이 상징하는 것은 시간성 즉, 역사성과 재생 그리고 죽음의 이미지 등으로 대략 그 범위를 정할 수 있다. 물의 흐름은 존재와 시간의 의미를 견지하며, 영원성과 순환, 조화의 통일성으로 시간의 표준을 만든다. 또한 재생의 의미에서는 물은 견실하며 부피를 가지므로 불과 같이 무형적 손실로써의 재정화가 아니라 재생의 수생적(水生的) 풍요로움을 갖는다. 그리고 물은 침잠하는 삶과 죽음의 상징성을 갖는다. 또한 물의 물질적 상상력은 존재의 실체를 끊임없이 변모시키는 근원적 운명으로 파악된다. 이 물은 실체 결합의 주제를 명백하게 하는데 가장 적합한 원소이며 실체를 동화시킨다. 한편 물과 흙의 결합은 반죽을 낳는다. 사실 반죽은 형식을 지우고 용해시키며 물에 의한 반죽은 가루들을 뭉치게 하고 형식을 와해시키는 것이다
독자들은 작품을 통하여 물의 상징성을 체험한다. 최현수가 교통사고를 낸 그날 밤 물의 이미지를 담은 술을 마셨고 인근 세령호에 세령을 빠뜨려 익사시킨 점에서 물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물은 이와 같이 생명이고 죽인 것처럼 선과 악도 단순하게 혹은 도식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닌 선에도 악에도 생명과 죽음이 들어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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