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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작가가 사랑하다 죽임을 당한 조선 시대 여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세종의 며느리였던 순빈 봉씨의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채홍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이다. <불의꽃>이라는 작품은 세종초 간통 사건으로 참형에 처해진 유씨 여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다.
작가는 단 한 줄의 짧은 세종대왕실록의 한 문장을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상서문의 내용은 -- 전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 유씨가 지신사 조서로와 통간하였는데 이를 국문하기를 청합니다. -- 세종실록에 나온 세종 5년 9월 25일 한줄의 기록이 김별아 작가의 모티브가 되었다. 예전에 연산조의 실록중 한줄에 불과한 광대 이야기에서 <왕의 남자>라는 시나리오가 탄생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상소문을 읽은 세종은 분노했고 즉각 자신의 측근이었던 조서로를 귀양보낸다. 간통에 연류된 여자 유씨 부인은 참수형에 처했다. 둘이 간통을 했는데 남자는 귀향이고 여자는 참수당했다. 나중에 세종도 자신의 그 같은 징계는 과했다며 후회한 것으로도 실록에 나온다.
그런데 김별아 작가는 유씨 부인의 죄에 주목했다. 그리고 부인의 시선으로 이 비극의 전모를 밝힌다. 그리고 자신은 죄가 있다면 사랑했다는 죄, 또한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원치 않고, 아무것도 알려하지 않은 죄거 자신의 죄라는 것이다. 참수를 앞둔 유씨 부인은 자신의 죄를 이렇게 자복한다. --사랑이라는 중죄라 기꺼이 죽습니다. 어리석고도 아름다운 죄가 내가 세상에 남기고 가져갈 유일한 것입니다. -- 그녕의 사랑은 그야말로 불타는 사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감별아 작가는 유씨 부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했는데 졸지에 머리가 잘리는 참수형을 당한다. 그리고 작가는 우씨 부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죽음을 무릎쓰고 진정한 사랑을 한 유씨 부인의 사랑은 용감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작가는 사랑 때문에 죽은 조선의 또 다른 여인 한명을 추가해 전체를 3부작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세종실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여인과 그녀의 욕망을 정면으로 다뤄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별아 작가는 이 3부작을 끝내면 여성을 벗어나 인간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라고도 했다. 어차피 사랑은 인간이 하는 것이고 인간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방법 중 하나가 불같은 사랑을 하는 인물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세종조 초기에 간통 사건으로 참형에 처해진 유씨 여인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불의 꽃>은 현대에서도 그 강렬함에 눈길이 가는 작품이다. 소설 미실의 작가, 그리고 채홍을 집필한 김별아가 세종조차 자신의 판결을 후회한 양반가 간통 사건을 다룬 것은 진정한 사랑 앞에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에의 몰입을 그려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연애를 하는 수많은 연인들이 스스로의 목숨 건 연인이 될 수 있을까? 비극적 순애보가 될 줄 알면서도 불같은 사랑을 해낼 수 있을까?
최근 신세대들은 애정관 결혼관이 과거에 비해 상당량 달라졌다 통계가 그것을 대변해준다. 젊은이들은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결혼자금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결혼 필요성을 못 느낌, 출산 · 양육 부담, 고용 상태 불안정, 결혼 상대 못 만남 등의 순이었다. 진정한 사랑이나 목숨을 건 사랑보다도 사랑의 조건이 우선시되는 것이다.
그리고 절반 이상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 비율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또한 그리고 이유가 있으면 이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비중 역시 점점 상승하고 있다. 비혼 출산에 동의하는 청년 비중은 40%를 기록했다.
만일 오늘날의 신세대들이 유씨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눠본다면 어떨까? 당시 뻔히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사랑을 과감하게 나눌 수 있을까? 조건을 앞세우는 사람들은 그런 사랑을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조건 없는 사랑과 조건부 사랑은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것이다. 오늘날의 가치관에서는 죽음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모험, 연애, 사업 등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지 그것이 제아무리 아름답고 진실한 것이라도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유씨 부인의 사람이 더 절절한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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