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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일본의 엔화가 약세여서 그런지 일본의 온천 여행을 많이들 다녀온다. 그리고 그 여행객 중 몇 명이 나에게 우리나라에는 일본처럼 유구한 역사가 깃든 온천이 없다고 푸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나라에도 천년 이상 오래된 온천이 많이 있고 신라시대에도 당시 사람들이 온천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예를 들면 동래온천은 천년 이전부터 온천으로 불렸다. 동래온천은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있는 온천으로, 지하철 역명이 ‘온천장’이 될 정도이니 그 명성은 충분히 가늠이 된다. 근게에 이르러 동래온천은 1883년 개항 이후 일본인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시대에 이른다. 신하시대의 백학 설화에 의하면, 신라시대 동래에 절름발이 노파가 한 명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집 근처 논에 학이 한 마리 날아왔다. 그 학도 노파와 같이 다리를 절룩거렸기에, 노파는 같은 처지의 학을 안쓰럽게 여겨 함께 지냈다. 사흘째 되던 날, 학은 다리가 완쾌되어 근처를 몇 바퀴 돌다가 힘차게 날아 떠나버렸는데, 노파가 이상하게 여겨 학이 있던 자리에 가보니 뜨거운 물이 솟아나고 있었고, 그 물에 다리를 담가 족욕을 한 노파는 며칠 뒤 다리가 완쾌되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사람들은 이곳을 온천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래온천은 천년 이상 된 온천이 되는 셈이다.
통일 신라 시대 때 부산 지역은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와 해운대, 각종 질병의 치료에 효험이 있는 동래 온천과 해운대 온천 등이 있어서 요양과 휴식이 가능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무열왕은 태종대를 찾아 활쏘기를 즐겼으며, 최치원은 신라 말에 중앙의 정치 사회에서 물러나 피곤한 심신을 휴식하기 위해 해운대에 머물렀다. 그리고 부산 지역의 온천은 신라의 국왕과 귀족들이 자주 찾아와 병을 치료하고 휴식하는 곳이었다. 해운대 온천은 알칼리성 단순 식염 온천으로, 라듐분이 함유되어 피부병·고혈압·류머티스·빈혈·소화기 질환 등 각종 성인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이 구남 온천으로 불렸는데 통일 신라시기의 진성 여왕은 어릴 적에 천연두를 앓아 해운대에서 온천욕을 하고 나았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동래 온천은 풍부한 수량과 염분을 주성분으로 하는 식염천으로, 피부병과 빈혈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국유사(三國遺事)』 에는 신라 제 31대 신문왕(神文王) 때 재상 충원공(忠元公)이 장산국, 즉 동래의 온천에서 목욕하고 성으로 돌아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미 이때부터 신라의 귀족들이 동래 온천에 내왕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도 온정은 동래현의 북쪽 5리 지점에 있다. 그 물은 달걀을 익힐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우며, 병자가 목욕하면 곧 치유되므로 신라 때에 왕이 여러 차례 이곳에 행차하였다. 이를 기념하여 네 곳에 돌을 쌓고 그 위에 구리 기둥을 세웠는데 그 자리가 지금도 남아 있다.”라고 온정(溫井)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를 통해 신라 당시부터 동래 온천은 매우 화려하고 석조로 만들어져 반석에 구리 기둥을 세웠으며 내외로 구분된 구조를 가진 왕실용 온천으로 존재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동래온천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도읍이 북쪽이어서 거리 문제로 왕이 동래온천을 공식적으로 찾은 적은 없지만 그래도 유명한 온천이어서 고려사 지리지에 동래현의 특징으로 온천이 있는 것을 따로 써놨고 이규보, 정포, 박효수, 양녕대군 그리고 왜관의 일본인들이 동래온천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온천의 온도가 닭고기도 익힐 수 있는 정도였다고 한다. 이용객이 많다 보니 온천을 관리하는 온정직이 생겼고 숙박을 위한 온정원과 역마까지 두었다고 한다. 요즘 스토리텔링이 대세이니만큼 하얀 학의 치료라는 주제로 동래온천을 재구성한 광고나 서사물이 나오면 다시 한번 더 온천을 재평가하고 더 널리 알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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