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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로리의 기버는 1993년에 출판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이 책은 동일성이 정부에 의해 강제되는 겉보기에는 유토피아적인 공동체를 배경으로 한다. 12세의 주인공인 조나스는 공동체의 기억 전달자로 선택된다. 기억 전달자는 공동체에서 유일하게 과거 세계의 기억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고통과 불행이 없는 완벽한 사회에서 살다가 사회에서는 직업이 선발되는 시스템에 의해 고통과 아름다움을 배우면서 그가 사는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이상향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빈틈없이 통제되어 감정이나 차별이 없다. 개인의 선택권이 없으며,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기억 전달자는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현재의 사회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조나스는 이전 기억전달자인 더 기버와 함께 과거의 기억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조나스는 기억을 전달받으면서 이 사회의 문제점과 한계를 깨닫는다. 그는 더 이상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탈출을 결심한다.
조나스는 더 기버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기억 전달자의 기억을 모두 공동체에 되돌려주기로 결정한다. 그는 이 사회를 떠나,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선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개성, 자유 의지, 기억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이상향인 유토피아와 같다고 생각한 조나스의 삶의 터전이 유토피아가 아닌 그 반대인 디스토피아 사회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암흑과도 같은 가짜 유토피아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일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두 동일한 사람들이라면 그것은 반목과 싸움이 없는 곳이겠지만 개성이 없는 지옥같은 곳이 아닐까? 작중에 설정된 기버의 공동체는 모든 사람이 같은 곳에서 사는 곳이다. 그들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일을 한다. 이 동일성은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여겨지지만 또한 창의력과 혁신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기억이 없다면 그것도 과거의 행복했던 일들에 대한 추억이 없는 곳이라 역시 지옥이나 다를 바 없다. 기버는 공동체에서 유일하게 과거의 세계를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그는 모든 사람들을 대신하여 고통, 기쁨, 사랑, 상실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그에게 세상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제공하고 동일성의 위험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의 폭력과 금기로 인해 희노애락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 평화가 아니라 폭력에 의한 감금에 다름 아닌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 : 자유 의지
기버의 공동체는 자유 의지가 없다. 모든 사람은 직업과 역할이 할당된다.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없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없다. 이 자유 의지의 부족은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행해진다. 그러나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어서 과거의 일들을 기억하고 반성하며 자랑스러워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작중 세계에서는 과거의 기억이 제거되었다. 조나스는 과거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가 과거가 중요하다고 믿는 것은 자신에게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에 대한 의미있는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를 잊으면 과거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도 종종 과거를 부정하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나 곰곰 생각을 반복하면 과거의 실패나 부끄러운 일이 현재 나에게 중요한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재 혹은 현실은 바로 과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현실의 본질 그리고 개성의 중요성이라는 키워드가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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