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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플레밍의 유작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소설책

by 북스톰 2026. 10. 1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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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플레밍의 유작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플레밍 최후의 본드 소설

이언 플레밍의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는 1965년 4월 1일,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유작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두 번 산다』에 이어 발표된 플레밍의 마지막 장편 본드 소설이다. 이 작품은 플레밍의 소설 가운데 상당히 특이한 위치에 있다. 문학적 완성도만 놓고 보면 초기 본드 작품들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당대 평론은 원고가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작품은 ‘본드가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본드 자신이 살인기계로 변해버린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추리소설적 가치를 지닌다. 특히 플레밍 사후의 유작이라는 사실 때문에 작품의 약점만을 강조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이 작품을 다시 평가하려는 시각도 나타났다. 플레밍 공식 사이트는 윌리엄 보이드가 이 작품을 플레밍의 ‘현실적인 본드 소설’ 가운데 하나로 재평가했다고 소개한다.

 

스토리 속으로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이전 작품 『두 번 산다』의 결말에서 이어진다. 본드는 일본에서 실종된 뒤 오랫동안 행방불명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어느 날 영국 정보부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자신이 제임스 본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M과 정보부는 그를 쉽게 믿을 수 없다. 왜냐하면 본드는 소련 측에 붙잡혀 세뇌와 재교육을 받은 상태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놀랍게도 자신의 상관 M을 암살하는 것이었다. 즉 소설은 처음부터 전통적인 본드 소설의 공식을 뒤집는다. 과거의 작품에서는 본드가 적을 추적하는 스토리였지만 여기서는 본드 자신이 적에게 이용당한 암살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긴다. 무엇보다도 영국첨보기관 수장인 M은 본드를 단순히 믿지 않는다. 그는 본드가 소련에 의해 세뇌되었을 가능성을 조사한다. 본드는 일종의 재활과 검증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M은 본드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암살자를 제거하라. 그 대상이 바로 프란시스코 스카라망가(Francisco Scaramanga)다. 스카라망가는 KGB의 훈련을 받은 암살자로, 황금 도금 Colt .45를 사용하는 인물이며 영국 정보요원들을 살해해온 인물이다. 스카라망가는 단순한 악당을 너머서서 세계 최고의 암살자라는 명성을 가진 인물이다. 그리고 자신의 무기를 황금으로 장식한다. 그의 총은 단순한 살인도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서명(signature)이다. 그가 사용하는 황금 총알에는 007이라는 숫자까지 새겨져 있다. 즉 그는 본드를 단순한 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대등한 사냥감으로 본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역전이 발생한다. 스카라망가 역시 본드를 사냥하는 것이다. 본드는 스카라망가를 찾기 위해 마크 해저드(Mark Hazard)라는 가명을 사용하여 스카라망가의 사업에 접근한다. 스카라망가는 살인청부업외에도 카지노, 마약 밀수, 매춘, 산업체에 대한 사보타주 그리고 정치적 거래 등에 깊숙하게 얽혀있다. 즉 본드는 한 명의 암살자인 스카라망가를 추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제적인 범죄 네트워크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본드는 우여곡절 끝에 스카라망가 조직에 침투한 뒤 그가 방화·마약 밀수·산업 사보타주까지 관여하고 있음을 알아내어 그를 죽이고 임무를 완수한다.

 

 

 

작품의 핵심 트릭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의 가장 독특한 점은 본드가 스카라망가를 추리하는 동시에 스카라망가도 본드를 추리한다는 것이다. 스카라망가는 경험이 많은 암살자이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본드의 말과 행동을 관찰한다. 본드 역시 스카라망가를 관찰한다. 따라서 두 사람 사이에는 상대적 역추리와 같은 상황이 전개된다. 그리고 황금총은 범행도구인 동시에 심리적 서명이라는 트릭이 있다. 스카라망가의 황금총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는 자신의 총을 금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실용성보다는 과시와 자기신화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황금 총알에 007이라는 숫자를 새겨놓는다. 이것은 본드에게 보내는 일종의 도전장이다. 스카라망가는 제임스본드 007과 자신의 대결을 전제로 그 숫자를 세긴 것이다. 이 소설에서 황금총은 세 가지 기능을 가진다. 첫째,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도구이다 둘째로는 범인의 친필 싸인과도 같은 서명 역할을 한다. 그총은 스카라망가의 서명인 것이다. 셋째로는 제임스 본드에게 보내는 도전장의 의미가 있다. 스카라망가는 007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황금총으로 진짜 007인 제임스 본드를 죽이려는 것이다. 이 트릭은 총이라는 물건 하나가 증거, 상징, 그리고 심리전의 도구를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이 플레밍의 트릭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생각

이 작품의 결말에서 두 암살자의 최종 대결 장면이 나온다. 마지막에 본드와 스카라망가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스카라망가는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본드는 그의 행동을 읽어내고 반격한다. 결국 스카라망가는 죽지만 제임스 본드 역시 거의 죽을 뻔한다는 것이다. 스카라망가를 쓰러뜨린 뒤에도 본드는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 결국 그는 살아남아 영국 정보부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이 소설에서 결말의 하이라이트는 본드가 이기기 어려운 상대인 스카라망가를 죽인 것보다도 본드 자신이 다시 본드가 된다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본드는 자심과 너무나 유사한 존재인 능력자이자 암살자, 스카라망가를 죽이는데 본드가 자신의 복제인간을 죽이는 정도로 본드와 스카라망가는 놀랄 정도로 닮았다. 둘 다 모두 총을 잘 쏜다. 또한 여성을 좋아하고 위험을 즐기면서 인간 사냥꾼이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두사람은 살인을 자신 직업의 일부로 받아들인 인물들이다. 공교롭게도 이언 플레밍은 마지막 작품에서 제임스본드를 살려놓고 자신은 실제로 사망한 것도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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