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의 흥미성

밀수 마피아를 추적하는 제임스 본드 스토리
이 작품은 플레밍의 소설 가운데에서도 특히 흥미롭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1956)는 『카지노 로얄』처럼 도박을 중심으로 한 심리추리도 아니고, 『문 레이커』처럼 국가적 음모를 추적하는 첩보추리도 아니다. 오히려 국제 다이아몬드 밀수라는 현실적인 범죄를 따라가면서 미국의 조직범죄, 라스베이거스의 도박문화, 위장잠입, 살인, 금융과 욕망을 결합한 ‘하드보일드 첩보추리’에 가깝다. 특히 1971년 숀 코너리 주연의 영화는 원작을 상당히 자유롭게 변형했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면 플레밍이 원래 어떤 추리소설을 쓰고 있었는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국제적인 다이아몬드 밀수망을 추적하라는 영국 재무부의 의뢰에서 시작된다. 본드는 체포된 운반책 피터 프랭크스로 신분을 바꾸어 밀수조직에 잠입하고, 미국 측 연락책 티파니 케이스를 만나 조직의 우두머리로 추정되는 'ABC'라는 인물을 추적한다. 『문 레이커』의 악당 드랙스가 처음부터 세계를 파괴하려는 거대한 악당이었다면,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범죄는 훨씬 현실적이다.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밀수한 다이아몬드를 국제 운반망으로 등장한 미국의 마피아가 라스베이거스에서 거액의 자금을 불법적으로 마련한다는 스토리는 범죄경제를 본드가 추적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추리소설인 것이다.

스토리 속으로
작품에서 사건의 발단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다. 다이아몬드가 광산에서 불법적으로 빼돌려지고, 그것이 국제적인 밀수망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간다. 영국 정부는 이 밀수 네트워크의 규모가 단순한 보석 밀수가 아니라 거대한 국제 범죄 조직의 자금원이라고 판단한다. 본드는 피터 프랭크스로 위장한다. 본드는 범죄 조직에 잠입하면서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가 되어 범죄 조직의 내부 논리를 직접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티파니 케이스를 만나게 된다. 티파니는 단순한 본드걸이 아니다. 그녀 역시 범죄세계에서 살아남은 인물이며, 조직의 연락책으로서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본드와 티파니는 서로 완전히 믿지 못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한다. 한편 작품의 추리적 긴장감을 만드는 또 하나의 장치는 범죄조직의 상층부다. 본드는 조직의 여러 인물을 만나지만 그 뒤에 있는 진짜 지배자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소설에서 핵심적인 범죄자는 스팽 형제(Jack Spang, Seraffimo Spang)다. 이들은 다이아몬드 밀수망을 운영하는 범죄조직의 핵심 인물이다. 특히 세라피모 스팽은 미국 서부의 폐광촌을 이용하여 자신의 범죄조직을 은폐한다. 추리탐정의 대가답게 본드는 다이아몬드의 밀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운반책의 정체가 마피아라는 것을 알아낸 다음 마피아 조직에 잠입하고 티파니 케이스를 통해 정보를 얻고 내부의 스팽 형제에게 접근하여 결국 마피아 다이아몬드 미술 범죄조직을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위장, 잠입, 정보수집, 심리전, 범죄 네트워크 추적, 이중신분이 모두 추리 기법으로 작동한다.
제목의 상징성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에서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고 하지만 인간의 삶은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통상적으로 역설기법은 겉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거나 모순되지만, 그 속에 깊은 진리나 감정을 담아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방법이기 때문에 모순이 있다. 영원한 것은 다이아몬드인데,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 인간은 영원히 살지 못하게 허무하게 죽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품은 단순한 첩보물이 아니라 돈과 욕망이 인간을 어떻게 범죄로 끌어들이는가를 보여주는 사회소설적 성격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국제 다이아몬드 밀수뿐 아니라 국제여행, 결혼, 그리고 삶의 덧없음을 다루는 작품인 것이다.
추리소설사에서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특별한 가치
이 작품의 추리소설사적 의미는 탐정소설의 공간을 국제범죄 네트워크로 확대했다는 데 있다. 고전 탐정소설은 대체로 어떤 저택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추적한 탐정이 예리한 수사로 그 범인을 잡는 구성을 갖춘다. 그런데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는 무대와 구성이 상당량 달라진다. 먼저 배경인 광산과 범죄사건인 밀수를 자행하는 국제조직 마피아조직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그리고 그 조직의 조직의 우두머리를 제거하는 제임스 본드라는 구조로 바꾼다. 즉 이 작품에서는 작가가 독자에게 사건이나 범죄자를 추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범죄 시스템을 추리하게 만든다. 이 작품의 핵심은 다이아몬드라는 물질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다이아몬드가 이동하는 경로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추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헛된 욕망이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하지 않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문학성과 흥미성을 아우르는 특별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나의 생각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영화보다 소설이 더 매력이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경우 화려한 액션이나 엄청난 스케일과 멋진 전투씬 등으로 영화가 소설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007영화들은 대부분 그렇다. 그런데 이 작품을 문학적으로 보면 소설이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소설적 가치는 영화보다 작은 스케일 속에서 인간에 대한 연구가 두드러진다. 실제로 소설에는 세계를 파괴하는 엄청난 레이저 위성이 없는 대신 엄청난 욕망의 인간들이 있다. 돈을 미친 듯이 탐하는 인간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 조직에 잠입한 제임스 본드가 매우 인간적으로 그려진다. 따라서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범죄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점에서 원작은 『문 레이커』보다 오히려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의 전통에 가까우며, 현실의 범죄와 사회를 관찰하는 이언 플레밍의 저널리스트적 시선이 강하게 드러난다. 1971년에 제작된 영화는 이러한 원작의 현실적인 범죄추리를 블로펠드·레이저 위성·라스베이거스·자동차 추격·유머라는 영화적 요소로 확대했다. 그 결과 원작의 추리적 밀도는 낮아졌지만 대중적 스펙터클은 크게 강화되었다. 실제로 영화는 원작의 스팽 형제를 블로펠드로 교체하고, 다이아몬드 밀수를 세계적 레이저 무기 음모로 바꾸었다. 그래서 소설의 가치와 영화의 가치는 서로 다르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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