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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인 경제 흐름과 돈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행각들이 나에게 혼란감을 주고 있다. 그래서 돈에 관해서 많은 고민을 한 철학자 게오르규 짐멜의 저서를 다시 읽었다. 이 텍스트는 그가 잡지에 발표한 글들과 그의 저서 <사회학. 사회화 형식들 연구>에 수록된 글을 선별하여 출판사에서 변역하여 우리말로 옮겼다. 당시 지배적이던 거대 구조에 대한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로부터 사회 현상을 읽고자 했던 짐멜의 사유가 잘 나타나있다고 할 수 있다. 짐멜은 대단히 난해하고 분석이 어려운 사회현상들을 돈, 여행, 유행, 모험, 성, 종교, 편지, 얼굴, 장신구, 식사, 손잡이 등과 같이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현상들을 통하여 그것들을 철학적 대상으로 간주하여 분석하였다. 철학자가 돈에 대한 사유를 이렇게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저술한 저서는 만나기 어렵다.
게오르그 짐멜은 1858년 베를린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부유한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1918년 슈트라스부르크에서 사망했다. 김나지움을 졸업한 후 베를린 대학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했으며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순조롭게 교수가 되지 못했다. 1885년에는 베를린 대학의 사강사 자리를 얻었고 칸트, 쇼펜하우어, 다윈, 니체 등에 대해 강의했다. 그의 강의는 학생들과 베를린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커다란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주변인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15년이 지난 1901년에야 겨우 베를린 대학의 부교수 지위를 획득했다. 그는 철학, 윤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고 인문학 전통에서 게오르크 짐멜은 독특하다. 그는 특히 돈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양면성을 본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돈의 의미가 사회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현대인은 농사를 비롯해 모든 노동을 돈으로 사서 이용한다. 타인의 노동을 이용한다는 건 타인과 사회관계를 맺는다는 말이다. 그는 돈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고 주장한다. 짐멜은 돈이 사회관계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표현한다고 했고 일종의 보편 척도로 과학 정신의 토대라고도 했다. 돈의 가치가 양면적이라는 말은 인간의 가치 또한 앵명적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 나는 재벌급 인사와 여려명이 함께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이 재벌에게 굽실대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그런데 누군가 나에게 강제로 인사를 하라고 해서 몹시 기분이 언짢았는데 결국 나도 재벌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기억이 있다. 그때 나도 모르게 재벌의 돈의 가치 중 양면적 의미를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현대문화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일견 상충되어 보이는 두 개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가 수평화, 평등화 그리고 먼 것까지도 동일한 조건 하에 결합시킴으로써 더욱더 광범위한 사회 영역을 창출하는 방향이다. 두 번째는 가장 개인적인 것을 성취하고 개인의 독립성 및 인격형성의 자율성을 보존하는 방향이다. 미디어나 경제력 등으로 거의 모든 것을 통합시키는 힘과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것을 지키려는 힘, 이 두 방향은 화폐경제에 의해 유지된다. 이는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통용되는 보편적인 이해관계, 결합수단 및 의사소통의 수단을 제공해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현저한 인격의 보존, 개체성 및 자유를 가능하게 해준다. 말하자면 구글이나 티스토리에서 통합되는 전체정보와 개별포스팅을 작성하는 필자는 통합되어 있는 전재로서 그리고 독립되어 있는 존재로서 양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짐멜은 일단 돈이 사람에게 자유를 준다고 본다. 누구나 돈이 있으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있으면 원치 않는 일에 매달려 수익을 얻게되는 불필요한 외적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의 돈이라는 파워를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사용하여 내면을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돈이 만든 자유의 힘은 돈이 사회를 평등화로 이끌고, 개인의 자유와 인격을 높인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돈의 긍정적인 면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주장한 돈이 양면적이란 사실에 의하면 돈은 엄청난 힘을 갖게되어 인간 위에 군림하게 된다는 것이다. 돈은 국가의 중심이고 돈으로서 한 국가가 다른 나라와의 비교우위를 점하게 된다. 그리고 돈이 개인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반면에 개인은 공동체에서 멀어진다. 모든 걸 돈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들은 가난한 이웃들과 유대를 맺을 필요가 없다. 그렇게 되면 사회는 돈으로 자행되는 차별, 위선, 매춘 등이 만연하게 된다. 짐멜은 이처럼 인간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스스로 구속되는 상황을 문화의 비극이라고 정의했다.
짐멜은 이러한 어려움을 벗어나는 길이 개인의 일상적 실천으로 내적, 문화적 역량을 길러, 돈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는 것에 달렸다고 한다. 결국 황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영혼을 회복하고, 인간관계를 되살리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것은 높은 차원의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평생 학계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좌파, 우파의 학자들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무기력한 부르주아 미학자로 평가절하된 이유도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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