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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선의 단편소설 <오발탄>은 6.25전쟁 직후의 혼란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송철호는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잃고 피난민으로 남하한다. 남한에서 철호는 정직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시대의 혼란과 억압 속에서 그의 삶은 점점 파괴되어 간다.
철호의 가족은 모두 전쟁의 피해자로, 그들의 삶은 모두 비극적이다. 철호의 어머니는 전쟁의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 이상자가 되고, 동생 영호는 방황하다 권총 강도로 전락한다. 철호의 아내도 아이를 낳다 죽고, 딸은 영양실조에 걸려 앓고 있다 한마디로 온 가족이 병약한 상태이다. 철호는 자신이 겪는 모든 불행이 자신 때문이 아니라 시대의 부조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을 조물주의 오발탄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겪는 고통과 비극을 시대의 비극으로 받아들인다.
이범선은 <오발탄>으로 해서 50년대의 대표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문학적 성장 과정은 그의 대표작이라는 <오발탄>을 정점으로 초기의 <학 마을 사람들> 등 많은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있다.
이범선은 1920년 평안 남도 안주군 신안주면에서 태어났다. 30세 때 월남하여 거제 고등학교에서 잠시 교편을 잡다가 36세가 되는 1955년 김동리(金東里)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지에 단편 <암표>(4월호)와 <일요일>(12월호)이 실림으로써 문단에 데뷔하였다. 1957년 《현대문학》에 <학 마을 사람들>을 발표하여 많은 문학인의 관심을 끌었고 이어 《사상계》 에 <사망 보류(死亡保留)>을 발표하여 작가로서의 이범선의 새로운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 후 그의 대표작이라 불려지는 <오발탄>을 《현대문학》에 1959발표하여 61년 제5회 동인 문학상(東仁文學賞)을 탔다. 그 후 오월 문예상(五月文藝賞) 장려상을 탄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장편 소설도 많이 발표하였는데 <동트는 하늘 밑에서> . <밤에 핀 해바라기> . <하오(下午)의 무지개> . <구름을 보는 여인> 등 신문 연재 소설을 발표하였다.
그의 이러한 창작 활동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작은 목소리로 꾸준히 창작을 이어왔다. 그의 많은 작품 중에 무엇이 대표작인가의 문제 중 초기작중 오발탄이 손에 꼽히지만 그의 대표작에 대한 논의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범선의 <오발탄>은 분명 다시 문학계를 뒤흔든 문제작이었다. 당시 한국 사회가 겪고 있던 허무주의를 가장 적나라하게 형상화한 작품이 오발탄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대의 대표성이 있는 인물이 겪는 생활의 압력에 의한 자포자기적 상태의 문제가 제시되었다. 주인공 철호와 같은 소시민 누구나가 겪고 있던 사회 부정에 대한 반감을 가장 직설적인 방법에 의해 소설화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시민의 생활과 양심, 민족적 비극인 6.25전쟁, 그리고 인간의 생존이라는 것들이 종합되어 하나의 작품으로서 서사를 이루는 <오발탄>은 작가 이범선이 주로 다룬 비극적인 삶의 절망 · 좌절 · 통곡 · 비애 등이 집약되어 있다. 작가는 인간에 대한 사회의 압력, 학대의 양과 질이 어느 만큼인가 하는 것을 아주 강렬하게 따지는 것이다.
이범선은 《현대한국문학전집(現代韓國文學全集)》의 창작 노트에서, 어느 날 일과를 끝내고 대야에 손을 씻으려고 담갔을 때 손에 묻은 잉크가 번져 나가는 것이 그의 혈관 속에 든 피가 새어나가는 것과 같은 착각을 가졌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실상 그러한 장면이 <오발탄>에 등장한다. 그의 초기작인 <학 마을 사람들>도 이러한 불행의 수레바퀴를 '피'로써 씻어 내고 있다.
인간, 가족, 민족의 혈연성은 타자를 남이 아니게 바라보게되는 근거가 된다. 이범선 작가는 우리에게 따뜻한 미소를 제시해준다. 그것은 그의 작중 인물의 인간 관계가 보여 주는 아름다운 양심과 선량한 인정의 가장 정감스러운 혈연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이 고발 문학적 성격이면서도 타자를 공격하지 않는 양심과 양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의 현실을 보는 입장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때문일지도 모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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