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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자를 위하여> 송영- 다채로운 삶에의 모색

소설책

by 북스톰 2023. 9. 2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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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자를 위하여> 송영- 다채로운 삶에의 모색

 

 

다양한 삶에 대한 시각의 변화

    다채로운 소재에 대한 모색과 지난날 신변기록에 얽매이던 서사의 빈곤함을 넘어서는 타계한 작가, 송영의 소설집을 다시 읽었다. 이 소설집의 특이한 현상은 해외소재가 상당량 나타난 점이었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적 입장에서 자아에 대한 정체성 문제, 실질적인 페미니즘, 해외에서의 한국인의 정체성 등을 다각적으로 모색한 고충의 흔적들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송영의 중단편 소설집 <발로자를 위하여>(창작과비평사)8년에 걸쳐 발표한 단편 아홉을 묶어 실었다. 송영의 소설들은 인간 탐구의 소설이라 이를 만하다. 그것은 것은 송영 소설이 다른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관심에 기반하고 있으며, 대답이 아닌 질문의 형식을 띠고 있다는 뜻이다.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대개 어떤 인물을 관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미완의 느낌을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러시아 페체르부르그 대학 동양어과 학생으로 한국인 여행자들의 가이드 노릇을 했던 발로자, 역시 러시아의 모스크바 변두리에서 만난 전직 교사 출신 가정부 니나, 이라크의 여대생 로라, 하숙방 동료인 난쟁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담배를 구걸하는 자칭 오실장 등이 관찰 대상이 되는 인물들이다. 낯설고 분명한 성격을 보여주지 않는 대상인물들은 송영 소설의 낯선 긴장감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소설집의 전반적인 내용 요약

    소설집 가운데 특히 자비와 동정은 매우 흥미롭다. 이 작품의 화자 36년만에 중학교 동창 성한경과 길에서 마주친다. 두 사람은 간신히 서로의 얼굴이나 기억할 정도로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지만, 중학 졸업반 시절 몇 달 동안 한 방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다. 오갈 데 없어진 가 학교를 그만두려 하자 성한경이 제 누추한 방을 거처로 제공한 것이다. 그때도 그들은 말이 같은 반이지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으며 그런 사정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마찬가지였다. 그로부터 36년 만에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난 것인데, 그 사이 한경은 큰스님이 되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근처 다방에 들어간 둘은 데면데면하게 차 한 잔을 마시고는 서둘러 자리를 파하고 헤어진다.

     이 소설이 주목되는 것은 중학 시절 한경의 행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답변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는 점에 있다. 그것을 단순히 그의 자비나 동정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의 기류는 인간 본성과 관계의 좀 더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측면을 생각하게 한다.

     수록작 중 모슬 기행은 작품 외적 흥미를 유발한다. 표제작은 최근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귀화 한국인 박노자씨를 주인공 삼았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모슬 기행은 작가가 10여 년 전 걸프전 직후 이라크를 여행한 체험을 담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이 작품을 말한다.

바그다드란 도시는 탄생 이래 1258년 몽골군의 말발굽에 짓밟혔고, 1393년엔 티무르 세력에 의해, 1534년엔 오스만쿠르크 군단에 의해 도시 전체가 불태워지고 파괴당했다. 여기에 최근의 걸프전 피폭까지 가세한다면 바그다드란 도시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송영 소설의 낯섬과 긴장은 많은 문학 습작기의 예비작가들에게 문장의 긴장감과 매혹적인 글쓰기의 전범이 될 만하다 하겠다. 특히 낯선 세계의 탐험은 여행의 상상력과 모험의 짜릿한 체험을 맛보게 한다는 점에서 독서의 쾌락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적지 않다.

 

대표작의 메시지

     표제작발로자를 위하여'발로자'라는 러시아 청년의 얘기를 빌려 전환기의 혼란상황에 처한 러시아 젊은이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작중 화자가 본 러시아 사람들은 선량하고 소박한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들이었고 가난하고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자신들의 문화에 자긍심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현실에서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자기의 초라한 삶을 완강하게 사랑하는 인물 발로자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실제로 작가 송영이 알고 지낸 러시아 청년 발로자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인물은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라는 책을 쓴 박노자라고 알려져 있다. 작가의 말에서 송영은 발로자와의 "국적과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이 우정은 내게 아주 소중하고 신선한 경험이었고 지금은 멋진 기억이 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의 현실적 상황과 인간의 선의를 과장 없이 그려낸 이 작품은 생경하지만 생생한 스토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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