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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이야기」로 작가생활을 시작한 최일남은 57년 비슷한 작품 「진달래」를 발표하고 한 동안 절필한다. 기자생활을 하던 작가는 재기작인 「가을 나들이」(1972)로 재등장한다. 이후 훼손된 가치를 드러내는 구체적 내용을 다룬 작품들을 쓰게 된다. 기존 평가에 의하면 그의 소설은 주로 훼손되지 않은 본래적 세계에 대한 희구 혹은 인간다움의 본질을 문제시한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성은 현실세계의 타락상을 풍자적으로 그려내는 데에서 출발하게 된다. 그러한 풍자성은 채만식을 연상시키는 입심 좋은 문체와도 깊은 연관이 있게 된다.
기자출신으로서 최일남이 가장 주목한 문제의 영역은 급속한 도시화의 고정에서 비롯한 사회구조적인 모순과 그 속에서 빚어지는 인간성 상실의 문제이다. 문제시되는 인물들이란 다름아닌 속물들이다. 그들은 물질주의나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거나 과장하려는 자들이다. 이때 작자의 렌즈는 도시에서 출세한 촌놈들의 허위성에 그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것은 바로 세태풍자의 한 면목이 되는 것이다.
언론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한 최일남 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이 2023년 5월 28일 별세했다.고인은 1932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2학년이던 1953년 잡지 <문예>에 단편소설 ‘쑥 이야기’가 추천된 데 이어 1956년 <현대문학>에 단편 ‘파양’이 추천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쑥 이야기’는 “밥꼴을 못 보고 아침저녁을 거의 쑥죽으로만 살”아야 했던 가난한 농촌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작가 자신은 이 작품을 가리켜 “가난을 순한 어조로 묘사한 단편”이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표현했다.
최일남은 1959년 <민국일보> 문화부장이 되면서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1961년에는 <경향신문> 문화부장을 거쳐 1963년 <동아일보>로 적을 옮겨 문화부장과 신동아부장, 조사부장, 부국장 등을 역임했지만 1980년 신군부의 언론 탄압 때 해직된다. 해직된 뒤에도 <신동아>에 장문의 인터뷰 기사를 연재하며 인터뷰집 <그 말 정말입니까>를 펴내기도 한 그는 1984년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 복직했다. 1980년대 중반 그의 시사 칼럼은 김중배 칼럼과 함께 독자들의 분노를 대변하고 희망의 길을 일러주었다. 그는 1988년 <한겨레신문>이 창간될 때 논설위원으로 합류해서 논설고문을 역임했다. 창간 초기 <한겨레신문> 1면에는 ‘한겨레 논단’이라는 기명칼럼이 실려 독자들의 인기를 끌었는데, 최일남과 리영희, 변형윤, 조영래 등이 번갈아 가며 글을 썼다. 나중에는 강만길, 박완서, 백낙청, 한승헌 등이 필자로 합류했다.
언론인으로 일하면서도 소설을 꾸준히 발표한 그는 1975년 소설집 <서울 사람들>을 펴낸 것을 필두로 소설집 <춘자의 사계> <홰치는 소리> <누님의 겨울> 등과 장편 <거룩한 응달> <흔들리는 배> <하얀 손> 등의 장편을 내놓는다. 최일남의 당대 소설들은 소시민들의 속물성을 풍자적·해학적으로 묘사하는 데에서 특장점을 보였다.
제10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흐르는 북>에서는 3대의 모습이 각각 세대적 의미를 갖고 본원적 삶과 속물적 삶을 대비시키고 있다. 도시 노인의 유기성과 대학생 손자의 시국 저항성이 묘한 일체감으로 형상화되면서 2세대인 아들 세대가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변동기에 노인의 삶과 그가 찾고자 하는 진실성의 문제가 시간적 배경을 넘어서서 손자가 희구하는 사회체제 혹은 순수성의 표현이 이 작품을 노인소설 혹은 대학생 소설이라는 협의적 소설장르로 성격화하게 된다. 그것은 노인의 추방, 무력감, 고독, 위계질서의 파괴, 소외와 단절 등으로 나타난다. 노인은 자손들에게 무시되고 그가 목표로 하는 진실과 삶은 사회에서 배제된다. 노인의 개체성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 위화 현상이 도시라는 혹은 핵가족이라는 새로운 질서에 의해 변질되고 소외되는 점이 이 소설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또 다른 축으로는 소위 대학생 소설이라는 측면에서의 접근이 가능하다. 대학생의 순수함으로 문제시되는 기존질서에 대한 저항과 그 행동으로 나타나는 시위와 구속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대학생 소설의 특징은 다음의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첫째, 반항자와 희생자의 양면적 성격으로 그려지는 순수한 양심의 자아의 형상화이다. 둘째 대학생들은 반권위주의적 의식의 소유자들이다. 그들은 구가치적 체제뿐만 아니라 집안의 부조리한 가부장적 친권까지도 부정하게 된다. 신구 세대론 적인 입장에서 부성의 권위는 배제되거니 부정된다. 그리고 셋째 대학생들은 그들의 아이덴터티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우리적인 것 가령 전통문화나, 학습에 매진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탈춤의 등장이 그것이다.
이러한 노인문제와 대학생의 문제가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일대의 잡초와 같은 민중예술에 일생을 보낸 북쟁이 노인과 그 손자인 운동권 대학생이 민중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와 동란과 경제발전기의 변혁기에 젊을 바친 아들세대가 부정적으로 형상화 되어있다.
실제 사회에서 소외되어온 계층에 속하는 노인과 체제에 의해 억압받는 운동권 대학생이 작중에서 역으로 그려지는 것은 작자의 의도가 민중과 부르조아 나뉘는 사회집단을 전자에 편파적인 입장에 서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세대적인 갈등이 사회적 흐름과 맥을 잇고 가정과 사회에서 세대적 사회적 갈등을 엮어내는 관계성은 전대부정과 그 갈등에 기인한다. 세대가 다른 부자는 서로를 불신한다.
<흐르는 북>은 3대의 가족사적 성격을 띄고 있지만 선대를 불신하거나 부정하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북쟁이 노인 민익태와 고급관리인 민대찬, 대학생 민성규는 2대가 1대를 3대가 2대를 각각 불신과 부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3대는 1대에게 아무런 저항이나 불신이 없고 오히려 공감의 연속성이 깊숙이 설정되어 있다.
결국 작품을 읽고나면 삶의 진실을 추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점이 문제시되지 않을 수 없다. 노인과의 관계에서는 윤리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아들과 딸이 자신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부친을 아파트 밖으로 내몬다든지 잔소리를 해대는 등의 행위는 도시노인의 삶의 소외, 무의미성을 드러낸다. 그때 현대사회에서 윤리적 타락상이 드러나며 그 속에 진실을 찾는 시대적 맥락이 연결되고 있다. 사회적 조건으로서의 시간적 배경에 대해 자아가 같는 진실성은 시대를 건너서 그 의의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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