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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달의 기억> 서준환 - 초언어로서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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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톰 2023. 9. 2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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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달의 기억> 서준환 - 초언어로서의 소설

 

서준환 소설의 언어력

    서준환의 첫번째 소설집 <너는 달의 기억>(문학과지성사)은 유독 언어의 전략적 힘이 느껴진다. 이 소설집에 백인 양키들의 무자비한 근대성에 상처입은 흑인 소년의 영혼이 아른거리기를 소망한다는 작가는, 전위적 문학의 전통 속에서 극단적인 예외성을 추구한다. 언어와 현실의 관련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언어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작가는 언어의 지시적 측면을 부정하고 현실의 구속력을 벗어나서 생성된 자유로운 언어의 공간 속에 기이한 꿈처럼 독특한 환상의 세계를 구축한다. 서사와 소설의 얼개마저도 해체시키는 소설은 실체로서의 권위와 정형화되고 관습화된 것들을 훼손하려는 현대 예술의 역할에 보다 근접해 있으며, 그것을 넘어서는 한편, 언어의 근원적인 허구성을 밝히기 위해 시도한다. 한마디로 전위적이고 모더니즘적인 문학과 예술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소설집이다.

     「수족관」 「너는 달의 기억」 「외출」 「변기」 「투틀즈와 타이거릴리는 죽었다」 「무숙자」 「초연한 내맡김이상 모두 7편에서 나름대로의 특수한 언어력이 감지된다.

 

소설 언어의 특수성

    소설은 언어예술이면서도 소설 특유의 담론적 구조를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소설은 허구적인 이야기를 언어구조의 담론으로 형태화하여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담론적 구조는 일차적으로 텍스트의 형성에서의 구조와 그 표현의 특이성에 의한 모체화의 도정이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소설의 담론구조는 소설의 표층구조와 심층구조와 같은 구조와 서술의 수준과 화행, 스토리의 외적 화자에 의해 서술되는 상위의 서사수준, 그리고 스토리 내적 화자에 의해 서술되는 하위의 스토리 수준, 그리고 개성적인 표현의 특이성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것은 또한 허구적 서사물로서의 소설을 소설이 되게 하는 구조이며, 문학의 내적 논리의 전개양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소설의 담론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과 공간의 관계이다.

     소설의 담론구조는 생산이나 반영 그리고 수용의 측면이 아닌 텍스트의 구조의 측면에 대한 소설의 접근이다. 소설의 구조와 그 서술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문학의 장치이기 때문에 담론적 구조는 구조와 서술의 양면을 포괄하는 것으로 제재를 통한 작가의 세계인식이나 서정을 형상화하고 따라서 소설의 이해나 창작에 있어서 이야기를 담론화하는 구조와 그 서술 양식에 의한 소설의 형상화의 접근이 중요한 것이다. 담론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언어의 사용이다. 통상적인 언어인가 아니면 전략적인 언어인가가 언어의 힘을 좌우하고 작품 형상화를 뒷받침해준다.

 

문학형상화의 새로운 도전

     문학의 통상적인 관습을 넘어서 예외성을 추구하는 문학이 있다. 이런 문학에서는 규칙의 위반이 문학성을 위해 허용되는 불가피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추구되어야 할 목적이 된다. 여기서 예외성은 문학성과 동의어이다. 기존 언어의 형식과 규칙을 과격하게 파괴하는 전위적, 실험적 문학이 여기에 해당된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을 해체한다. 김태환에 따르면 서준환 소설 속의 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사용된다. 예컨대 는 글이나 말 속에서 이미 언급된, ‘이외의 어떤 사람을 가리킨다. 대명사는 원래 등장인물 중 누구라도 가리킬 수 있는 말이며 근접해 있는 보통 명사나 고유 명사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무숙자에서 주인공인 는 항상 이며 다른 등장인물들은 항상 다른 등장인물들이다. 대명사가 지닌 고유의 기능이 파괴된 것이다. 이러한 대명사의 파괴는 다른 소설에서도 드러난다. 변기에 등장하는 Y노인과 그 아들인 TY노인이 변기에 빨려들어간 뒤 나타난 로 다시 등장한다. Y노인인 것 같기도 하고 또 T인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인물이다. 그러나 Y노인도, T도 아니며, 이들과 완전히 무관한 것도 아닌 제3의 인물이다.

     이렇게 서준환의 소설에서 는 고유 명사와의 관련을 잃고 독자적인 기호가 되며 특정한 개인의 경계 역시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묘사의 사용은 특정한 인물에게 귀속되어야 마땅해 보이는 부분들이 이중, 삼중으로 다른 인물들에게 적용된다.

 

언어를 넘어서는 서준환 소설의 특질

     서준환의 소설 속에는 유사하게 반복되면서 변주되는 장면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언어의 지시성이 부정되는 과정에서 독자는 한편으로는 현란한 음악적 변주를 듣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물과 사건들이 모든 상식과 현실 논리를 뛰어넘어 부단한 증식과 복제, 변형, 합성, 분열, 대치를 거듭하는 환상적 세계와 대면하게 된다. 소설의 음악적 구성은 소설이 불러일으키는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조응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언어 규칙을 파괴하고 통사론을 파괴하는 의도는 동일성의 파괴에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혼란스런 환상적 세계에서 동일한 것의 끊임없는 반복과 변주로 고도의 통일성 있는 구성을 갖춘 바하적인 음악 연주를 방불케 하려는 것은 아닐까.

     한 작품에 드러나는 등장인물조차 그 실체가 불분명하며 끊임없는 마디의 변주와 반복을 통해서 서사와 소설의 얼개마저도 해체하고 있는 그의 소설은, 실체로서의 권위와 정형화되고 관습화된 것들에 대해 흠집을 내려는 현대 예술의 역할에 보다 근접해 있으면서 그것을 넘어서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의 정상성을 파괴하는 예외적 언어로서의 문학은 어쩌면 언어를 넘어서는 음악적인 힘의 추구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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