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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는 자신이 악몽을 꾸었으니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말하고 얼마 후 국군인 외삼촌의 전사 소식이 전해지고 가족들은 슬픔에 빠진다. 나는 할머니에게 삼촌을 팔아먹은 사람으로 욕을 먹었다. 외할머니는 이런 나를 불쌍하게 생각했다. 공산당에게 자신의 아들이 죽은 외할머니는 공산당이 망하기를 저주했고, 아들이 빨치산이었던 할머니와 갈등이 시작된다.
나는 과거에 초콜렛에 속아 모르는 아저씨에게 삼촌의 행방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아빠는 일주일간 경찰에 끌려가 고생한다. 삼촌은 빨치산으로 북한군이 밀려나면서 산에서 숨어지냈는데 언젠가 북한군이 다시 내려올 희망을 가지고 자수를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삼촌이 집에 나타나고 가족들은 자수를 권한다. 삼촌은 가족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하더니 도망가버렸다.
전쟁이 심화되고 가족들은 삼촌이 죽지 않았을까 걱정한다. 할머니는 점쟁이에게 무슨날 무슨시에 삼촌이 온다는 말을 듣고 그날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는 등 삼촌을 맞을 준비를 한다. 가족들은 그날 삼촌이 올까 의문을 가지며 기다렸지만, 결국 삼촌은 오지 않았다. 대신 구렁이가 나타난다. 할머니를 구렁이를 보고 기절한다. 외할머니는 구렁이를 삼촌이라고 생각해 달래주고,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워서 구렁이를 쫓아낸다. 구렁이가 가고 할머니는 외할머니에게 감사 인사를 표하며 화해한다. 며칠 후 할머니는 세상을 떠난다.
나는 작중 화자로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6.25전쟁 상황과 집안을 바라본다. 그리고 할머니는 외삼촌이 죽은 뒤 외할머니와 갈등하며, 무당에게서 들은 삼촌이 돌아온다는 말을 믿는 인물이다. 한편 외할머니는 전쟁 중 가족들을 데리고 사돈댁인 할머니의 집에 얹혀사는 인물로 할머니와 갈등하지만 결국 화해한다. 그리고 외삼촌은 국군이지만 빨치산인 삼촌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이고 작중에서 전사한다. 그리고 친삼촌은 빨치산으로 다시 북한국이 내려올 거라 생각하고 산 속에서 숨어지낸다.
이런 가족관계는 일견 엄청난 비극이 우리 주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존재했던 시절의 아이러니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전쟁과 이념 대립으로 인한 가족들의 비극과 민족적 정서로 통한 갈등 극복 및 화해를 형상화한다. 이 소설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크다 하겠다. 이 사회가 그 언제보다도 더 이념과 좌우익 대립이 첨예한 시절이어서 더 그렇다.
윤흥길은 원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대표작으로는 <장마>, <완장>,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이 있으며, 인간의 근원적인 갈등과 민족적 의식의 저변에 위치한 삶의 풍속도를 예리하게 파헤치는 솜씨를 지닌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장마라는 공간적 배경을 통해 이념 대립의 고통과 지속성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하강하는 물의 이미지와 분위기가 비극성을 더 무겁게만들기 바련이다. 그런데 작가는 무속 신앙을 바탕으로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리고 순진무구한 어린 화자를 등장시켜 전쟁의 고통과 이념 대립을 바라보게 한다. 이땅에 공산주의 자본주의가 들어오기 이전의 무속과 토착의 세상 그리고 아직 성국하지 않은 순진한 아이의 근원적인 선량함은 이념으로 인한 전쟁을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것은 아닐까?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마라는 소재는 작가의 말처럼 세상을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는 이 장마는 우리 민족에게 닥쳐온 전쟁이라는 비극을 상징한다. 장마 기간 내내 반목하던 두 할머니가 화해한다는 결말로 끝나는 것도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것을 작가가 암시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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