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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마스 만의 마의 산(1924)은 소위 사회적 휴머니즘이라는 작가 특유의 문학적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토마스 만의 사상 전환과 관련하여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는데, 초기의 대립적 인생관을 극복하여 대립에 지배당하지 않고 역으로 대립을 지배하고 전진하는 것이 인간의 이상적인 생활방식이라는 사상을 제기하였다. 해석의 관점에 따라 성장소설, 교양소설, 시대소설, 시간소설, 성년입문소설 등으로 분류된다.
마의 산은 소설의 공간적 배경인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요양원을 상징한다. 제1차 세계 대전 전에 시민사회가 끝난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설로서 토마스 만이 전통적인 문화와 사회의 죽음을 형상화하는 데 사용한 이미지는 요양원의 세계이다. 요양원의 모습을 통해 한 문화 전체가 몰락하는 것을 묘사하고, 주인공 카스토르프의 개인적 삶을 통해 시민적 주체가 사라지는 것을 형상화한다.
1912년 토마스 만의 배우자 카티아가 폐렴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스위스 그라우뷘덴 주 다보스의 요양소에 입원했을 때 토마스 만이 문병을 가 3주간 그곳에서 체재하면서 얻은 체험을 토대로 쓰여졌는데, 제1차 세계 대전이 중도에 발발했기 때문에 집필에 12년이 걸렸다.
《마의 산》은 죽음에 대해 전혀 고민해 본 적이 없는 23세의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가 죽음을 대면하면서 인식의 변화를 겪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천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은 선과 사랑을 위해 결코 죽음에 자기 사고의 지배권을 내주어서는 안 된다'라는 문장에 나타나 있다. 토마스 만은 이 문장만 이탤릭체로 표기했을 정도로, 잔인한 현실 앞에 이상을 저버리지 말자는 주장을 했다.
23세의 상인 카스토르프는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다보스의 요양원에 있는 사촌 형제 요아힘 침센을 문병 갔다가 그곳 의사에게서 흉부 질환이 있음을 주의받아 7년간 요양원 생활을 하게 된다. 생명의 위험이 예보(豫報)된 사람들의 사회는 반대로 생에 염증을 느낀 세계이기도 하다. 남이 하는 짓을 흉내내고, 심령술(心靈術)이나 우표수집 등의 놀이가 무질서하게 유행한다.
고원에 위치한 요양원에는 전 유럽에서 유복한 환자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독일 등지에서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서 오지만, 다른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고는 그들에게도 머지않은 장래에 동일한 운명이 닥칠 것이라고 예감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죽음에 이르지 않은 사람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안정을 취할 뿐이다. 그것은 죽음과 다를 바 없다. 요양원에서의 일상은 본질적으로 네 가지 일로 제한되어 있다. 먹고, 대화하고, 누워 있고, 치료를 받는 일 등이다. 하루 중 다섯 번 하게 되는 풍성한 식사는 일곱 개의 식탁이 갖추어져 있는 식당에 차려지며, 요양객들은 그곳으로 모여든다.
수많은 사람들을 겪으면서 카스토르프는 영적으로 성장한다. 수많은 환자들이 죽어나가거나 미쳐버리는 마의 산에서 카스토르프는 꿈을 꾸는데, 시간을 잊어버리고 몽환의 상태에서 어떤 경계 지역에 도착한다. 그곳은 삶과 죽음, 각성과 꿈, 문화와 자연, 시간성과 비시간성 사이의 중간 지점이다. 시간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눈으로 뒤덮인 요양원의 세계, 지향점을 찾는 카스토르프가 겪는 혼란, 형식들의 해체, 삶과 죽음의 근접성, 지속적으로 해체되는 인간의 존재 형식을 나타내는 표지로서의 시간 개념의 상실이다. 그리고 카스토르프는 병과 죽음이 지배하는 요양원에서 하산하고 현실적 삶으로 방향을 돌려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다. 이렇게 그는 내적으로 혹은 영적으로 성숙해졌다고 할 수 있다.
1875년 독일 북부의 뤼베크에서 토마스 요한 하인리히 만과 율리아 다 실바 브룬스 부부의 차남으로 태어난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북부 독일인으로 엄격하고 강직한 사람이었으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브라질계였던 어머니는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러한 부모님의 기질 차이로 인해 성장 시절 그가 겪었던 고뇌와 방황은 후일 토니오 크뢰거(Tonio Kröger)라는 자전적 소설에서도 시민 대 예술가라는 대립을 형상화한다. 1891년 그의 아버지가 사망하자 아예 가족들은 뮌헨으로 이사한다. 어머니가 먼저 이주했고, 토마스 만은 김나지움을 졸업한 이후에 이주했다. 이후 1933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망명하기까지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뮌헨에서 생활한다. 뮌헨에서 뮌헨 대학교에 청강생으로 진학한 만은 작가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경제, 역사, 문학 등 다양한 공부를 한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휴머니스트 성향의 만은 여러 정치적 논설을 발표하며 빌헬름 2세와 전쟁의 비참함을 고발한다. 물론 당시 독일 내의 분위기에서 이런 행동은 나쁜 반응을 불러왔다. 또한 12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에 걸쳐 작성한 걸작인 마의 산을 1924년 발표하며 독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발돋움한다. 그리고 1901년 발표했던 장편소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로 192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 그는 프랑스를 거쳐 1938년 미국으로 망명하여 프린스턴 대학교의 교수로 재임한다. 이후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만은 BBC의 반 나치 독일어 방송을 진행한다. 전쟁이 끝난 후 토마스 만은 유럽으로 돌아와 스위스 취리히에서 생활한다. 독일 국적을 포기한 것도, 독일 방문을 거부한 것도 아니었지만 독일에서 거주하지는 않으며 여생을 보내다 1955년 취리히에서 사망한다. 휴머니스트이자 소설가인 토마스 만의 정의로운 삶은 그렇게 마감되었다. 토마스 만에서 우리가 배울점은 그야말로 용기있는 휴머니스트로서의 자세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만일 독재자의 시대를 또 살게된다면 그처럼 맞설 수 있을까 하고 곰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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