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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헤르만 헤세는 중병에 걸린 젊은 작가의 출판 대리인으로 나서겠다며 원고 한 편을 출판사에 넘긴다. 주인공과 동명인 ‘에밀 싱클레어’란 작가가 쓴 이 책은 출판과 동시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 책의 진짜 작가는 헤르만 헤세였다는 사실이 곧 알려졌는데, 헤세는 유명 작가의 낙인을 벗고 젊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가명으로 작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데미안》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상처받은 젊은이들의 마음에 큰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장소설 중 하나인 《데미안》은 성장의 과정이란 누구에게나 아프고 괴롭다는 것을 보편적으로 인식하게 만든 소설이다. 헤세의 소설 중 가장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융 심리학의 영향을 받은 심층 구조를 지니고 있다. 헤세는 자신이 정신분석을 받았을 때의 경험을 토대로 ‘진정한 자아의 표상’으로서 데미안을 창조했으며, 이 소설 자체가 데미안이 되어가는 싱클레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금지된 세계에 호기심을 느끼던 열 살 무렵의 에밀 싱클레어는 동네의 불량배인 프란츠 크로머에게 트집을 잡혀 어두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싱클레어의 학교에 새로 전학을 온 데미안은 크로머와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싱클레어가 선악의 이분법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싱클레어는 한동안 방탕한 생활을 하며 방황하지만, 베아트리체라는 소녀를 이상으로 삼아 자신의 내면을 채우기 시작한다.
베아트리체의 초상화를 그리던 싱클레어는 자신이 데미안의 얼굴을 그렸음을 깨닫고 그를 그리워한다. 그 후 대학생이 된 싱클레어는 우연히 데미안과 재회하고,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얼마 후 전쟁이 터지자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부상을 당한 채 야전병원에서 재회한다. 데미안은 스스로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지고, 싱클레어는 이제 자신의 모습이 데미안을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데미안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징집되어 전쟁터로 떠난다. 싱클레어도 뒤이어 전쟁에 참전한다. 전쟁터에서 싱클레어는 부상을 입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후,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다. 그는 화가가 되어 자신의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에바 부인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면 소설이 끝난다.
데미안이라는 소설에서 가장 감명깊게 기억되는 소설의 한 귀절은 다음과 같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학창 시절 나는 이 글귀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성장하려면 지금의 틀을 깨야 한다는 말이 마치 학업을 중단하고 자퇴한 이후에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사명감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학생 시절에 자퇴하고 어른스럽게 다니는 친구를 보고 한없이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말하자면 사춘기 소년시절의 객기를 이 소설에서 대리로 느껴본 것이리라.
성장통이라함은 특별한 신체적 이상은 없이 어린이나 청소년이 갑자기 자라면서 생기는 통증을 말하는데 그것은 실제로 물리적인 통증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 사회나 조직 또는 한 사람이 급격히 변화하거나 발전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측면에서의 성장통은 하나의 인격체로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청소년기의 고통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정신적 성장은 지식, 이해, 자기 인식, 세상에 대한 태도 등과 같은 정신적 능력의 발전을 말하는데 그것은 역사적 지역적 종교적 혹은 남녀의 성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신적 성장은 개인의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며 더 나은 의사 결정, 문제 해결, 관계 형성,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특별한 왕도와 같은 방법이나 교육적인 틀로서 만들어진 정신적 성장을 위한 로드맵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몇가지 제언을 줄 수는 있다.
첫째, 정신적 성장을 위한 방법으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많은 지식, 정보, 판단의 능력이 새로 생겨나기 마련이다.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장소를 여행하고,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보는 것도 좋다. 둘째로,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을 통해 자기 인식을 점점 더 키우는 것이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 가치관과 목표를 이해하고 없다고 만들거나 보강한다면 자기 인식은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리고, 더 만족스러운 타자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으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더 폭 넓고 깊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데미안을 다시 떠올리고 스토리를 정리하면서 결국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새해에 의미 있는 일이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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