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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문학 이론가 중 술화 혹은 대화 이론의 거장 중 대표적인 사람을 뽑으라면 단연코 페터 지마라고 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페터 지마는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대학에서 일반문예학과 비교문예학 주임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학문적 배경은 형식주의를 뛰어넘어 문학의 상대적 자율성을 주창하면서 비판적 문학사회학을 기초한 아도르노(Th. W. Adorno)의 술화비판적 성과들을 섭렵하여 자신의 문학이론에 끌어들이는 한편, 마르크스주의 진영의 루카치(G. Lukacs)나 알튀세(L. Althusser)의 입장도 기호학에 기반한 자신의 비판적 텍스트사회학을 통해 극복하는 경지에까지 이른다. 결국 그의 텍스트사회학은 통합지향적 성격을 보여준다.
페터 지마의 문화사회학적 관점들은 이데올로기와 이론(1989)으로 집대성되었고, 그의 미학적 성찰은 『문예미학』으로 구체화되었다. 페터 지마 스스로의 말처럼 모든 절대적 이분법이 거짓임이 밝혀진 상황 속에서 그 이후에도 계속 출간된 그의 역저들에서 유럽통합의 미래상을 긍정적으로 보며 의미와 진리의 추구를 포기하지 않는 대화의 이론을 꾸준히 개척하고 있다. 사회와 문학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문학 이론 또한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그의 시각은 규범화되지는 않지만 합리적으로 보인다. 나는 한 작가의 전생에 걸친 작품을 읽으면서 그 작가를 한마디로 규정하는 방식이 아닌 점점 그 작가를 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입장에서 페터 지마의 이론이 합당하다고 본다.
언어란 복합적인 현실을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모델화하는 방법이다. 즉 언어는 현실의 특정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측면을 무시함으로써 현실을 단순화한다. 이것이 언어의 도구적 유용성인 동시에 언어의 한계다. 페터 지마는 언어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언어와 현실의 비동일성을 구상한다. 소설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언어의 공존현상을 규명하는 점에서 바흐친의 대화이론의 전통을 수용하고 있다. 지마는 바흐친이 창안한 소설형식 분석의 방법을 현대기호학의 토대 위에서 더욱 엄밀한 것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20세기 초에 발생한 새로운 소설형식을 언어와 현실의 비동일성이라는 비판적 정신과 연결시켜 설명한다. 그는 소설의 형식에 영혼을 부여함으로써 형식주의의 전통과 비판적 문학사회학의 전통을 종합하려는 시도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페터 지마는 사회가 상이한 집단적 이해 관계에 속한 담론의 대결장으로 보고, 소설 텍스트는 이에 대한 담론적 실천이라고 본다. 사회적 현실을 사회어와 담론들의 공동작용으로 해석하고 또, 이렇게 해석된 사회적 현실이 표현되는 허구 텍스트는 집단 간의 대결 양상이 언어 간의 갈등과 모순으로 표출되는 사회언어학적 상황이라는 일종의 텍스트 구조로 해석한다. 그리고 소설의 언어 구조 내에서 이에 대해 수행되는 수용의 상호텍스트적인 연관을 고찰하겠다는 것이다.
텍스트사회학에서는 문학 텍스트와 사회적 현실의 연관을 이와 같이 언어적 구조를 통해 설정함으로써 소설의 통사론적, 의미론적 구조를 사회적 맥락과 연관짓는 연구가 가능해진다. 사회적 현실이 일종의 텍스트로 나타나는 문학사회학 방법론이 텍스트사회학의 핵심인 것이다. 페터 지마는 골드만의 변증법적 문학사회학으로부터 매개 개념을 도출한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가치에의 접근이 질적인 특징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절대적 척도가 되어 버린 화폐를 매개로 해서 추구되는 경향이 있다는 개념을 수용하여, 이를 언어적인 것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시장 법칙은 모든 문화적 가치들을 교환가치에 관련지음으로써 질을 양으로 환원시키는 시장 법칙의 매개적 영향력에서 상업화된 문화의 양가성, 즉 질적 차이들의 혼란이 생겨난다. 말하자면 금 일킬로가 철 백킬로와 같다는 개념은 질적 차이가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양가성은 다시 말해 이중가치성(Ambivalor), 즉 결합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두 개의 의미론적, 이데올로기적 가치들의 결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질과 양, 강한 것과 약한 것, 선과 악이 통일을 이룰 때 이를 양가성이라고 한다. 그것은 아이러니, 다성성, 자기반성, 연상적 글쓰기 방식의 기원은 의미론적, 이데올로기적 양가성이다. 이러한 양가성은 점점 심화되어 교환가치에 의한 매개 현상과 관련된다.
소설에서 양가성이란, 주제, 가치, 소설적 줄거리 및 등장 인물들에 대한 규정이 어렵다. 그러나 가치의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소설 유형의 특징이고 그 양가성으로부터 가치체계의 위기에 대한 글쓰기 방식이 생겨난다. 페터 지마는 대표적 작가로 무질과 카프카를 이러한 양가성을 인식한 작가로 들었고, 그 텍스트 분석에서 무질은 아이러니로 카프카는 역설이 텍스트의 전반을 흐르는 비판방식이 된다고 하였다. 너무나 유치하고 도식적인 예이지만 누군가 사람을 호랑이라고 지칭했을 때, 사람은 실제 호랑이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원관념과 보조관념이라는 두 가지 지칭 방식에서 이중적인 술화가 이루어진다. 아이러니는 서술자나 인물이 어떤 사람을 호랑이라고 지칭할 때 그 대상은 사람과 호랑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대상으로 존재하는 양가적 상황이 된다. 혹은 텍스트 전체가 어떤 형이상학적 개념을 추구하면서 현실적인 사건을 역설적으로 형상화하는 경우에도 이분법적인 글쓰기가 나타난다. 문학의 본령이면서 특징인 문학언어 혹은 사건의 문학적 형상화는 양가적인 기법으로 보다 예술적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너무나도 소략하고 맹인 코끼리 만지는 방식이 되었지만 결국 페터 지마는 이데올로기 내지 이론을 담아내는 술화구조 속에서 멈추지 않고 점진적인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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