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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 - 김동리 :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생

소설책

by 북스톰 2023. 8. 28.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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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 - 김동리 :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생

 

작품의 요약과 운명의 쳇바퀴

    화개 장터에서 주막을 운영하는 옥화는 떠돌이중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성기의 역마살 때문에 그를 쌍계사에 보내 생활하게 하고 장날에만 집에 오게 한다. 어느 날, 체장수 영감이 딸 계연을 주막에 맡기고 장삿길을 떠난다. 옥화는 계연을 성기와 결혼시켜 역마살을 막아 보려고 성기와 계연이 가깝게 지내도록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계연의 귓바퀴에 난 사마귀를 보고 옥화는 계연이 자신의 친동생일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 두 사람이 가까이하지 못하게 한다.

    남사당패 우두머리였던 체장수 영감이 36년 전 옥화의 모친과 하룻밤 인연으로 낳은 딸이 옥화였다. 체장수 영감이 돌아옴으로써 옥화와 계연이 이복 자매임이 밝혀진다. 채장수 영감은 계연을 데리고 고향으로 떠나간다. 그 후 성기는 중병을 앓게 되고 병이 낫자 역마살을 따라 엿판을 꾸려 집을 떠난다. 계연이 간 반대 방향으로 발을 옮겨 놓는 성기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 육자배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할아버지 채장수 아버지 강원도의 스님 그리고 성기의 운명은 그렇게 역마살을 타고 돈다.

 

떠돌이들의 잔치 한마당인 화개장터의 역할

    작중 배경인 화개 장터는 역마살이 낀 장돌뱅이들의 집결지이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자신의 의지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주어진 역마살에 둘러싸여 있다. 이 역마살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혼을 통해 한 곳에 정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 성기가 사랑하게 된 여인 계연이, 어머니 옥화의 이복 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의 결혼은 불가능해진다.

    역마살을 타고난 성기는 사랑하는 계연과 정착을 이루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죽음과 유랑의 길 중 어느 하나만을 강요한다. 여기서 성기가 유랑을 택한 것은 현실적으로 운명에의 패배를 뜻하지만, 그 내면에서는 한국인의 의식 속에 담긴 극기의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자연법칙과 인간의 생명이 하나의 원리에서 조화되는 세계를 그리는 김동리 문학의 중요한 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팔자소관에 순응함으로써 도리어 죽음에서 구제된다는, 동양적 운명론을 실천하고 있는 작품이다. 성기는 엿판을 메고 떠나면서 콧노래까지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성기와 같은 운명의 주인공들은 언제가 그들의 집결지인 화개장터에 모여 또 새로운 운명을 만들게 된다.

 

소설 배경의 기능과 의미

    작품의 배경을 이루는 장소는 시냇물이 세 갈래로 갈라지듯 지리산과 경상도, 전라도의 경계 지역이다. 이러한 공간의 배경은 주요 인물들이 태어난 공간이고 삶을 꾸려가는 곳일뿐더러 과거의 현재의 인연을 맺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화개장터의 주막에서 할머니 어머니인 옥화 그리고 아들인 성기의 삼대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할머니는 삼십 육년 전에 딱 하룻밤 놀고 갔다는 남사당 총각의 진양조 소리에 반해 그날 밤 옥화를 임신했고 옥과는 지금은 강원도에 있다는 떠돌이 중과 인연을 맺여 아들 성기를 낳은 것이다.

    이처럼 소설의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는 사뭇 운명적이고 그 사건은 화개장터라는 소설의 배경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삼대에 걸친 남자들의 운명은 화개장터라는 곳에서 인연이 이루어지지만 그 배경을 떠나야 하는 역마살이라는 운명을 지닌 캐릭터들이다. 역마는 특정한 시기나 연대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작품으로 당사주의 떠돌이 역마살의 운명을 한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또 다른 축은 핏줄의 숙명성이 이야기를 떠받치고 있다. 역마살이라는 운명론을 타고 나는 사람들의 놓인 화개장터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이 소설이 주제가 인간의 운명이라면 이러한 소설의 주제에 관여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배경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운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운명이란 사람의 삶을 정해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일까? 역마살이 끼면 반드시 방황을 해야 하나? 하지만 사람의 운명에 살이 끼면 그것을 풀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옥화는 자신의 아들 성기의 역마살을 풀기 위해 승려를 만들려고 한다든지 책장사나 엿장사를 시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주에 역마살이 낀 성기는 그이 부친인 중처럼 어디로 떠나보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화개장터에 남아서 운명의 고통을 견디는 것과 어디론가 떠나서 역마살을 풀어버리는 것중 어느것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땅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어루러진 운명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무엇인가를 선택하여 그 길을 가면 될 것이다.

    속세를 떠나 불자가 되거나 떠돌아 엿장수가 되거나 본인이 원하는 길이 운명을 따르는 순리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어쩌면 성기처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연을 맺을 수 없고 내 마음대로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세계에서 자신의 운명과 맞서서 그것이 운명이라고 체면하고 사는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김동리의 역마는 자꾸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매력적인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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