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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습> 김승옥 – 자기세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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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톰 2023. 9. 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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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습> 김승옥 자기세계에 대하여

 

등단작의 의미 소개

     <무진기행>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김승옥의 문단 데뷔작인 󰡔생명연습󰡕은 병리와 유폐라는 당대 조류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60년대의 불안한 체제와 가치관 그리고 그 속에서 방황하는 인물의 자아 찾기가 주인공인 나라는 객관적인 카메라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주인공인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인간의 자기 세계와 그가 속한 삶에 대한 오해와 이해로서의 극기이다. 그리고 개인의 자기세계는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구조물 속에서 인간은 저마다 삶의 양태 속에서 훼손된 세계에 마치 성채와도 같은 벽을 쌓고 살아가는데 그것은 루카치 식으로 말하면 타락한 세계에서 훼손된 인물의 진실한 삶의 추구에 다름 아닌 것이다. 김승옥은 그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몇몇 에피소드를 마치 유희라도 하듯 조롱이나 비꼼 혹은 냉소로 형상화하고 있다.

     󰡔생명연습󰡕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라는 주인공이 관찰하는 작중 모든 캐릭터의 자기세계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는 어릴 적부터 함께 살아온 부모형제는 물론이고 전도사, 교수, 친구, 만화가 등의 인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세계를 관찰한 것이다.

 

작가가 형상화한 자기세계

     -자기세계라면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몇 명 나는 알고 있는 셈이다. 자기세계라면 분명히 남의 세계와는 다른 것으로서 마치 함락시킬 수 없는 성곽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성곽에서 대기(大氣)는 연초록빛에 함뿍 물들어 아른대고 그 사이로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으리라고 나는 상상을 불러 일으켜 보는 것이지만 웬일인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자기세계>를 가졌다고 하는 이들은 모두가 그 성곽에서도 특히 지하실을 차지하고 사는 모양이었다. 그 지하실에는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새없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모두 그들이 가진 귀한 재산처럼 생각된다. -(󰡔생명연습󰡕 본문 중에서)

     이처럼 작중의 모두의 자기세계는 훼손되어 있다. 때문에 개개인은 얼마간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야하는 극기라는 운명을 떠안고 있으며, 인물마다 견지하는 이른바 자기세계는 훼손된 정도에 따라 저마다의 극기의 몫이 다른 것이다. 다양한 사건 구조와 공간 시간의 배치에 따른 작품 구성을 이해하는 일은 작가의 창작 의도와 내용 파악의 일단이 될 것이다. 또한 의도적으로 장치화된 타락한 세계와 자아찾기 그리고 고독하거나, 타락되었거나 혹은 소외된 군상들의 천착은 소설 담론을 구체화하는 방법론인 것이다. 특히 이 텍스트에서 문제되는 부분은 훼손된 세계에서 자아 찾기의 다양한 모습이다. 누구나 가고 있는 성채나 왕국이라는 자신만의 원형적 순수함을 지니고 타락된 세계를 살아내는 인물의 이해를 통한 작품분석이 텍스트 이해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배경이 병폐해 있음이 소설구조에 녹아드는 것은 창작 측면에서는 자연스런 것이다.

 

소설의 구성요소로서의 에피소드들

     다양한 인물이 빚어내는 그들의 세계는 여러 에피소드를 끌어내게 한다. 그것으로부터 기인하는 텍스트에서 다층 일화의 구조는 크게 7개의 일화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이십대의 나와 오십대의 한교수, 둘째, 어머니 형과 누이와 내가 생활하던 여수의 고향집, 셋째 고향 동네의 전도사와 외국인 선교사, 넷째 어머니와 남자들, 다섯째 한교수와 사회학과 박교수의 부인 정순, 여섯째 만화가 오선생, 그리고 나와 강영수라는 시를 쓰는 친구의 부분이 그것이다.

     작품의 특색 중 하나가 짧은 분량에 비해 다소 다양한 일화가 산재해 있는 점이다. 그것은 인물의 다양함과 그에 따른 일화의 전개 때문이다. 사건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들 사건을 독립적으로 떼어 내어 배열할 필요가 있다.

     주 스토리 구조는 여수 출신의 주인공이 상경하여 서울의 동대문 근처에서 하숙하면서 대학생활을 하는 것으로 파악될 수 있는데, 작중에서는 나와 한교수가 다방에 들어갔다가 차를 마시고 다시 거리로 나온 동안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여기에 연결된 개별적 구조로서 한교수와 극기의 대학생, 만화를 그리는 오선생, 그리고 시를 쓰는 친구 강영수 등은 내가 세계와 타인을 이해하는 현재의 바탕이 된다. 또한 과거 고향인 여수에서 겪은 어머니의 남성편력, 형과 누이와의 관계, 교회 전도사와 애란인 선교사의 목격, 서울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지엽적인 스토리 구조 등이 수형도(樹型圖)처럼 짜여 다층의 일화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주 스토리라인과 하등 관계없는 일화들이 도처에 연결고리 없이 나열되어 있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에피소드를 관찰하거나 기어가는 화자의 심리변화 혹은 감정의 드러냄은 극도로 절제되어 있다. 이러한 점은 단일소재나 제재ᅟᅳᆯ 다루는 단편소설에서 약점이 될 수있으며 자칫 함축성이나 진지함을 경려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시종 등장하는 부차적인 에피소드들은 마치 작가가 말장난이라도 하듯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그 일화에서 어떤 의도나 주제의식을 드러내고자 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작품은 유희적 요소를 상당량 포함하게 되는 것이다.

 

60년대에 나타난 작가 김승옥의 소설 세계

    60년대 소설의 기점에 선 작가 김승옥의 작품은 전후 문학의 이데올로기 편향과 엄숙한 교훈주의를 지양한다. 그것은 50년대 전후 분위기의 긴장감을 풀어놓고 개인의 내면 의식흐름에서 위트와 자연스런 감수성을 배양시킨 결과에 기인한다. 소설을 통한 그의 사회의식은 다분히 풍자적이다. 시대에 대한 허무의식과 도시 농촌의 양극병리화에 대한 장난기 어린 현란한 필체가 그러한 형상화를 돋보이게 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이 유희적 성격을 띄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장난기 어린 창작 방법론이 개체의 숙명적 조건으로서의 실존적 고독과 삶이 봉착한 직면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점에서 그의 유희성은 무목적의 성격이면서 동시에 목적성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통상 60년대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신경증이나 생리, 심리 불안 같은 병적 현상을 보이는 점이다. 이러한 비정상적 정서는 특별한 심리적 증후를 보이는 인물이나 그러한 인물이 속한 세계를 소설 공간으로 삼고 있다. 또한 이러한 공간 설정은 시간적 배경의 불안한 구조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것은 세계가 타락되어 있고, 인물이 내면적으로 훼손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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