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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밤> 임영태 - 변두리인들의 삶의 비애

소설책

by 북스톰 2023. 9. 2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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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밤> 임영태 - 변두리인들의 삶의 비애

 

부평초같은 군상들의 모습들

    임영태의 소설집 무서운 밤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회적 소외감의 정체를 다루며 사회의 중심부에서 소외된 변두리 인생들의 삶과 의식을 조망하던 작가는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부평초 같은 변두리인들의 삶의 비애를 우수 어린 풍경으로 그려낸다. 또한 우리가 무심해 왔던 주변의 이야기들을 통해 삶에 대한 쓸쓸함과 허무를 여실히 파헤치고 있다.

     1994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임영태의 첫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회적 소외감의 정체를 보다 구체적이고 폭넓게 다루어, 변두리 인생들의 삶과 의식을 조망하는 데에 큰 두각을 보여왔다. 이번 소설집 무서운 밤에서도 부평초 같은 변두리의 소외된 군상의 삶의 비애를 우수 어린 풍경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깔려 있어 한결 돋보인다.

     또한 그의 첫 소설집인 이번 작품에는 낯설게 하기 기법으로 받아들일 법한 세상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특이하고도 흥미로운 시선과 절묘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특히 과감한 생략과 함축적인 문체로 인해 매우 잘 읽힌다는 작가의 미덕을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변두리 삶의 개경으로서의 공간

     소설들의 무대는 을평, 전곡과 같은 조그만 시골 읍이거나 허름하고 쓸쓸한 공간들이다. 비단 소설의 배경뿐만이 아니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대부분 그러한 배경의 낡고 허름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성격과 상황에 처해 있다. 직업도 없고 미래의 삶을 개척하려는 열정과 야망도 갖고 있지 않으며 항상 무기력한 사람들. 소외된 인생을 사는 그들 소시민들은 자신의 존재 조건을 반성하려는 자의식에 대한 집착을 그다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무기력하다 못해 권태의 늪에 빠진 사람들,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때로 냉소적이기도 하고, 때로 무척 동정적이지만 결코 무관심하지는 않다. 이렇듯 단편소설을 하나씩 접할 때마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주변에 대한 내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과거에 대한 집착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소중한 까닭은 그것이 늘 무언가 다른 삶을 펼칠 수 있으리라는, 그런 아련한 기대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현재의 삶이 누추하고 쓸쓸할 때, 그리고 그것을 보완해 줄 아무런 미래의 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 과거의 기억은 그렇게 인생에 대한 낭만적 꿈을 일깨우며 비루하고 누추한 현실로부터 피난처 구실을 한다.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소설의 인물들은 모두 아웃사이더들이지만, 그것은 단순히 생존 대열에서의 탈락이 아니라 어느 면에서 자발적이라고 규정한다. 이들이 생의 변방에 서성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성공에의 욕망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쓸쓸한 것은 변방을 떠돌기 때문이 아니라 선험적으로 생 자체의 쓸쓸함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환자임을 알고 있으니 우울하고, 찾아 들어갈 중심이 따로 없으니 변방에 서성인다.

 

표제작의 현실조명

     「무서운 밤은 스물여섯인 해의 마지막 날 밤, 변변한 배경이나 능력도 없는 나와 친구는 쓸쓸히 도시의 밤거리를 배회한다. 나는 실패한 연애에 관해 말하고 싶지만 친구는 착한 우리들이 왜 되는 일이 없는가에 대해 토로한다. 떠들썩한 송년의 밤을 겉돌다가 새벽에 들어간 다방에서 만나게 된 여자는 흔적 없이 사라진 애인을 회상한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우리에게 그녀는 나가는 자신의 뒷모습을 창밖으로 지켜봐 달라고 한다. 그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느릿느릿 걷는 그녀는 트럭 바퀴의 마찰음과 함께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다.

    김승옥의  「서울, 1994년 여름」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고교 동창 모임이 끝나고 혼자만 남게 된 나는 편의점 앞에 쭈그리고 있는 사내 박에게 다가간다. 박은 약사인 아내에게 기대어 살고, 나는 아내와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면서 내가 죽은 척하는 바퀴벌레 같다고 생각하며 산다. 여기에 우연히 미국 유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 여자가 끼이게 되고 우리는 각기 다른 상처를 안은 채 노래방까지 가게 된다. 아무래도 나의 처지보다 나아 보이는 두 사람에게 화가 나, 나 혼자 행복하다고 소리 지른다. 그러나 박은 담배만 피우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고 여자는 잠이 들었다.

     작가는 주변부 삶을 조명하면서 현실의 속살을 은은하게 비춘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프로그램 개발회사 교육사원, 무명 시인, 죄수, 직업이 불분명하고 사는 곳이 일정치 않는 등 그들은 모두 사회 언저리에서 겉돈다. 소설의 배경도 이 중심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들이 시골 읍이나 허름한 공간에서 겪는 일이다. 작중 인물들은 스스로 주변부 삶을 선택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감성의 소유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적응하기 힘든 이방인들이다. 예민한 감수성 때문에 욕망으로 가득한 이 사회의 구조를 견딜 수 없어 하는 주인공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미 소외자로 전락되어 있음을 비유적으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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