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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정지아 - 자아를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

소설책

by 북스톰 2023. 9. 2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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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정지아 - 자아를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

 

 

빨치산 부모 밑에서 성장한 한 교사의 이야기

     정지아의 단편집 행복에서 독자에게 전달되는 바 중 단연 중요한 느낌은 역시 소설은 자아를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라는 점이었다. 그 여정은 누군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젊은 작가나 원숙한 작에게서 공히 나타나는 길을 나서는 자의 부단한 이야기가 바로 소설의 본령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지아의 행복은 그의 초기 소설인 고욤나무보다 폭넓고 깊은 의식의 세계를 보여준다. 필자가 결코 행복할 수 없었던 시절의 시대적 보고서 분위기의 이야기이다. 군사독재 시대를 살아온 많은 친구들이 삶의 전제 조건으로 삼은 것은 역사적 당위가 아니라 어쩌면 이데올로기로 주입된 것일 수도 있다. 작가 정지아는 보다 성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990년 자전적인 장편 빨치산의 딸을 발표하면서 운동의 한 방편으로 소설을 출간했으나 바로 판금됐다. 그후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고욤나무가 당선됐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제도권 무대로 올라온 것이었다. 올여름까지 발표된 중·단편 여덟 작품이 묶어 발표한 행복은 표제작인 중편 행복에서 따왔다. 이 작품은 빨치산 부모 밑에서 성장한 한 여성의 교직 경험과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역사의 품 안에서 허덕였던 개인의 삶에 대한 소박한 긍정이라는 평도 있고, 작년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최고의 작품으로 추천받기도 했다.

 

행복은 어제나 어디에나 있다.

    표제작 행복은 빨치산의 딸인 작중 주인공이 사립학교 교사로서 이 시대 우리나라라는 공간에서 적응할 수 없었던 그, 불행의 의식을 추적한다.

     -노기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버지가 미처 하지 않은 말을 나는 짐작할 수도 있을 듯도 했다. 부모님에게 소망이란 애초에 도달 불가능한 유토피아이며, 그들의 인생이란 배신과 실패마저 제 심장과 동맥으로 삼아 앞으로든 뒤로든 뛰든 기든 여하튼 나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유토피아를 향한 멈출 수 없는 마라톤 같은 게 아니었을까? 도대체 나에게는 그런 소망이 있기나 한 것인지.-작중에서

     「행복의 이러한 담론은 행복이란 게 주어지는 것도 찾아지는 것도 아니었던 우리 근현대사의 시대적 이데올로기 속의 개인적 단면을 아이러니컬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변모와 표현의 자유

     송기원에 의하면 정지아의 이데올로기는 마치 모태신앙처럼 그녀의 의지와 무관하게 존재해온 것이고 그녀는 그것을 천형처럼 필생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이제 이 나이에 이르러 눈부신 한송이 꽃으로 피워내었다. 행복은 과연 그것을 알아차리는 자의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역사적 흐름의 희생양들은 행복의 의미는커녕 존재도 인지하지 못했으리라. 다만 유토피아라는 것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고통을 후일담으로라도 인정해야만 그 행복은 존재하는 것이다.

     30십여년 전의 시대적 고통속에서도 행복을 이야기한 정지의 작품은 판금되었다. 1991년 당시 실천문학사 대표, 이석표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정지아씨의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 2천여권을 압수했다.

     경찰은 한국전쟁 직후의 좌우 이념 대립상을 그린 이 소설이 이적표현물의 제작. 판매를 금지하는 국가보안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앞서 출판사 대표 씨를 연행했다.

     당시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문인위원회 대표 송영 작가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에 압수된 책은 해방공간의 역사를 복원시켜 그 전 과정을 소설화했다는 점에서 이미 문단의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 며 실천문학사에 대한 탄압중지와 대표 이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아직도 현실은 좌우대립과 옹졸한 상호비방의 세월을 겪고 있다. 문학은 매우 풍요로운 그 소재를 늘 가까이에서 주워들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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