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site-verification: google7f94a714bae2f226.html
시골에서 상경한 소년 수남이는 청계천의 전기 용품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전기 용품점 주인 영감은 항상 그를 아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던 날에 그의 자전거가 넘어지는 바람에 옆에 세워진 한 신사의 자동차에 흠집을 내고 말았다. 신사는 수남이에게 수리비를 요구하지만 수남이가 내지 않으려 하자 신사는 그의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우고, 곤란한 상황에 처한 수남이는 구경꾼들의 속삭임에 넘어가 본인의 자전거를 몰래 가지고 오게 됨으로써 자전거를 훔쳐 달아났다. 그러나 이를 본 전기 용품점 주인은 잘 했다며 오히려 칭찬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전기용품점 주인을 수남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주인 영감이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부도덕한 어른이라는 사실에 수남이는 실망을 하게 된다. 수남이는 도둑질만은 하지 말라던 아버지의 말씀과 도둑질로 순경에게 잡혀간 형의 모습이 떠오르며 죄책감을 느끼고, 결국 자신을 도덕적으로 견제해줄 아버지가 그리워져 고향으로 가기 위해 서울을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산업화가 치열하게 진행되던 1970년대 서울에 상경해서 일하는 순박한 소년, 수남이는 전기용품 가게에서 일했다. 할 일은 많은데 직원은 수남이뿐이고 주변 상인들이 직원 더 뽑으리고 하면 구두쇠인 주인 영감은 버럭 화를 냈다. 직원 잘 못 뽑았다가 순진한 수남이가 물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짐짓 수남이를 부려먹기로 작정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수남이는 그 주인의 말이 고마웠다. 주인이 자신을 먹고 자게 해주고 일거리도 주니 가까운 느낌이 든 것이다.
바람에 자전거가 쓰러지면서 비싼 자동차에 흠집을 냈고 자동차 주인은 화를 내면서 수남이의 자전거 열쇠를 가져갔다. 수리비를 가져오면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수남이는 사실 주머니에 돈이 있었지만 그 돈은 절대 꺼낼 수가 없었다. 주머니에 있는 수금한 돈은 주인 영감의 돈이지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주인 영감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다. 시대적 가치관을 대변하는 주변 상가 어른들이 수남에게 자전거를 들고 도망치라고 꼬득였고,
수남이는 결국 자전거를 들고 달렸다. 그는 이른바 자기의 자전거를 자기가 훔친 자전거 도둑이 된 것이다. 그런 수남이에게 주인 영감은 칭찬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물쇠를 깨뜨렸다. 그 순간 수남이는 주인 영감이 도둑놈 두목 같았고 또 도둑질하다가 잡혀간 형과 도둑질은 제발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순수한 그에게는 타락한 어른들과 돈만 아는 서울이라는 곳이 똥처럼 보였다.
그는 도둑질을 해도 혼내지 않는 주인영감에게 양심적 마찰감을 느낀다. 그리고 아직 소년이기에 자신을 도덕적으로 훈계를 하고 이끌어 줄 진짜 어른이 그리웠다. 그래서 그는 훼손된 도시 서울을 떠나 수수한 고향의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수남이의 현실이 서글프지만 그래도 힘든 시기에 올바르게 살려는 수남이는 어른들리 자신들을 되볼아보아야 할 거울 같은 존재이다.
자신의 자전거라 해도 어쨌든 도둑질이기 때문에 마음 한켠에 잘못했다 생각했는데, 그걸 혼내지 않고 잘했다고 하는 주인 영감을 보고 수남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양심의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도덕적으로 자기를 견제해줄 어른을 그리워하는 수남은 문 듯 아버지가 떠오른다. 그래도 수남이는 가정교육을 잘 받은 편이다. 바람이 물결치는 보리밭을 볼 희망으로 수남은 귀향을 결심한다. 주인 영감님이 불법적 행위에 대해 -네놈 오늘 운 텄다!- 라는 장면에서 수남이는 극적인 심경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변화의 원동력은 바로 그의 양심이었다. 그러나 수남이 고향으로 돌아가도 가난한 집에서 행복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가난한 아버지와 고향 사람들은 그대로이다. 과거에 자신의 형도 떠밀리듯 돈을 벌러 도시로 가서 범죄를 저지르고 구속되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수남의 양심을 깨달은 성장된 자아만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수남이의 양심은 서울의 불법적 삶보다는 고향의 순수한 삶을 선택하게 한 것이기에 마음은 편해졌으리라.
금단의 마술-히가시노 게이고 (21) | 2024.02.14 |
---|---|
<환상수첩> 김승옥 –사회의 부조리를 극복하려는 몸부림 (10) | 2024.01.26 |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허생원과 동이 엄마가 재회한다면? (24) | 2024.01.24 |
수난이대(受難二代)하근찬 - 슬픔을 극복한 힐링의 느낌 (20) | 2024.01.23 |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미치다 소노코 – 편의점 계열의 감동적 소설 (14) | 2024.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