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승천한 신라인 김가기(金可紀) 780-850

중국에서 승천한 신라인 김가기(金可紀) 780-850

 

당에서 향수병으로 일시귀국

     신라의 왕자 출신인 김가기는 어려서부터 총명했고 성격이 침착하고 냉정하였으며 매우 검소했다. 그는 신라 문성왕 때에 당으로 유학해 뛰어난 성적으로 학업을 끝마치고 당의 빈공과에 합격했다, 그는 당나라에서 뛰어난 학식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향수병에 걸려 고향을 잊지 못하다가 결국 공부하던 중도에 고국 신라로 귀국했다. 이때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이 장효표가 김가기의 문장을 높이 받들어 남긴 시가 있다.

 

당나라 과거에 급제하고 당나라 말을 하지만

해가 뜨는 곳을 바라보면서 고향을 생각한다네.

교실(鮫室)에서 잠을 자는데 음화(陰火)가 썰렁하고

아침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머물고 저녁엔 안개가 깊네

바람이 거칠어 나뭇잎이 물고기의 등 위로 날고

호수는 고요하여 삼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아오르네.

생각에 잠겨 문장을 오랑캐의 음악에 맞추니

복숭아꽃 속에서 인삼 향기에 취하리라.

 

또 다시  당나라 유학

     김가기는 도교 공부를 하다가 고국 신라로 돌아왔지만 당시 국내외적으로 정세가 어지럽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있어 너무나 절망스러웠으므로 김가기는 다시 당나라로 떠났다. 당나라에서는 김가기의 문장이 뛰어난 것을 알고 관직에 등용했다. 당나라에서 몇 해를 지나는 동안 김가기는 신선술(神仙術)에 매료되어 관직을 버리고 종남산(終南山)의 자오곡(子午谷)으로 들어가 도학을 공부하여 명성이 매우 높아졌다. 수많은 중국의 제자들이 김가기에게 신선술을 배우려고 몰려들었다. 그를 신선으로 여기는 후학들도 생겨났다. 심지어 어떤이는 김가기는 하늘을 날고 구름과 비를 내리게 한다며 추앙해 마지 않았다. 김가기의 명성이 당나라에 널리 퍼지자 당나라 선종(唐宣宗)이 어명으로 그를 불렀다. 그러나 김가기는 왕에게 자신은 옥황대제의 조서를 받아 영문대시랑(英文臺侍郞)이 되어 내년 2월 25일에 하늘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하고는 어명을 거절하고 종남산에서 나오지 않았다.

 

당나라에서 승천한 김가기

     김가기는 세상에 알려지기를 이미 신선술을 통하였으니 능히 옥황상제의 영을 받ᄋᆞ승천한다는 소식에 선종은 김가기에게 궁녀 넷과 향, 약, 금과 비단을 하사하고 또한 내시 두 사람을 파견하여 김가기의 시중을 들게 한 뒤에 그가 과연 승천하는지 자세히 살피게 했다. 내시들과 궁녀들은 선종의 영을 받아 종남산으로 와서 김가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김가기는 홀로 방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내시와 궁녀들은 그의 표정이 너무나 엄숙하고 선기(仙氣)가 가득하여 감히 범접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김가기가 선도에 심취해 있는 자오곡의 초옥에는 밤마다 남녀의 담소하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내시들과 궁녀들이 창 틈으로 몰래 살피자 신선과 선녀가 각기 용과 봉 위에 앉아서 김가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것이 보였다.

     해가 바뀌고 2월 25일이 되었다. 봄경치가 아름답고 꽃들이 만발한 가운데 종남산 자오곡으로 오색 구름이 일고, 학이 울며 봉황이 날았다. 생황, 퉁소의 악기소리가 천상에서 고아하게 들려오고, 푸른 옥으로 만든 화려한 수레가 형형색색의 깃발을 앞세우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 옥황상제의 사자가 도인을 모시러 왔다! --

이 때 종남산 자오곡 일대에는 김가기가 승천하는 것을 보기 위해 조정 대신들과 인근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있었다. 김가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레에 올라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세속의 그의 나이 칠십세였다. 중국의 속신선전(續神仙傳)에 의하면 역사상 신선술을 공부하여 하늘로 올라간 사람은 모두 16명인데, 김가기도 그 중 한 사람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왜 김가기는 신라에서 승천하지 않고 당나라 종남산에서 승천했을까? 중국의 하늘과 신라의 하늘은 다를까? 혹 하늘 위에서는 서로 이어졌을까?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건, 승천한 신선들은 천상에서 도대체 뭘 하고 지내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단군의 부친인 환웅처럼 일상이 무료하다면 지상으로 가끔 강천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