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site-verification: google7f94a714bae2f226.html
태기산의 이름과 비운의 왕
지난 주말에 강원도 봉평에 다녀왔다. 거기에서 이효석 생가가 메밀국수 식당이 된 것을 보고 마음이 좀 편치 않았다. 그리고 태기산이라는 이름이 진한의 왕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말을 듣고 여기 저기 역사 공부를 좀 해보았다. 진한의 열두 나라의 연합체의 우두머리격이었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은 박혁거세에 쫒겨 맥국에 몸을 의탁하여 지내다가 결국 맥국의 왕위를 물려받는다. 맥국의 왕이 된 태기왕은 동으로는 예국와 북으로는 옥저, 부여 등의 나라와 그리고 남쪽으로는 신라와 접경하여 여러차례 전투를 치른다. 신라에서 박혁거세가 즉위한 즈음이니까, 아마도 예수님이 탄생하신 기원 전후의 이야기일 것이다. 당시 험준한 태기산은 봉평면과 횡성군 둔내면에 연해 있는 해발 1,261m의 산으로 꼭대기에는 태기왕의 건설했을 것으로 보이는 태기산성(泰岐山城)이라고 불리우는 성터가 남아 있으며 이와 관련되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태기왕의 마지막 저항과 태기산
옛날 부족국가 시대에 속하는 진한의 한 나라였던 맥국(貊國)의 태기왕이 현재의 춘천 지방에서 다른 부족에게 쫓겨 원주로 옮겼다. 이에 세력을 회복하기 위해 신라측과 최후의 전투를 하려고 태기산에 이르러 군막(軍幕)을 치고 산성을 축성, 병마를 훈련시켰다. 태기왕의 부하 중 삼형제(森炯濟)와 호령(號令)의 두 장군이 있었다. 삼형제 장군은 삼형제봉에 진을 치고 군사 삼백명으로 일대를 이루고 호령 장군은 호령봉에 군사 오백명으로 진을 벌이고 있었다. 마침내 이웃 땅 진부면 도주골로부터 신라의 대군이 쳐들어 와 호령장군과 그 밑의 군사들을 전부 멸하고 태기산으로 몰려 왔다. 이러한 소식에 접한 삼형제 장군은 진을 버리고 군사를 몰아 태기산성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산성이 함락되고 전세가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알고는 태기왕을 호위하여 산성을 벗어 급히 피난을 하였다. 태기왕은 워낙 당황하였고 적군의 추격(追擊)이 급하여 피난하던 중 옥산대(玉散臺; 현재의 안흥동)에서 옥새(玉璽)를 잃어버리고 왕유(王留)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멸인(滅人;지금의 면온)에 도착했다. 태기왕의 막하에는 삼형제(森炯濟) 장군과 호령(號令) 장군이 있었다. 두 장군이 맥국 군사를 통솔한 셈이다.
그러나 이미 왕을 호위하던 군사들이 전멸하여 더 이상어찌할 수 없게 되자 삼형제 장군은 단신으로 왕을 모시고 백옥포(白玉浦)에 투신(投身)하여 최후를 마쳤다. 이 백옥포는 백의(白衣)의 장군이 왕의 옥체를 업고 물에 빠졌다 하여 그 이름이 유래한다. 태기왕이 신라군에게 쫓기어 피난하다가 해가 저문 곳이라하여 무일리(無日里)라 했는데, 지금의 무이리(武夷里)가 바로 그 곳이다. 봉평 덕거리에 덕고산이 있고, 평촌리에 삼형제봉이 있으며,흥정리에 호령봉이 있다. 진부면에 두루골(도사리)이 있으며, 무이리․ 옥산대․ 면온 등의 지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맥국 태기왕 전설은 그 현장성이 지명과 얽혀 내려온 셈이다. 이 이야기는 쳐들어온 측이 예국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고 신라의 박혁거세라고 전해지는 설화도 있다.
태기산 산신이 된 태기왕
봉평 사람들은 태기왕이 진을 쳤던 태기산에 태기왕의 신령이 서려 있다고 믿은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는 곳곳에 원한으로 죽은 왕과 장군들이 산신령이 된 예는 많다. 경순왕과 공민왕, 단종등의 왕들뿐만 아니라, 최영장군과 남이장군, 임경업장군 등이 전국 여러 곳에 산신령이 된 예가 그것이다. 원한으로 죽은 왕이나 장군들은 산신령이 되어서 일반의 원한을 풀어주는 신으로 추앙 받는다. 그들은 원한을 갖고 죽어서 민간 신앙으로 전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창동리에서 보묜 긴 골짜기에 평야가 열리고 태기산은 우뚝 솟아 있다. 그래서 창동리 사람들은 태기산의 산신령이 창동 마을을 보호해 주고 풍년과 안녕을 다독여 주어 진산, 선산, 신산 이라고 믿게 되었는지 모른다. 창동 마을 사람들이 태기산 산신령 굿을 함으로써 태기왕은 원한을 씻고 마을을 평화롭게 만든고 믿는다. 그래서 태기산 산신령 굿은 창동 마을의 부락굿인 동시에 맥국의 왕의 원한을 풀어주는 민속행사이기도 하다.
신라 효녀 지은의 이야기 (18) | 2024.03.22 |
---|---|
화성(畵聖) 솔거의 설화 (11) | 2024.03.21 |
중국에서 승천한 신라인 김가기(金可紀) 780-850 (23) | 2024.03.19 |
부여풍의 백제-일본 연합군은 왜 패했을까? (26) | 2024.03.18 |
백제의 부여풍은 누구인가? (10) | 2024.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