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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유명한 신라 향가 중 4구체 향가인 헌화가 민요적이고 서정적인 시이다. 바위 위의 꽃을 통해 꽃을 바치며 사랑을 고백한다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랑 고백이 뜻밖이다. 해가에도 등장하는 신라시대의 절세미녀 수로부인을 향해 꽃을 건네던 견우노인의 절벽꽃 헌화가는 태수부인이 유부녀를 향한 고백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 남편이 강릉에 부임하는 태수로서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내용을 간추리면 해변에서 수로 부인이 웬일인지 모르나 아주 위험한 절벽 위의 철쭉꽃을 발견하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 꽃을 따달라고 한다. 수로 부인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그 청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절벽이 너무 위험해서 아무도 그 절벽을 오르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소를 끌고 가던 노인, 즉 견우노인이라는 사람이 수로부인이 혹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꽃을 따서 바치겠다고 한다.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고의 미인인 수로부인에게 꽃을 따러 절벽에 오른 노인이 결국 꽃을 따서 노래와 함께 바친다. 그런데 설화에서는 그가 누구인지는 아무도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더 궁금증을 증폭시키는지도 모르겠다.
신라시대 향가로 지어진 헌화가는 바위 위의 꽃을 가져가 사랑을 고백한다는 내용으로 유명하지만 수로부인의 미모가 더 유명하다. 원문이 실린 《삼국유사》권2 수로부인(水路夫人)에 수록되어 전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덕왕대 순정공(純貞公)이 강릉태수로 부임해가다가 해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태수의부인인 수로부인이 해변 옆 돌산에 핀 철쭉꽃을 발견한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그 꽃을 갖다 바칠 사람을 물었지만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다. 마침 소를 끌고 곁을 지나가던 견우노인이 수로 부인의 말을 듣고 그 꽃을 꺾어 가사를 지어 바쳤다. 그런데 강릉태수의 부인이고 귀족인 그녀에게 평민인 일개 소모는 노인이 소를 끌고 가다가 별안간 사랑을 고백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젊은 군사들과 병졸들이 허다한데 아무도 오를 수 없는 절벽을 노인이 올랐다는 것도 이상하다.
노인은 범상치 않고 젊은이들보다 절벽을 더 잘오르는 신비한 구석이 있다. 가령 도를 닦은 도인이라거나 늙은이로 위장한 무공이 높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수로부인은 신라의 다른 향가인 「해가(海歌)」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수로부인이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할 때 헌화가 사건 이틀 후 바다의 용이 부인을 끌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니, 순정공이 손쓸 틈도 없었다. 그때에도 한 노인이 경내의 백성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 부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따라 백성들이 모여 「해가」를 지어 부르니 용이 수로부인을 모시고 나왔다. 이렇듯 수로부인은 용모가 뛰어나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차례 신물(神物)에게 붙들려갔다고 한다. 해가의노인이 헌화가의 노인과 동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로부인이 얽혀있는 것은 분명하다.
헌화가 [獻花歌]
「紫布岩乎邊希 執音乎手母牛放敎遣 吾 不喩慚 伊賜等 花 折叱可獻乎理音如」
붉은 바위 끝에
부인께서 암소 잡은 나의 손을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시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겠습니다.
노인은 수로부인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 잡고 가던 소에서 자신도 모르게 손을 놓는다. 그런데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꽃을 꺾어주겠다는 말은 미천한 자신이 고귀한 부인에게 꽃을 주어도 괜찮냐고 묻는 것인데 신분을 넘어서는 헌화라는 행위에 외간남자가 태수의 부인에게 주는 희롱적인 의미도 다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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