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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화랑 중에 신선이 있었다면 과연 사람들이 믿을까? 당나라 영호징(令狐澄)의 ≪신라국기(新羅國記)≫에는 신라의 화랑에 대해 기록이 있다. 귀인들의 자제 중 아름다운 자를 가려 뽑아 분을 바르고 곱게 단장하여 받들었으며, 이름을 화랑이라 하고 나라 사람들이 다 받들어 섬겼다고 하였다. 이는 대개 왕의 정치를 돕기 위한 방편이었다. 선랑이었던 원화로부터 신라 말에 이르기까지 무릇 이백여 명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사선(四仙)이 가장 어질었으니, 저 ≪세기≫ 중에 설하는 바와 같다. 남북국시대의 전설적인 화랑 4인조. 네 명의 이름은 영랑(永郎), 술랑(述郎), 남석(南石), 안상(安詳)이다. 그들이 활동한 시대는 통일신라 효소왕 시기로 여겨지며 고려, 조선시대까지 여러 문인들의 기록에서 최고의 화랑으로 칭송받았고 사선의 행적을 성지순례하는 게 유행했다.
사실 실제 역사적 인물로서의 뚜렷한 행적 기록은 별로 없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이들이 수련하면서 거쳐갔던 명승지에 이들의 흔적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는데, 예를 들어 관동팔경 중 총석정과 삼일포의 이름이 이들과 관련돼있다. 삼일포는 네 화랑이 3일간 유람하고 갔다고 해서 삼일포. 이외에도 금강산 영랑봉과 영랑대, 속초시 영랑호, 강릉시 한송정, 고성군 선유담, 경상북도 울진군 월송정 등이 이들의 행적과 연관된 이름들이다. 이름만 남긴 게 아니라, 예를 들면 삼일포에는 영랑도남석행(永郎徒南石行), 술랑도남석행(述郎徒南石行)이라고 직접 새겨놨다는데, 지금은 북한이 점령한 곳이라 남북분단 이후 지금까지 그게 남아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네 명은 금강산에서 수련을 했다고 하며, 서라벌에서 열리는 무술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다가 영랑호의 경치가 너무 좋아 대회 날짜도 잊고 계속 머물렀다는 식이다. 몇몇 이야기에서는 아예 신선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그들은 왜 신라의 술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미 신선의 반열에 오른 그들에게 손ㄱ세의 무술은 별 의미가 없지 않았을까?
사선이라는 네 명 중에서는 영랑이 대장이었는지, 관련된 행적이나 기록이 특히 많은 편이다. 울산광역시의 울주 천전리 암각화에 새겨있는 술년 6월 2일 영랑 성업(戌年六月二日永郎成業)도 사선 중 영랑의 수련이 끝났음을 기념한 것이며, 영랑의 이름은 속초시 영랑동으로도 남아있다. 술랑과 남석랑은 기록이 별로 없고, 안상은 젊을 때 효소왕 때의 국선 부례랑(夫禮郞)의 낭도로 있었는데, 원산에서 부례랑이 말갈족에게 납치당했을 때 주군의 구출에 공을 세웠다는 일화가 삼국유사에 남아있다. 그들은 네명만 움직인 건 아니고 이들도 낭도를 이끌고 다녔는데, 가령 영랑의 낭도로는 진재(眞才)와 번완(繁完)이 유명했다고 한다. 고려시대 국가적 행사였던 팔관회에서도 신라사선을 주제로 한 사선악부(四仙樂部) 행사가 포함됐고 이인로는 사선을 주제로 시를 쓴 게 남아있으며 조선시대 정철의 관동별곡에서도 사선이 언급되기도 한다.
사선 가운데에서 영랑은 우리나라 선파(仙派)의 태두인 환인(桓因)의 도맥을 단군과 문박(文朴)을 통하여 이어받아 신녀보덕(神女普德)에게 전하여 주었다고 한다. 중국이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의 선풍을 계승한 영랑은 향미산(向彌山) 사람으로 나이가 구십세가 되어서도 안색이 어린아이 같았고, 노우관(鷺羽冠) 이라는 백로의 깃으로 만든 관을 쓰고 철죽장(鐵竹杖) 즉 검은 대나무 지팡이를 짚으며 산수를 노닐었다고 전해진다. 술랑 · 남랑 · 안상의 삼선의 행적은 전하여지는 것이 별로 없으나 이들도 영랑과 비슷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학집은 환인 진인이 동방 선도의 시조이며, 단군, 문박, 향미산인 영랑, 신녀 보덕으로 이어진 도맥을, 백악총설은 환인, 문박, 을밀, 영량, 안류, 보덕의 선맥을 말한다. 이처럼 영랑은 우리나라 도맥을 잇는 매우 주요한 선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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