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성의 『기억의 무늬』는 독특한 추리소설

사물의 기억으로 19년 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소설
『기억의 무늬』는 2026년 8월 5일 출간된 백희성의 장편소설이다. 건축가로 활동해온 작가가 『빛이 이끄는 곳으로』 이후 내놓은 두 번째 장편 추리소설이다. 작중 주인공 카미는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카미는 보통의 탐정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얼굴 대신 옷을 보고, 표정 대신 손의 감촉을 기억하며, 증거 대신 사물에 남은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기억이 이미지가 아니라 마치 점자처럼 촉각으로 기억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무늬로 자신만의 기억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하는 질문을 하게 하는 독특한 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의 추리는 특수하게도 후각적 혹은 촉각적 추리가 이루어진다. 누군가의 모습이 시각적 기억이 아니라 후각이나 촉각으로 기억된다면 그 단편적인 기억으로 온전하게 살아간다는 것에 경외감이 드는 소설의 내용이 참으로 유니크하다 하겠다.

스토리 속으로
카미가 세 살 무렵, 그의 부모에게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수사기록에 의하면 이 살인 사건은 종결되어 있었다. 아내가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이후 자신도 자살한 사건으로 종결된 것이다. 겉으로는 부부 사이의 살인과 자살 사건인 것이다. 그런데 어린 카미의 기억에는 그날 집 안에 부모 외에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카미가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카미는 실제로 얼굴 자체를 기억할 수 없는 안면 인식장애자이다. 카미에게 남아 있는 것은 얼굴이 아니라 감촉이다. 자신을 안아 올렸던 사람의 옷감. 그 옷의 거칠기. 몸의 온도. 냄새. 그리고 검은 실루엣 등이다. 그런데 경찰 기록에는 그 세 번째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성인이 된 카미는 이 사건을 잊지 않고 매주 경찰서를 찾아가 과거 사건의 기록을 확인한다. 카미의 특수한 능력인 너무나 예민한 촉각능력은 안면인식장애가 만들어준 보상능력의 일종이 되는 것이다. 현재에는 과거의 그 사람은 사라져도 사물에는 사람이 남아 있다. 이 소설의 제목인 기억의 무늬가 상징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그의 장애와 부모 사건을 모두 알고 있는 친구 뤼미에르가 조력자로 등장한다. 뤼미에르의 역할은 전통적인 추리소설에서 탐정의 보조적인 일을 수행한다. 카미가 사건을 다시 추적하면서 특별히 주목하는 것이 오래된 아기 침대이다. 이 침대는 19년 전 사건의 현장과 연결된 물건이며, 카미의 어린 시절 기억과도 이어져 있다. 카미와 뤼미에르는 침대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이상한 흔적들을 발견한다. 카미는 가구의 상처에서 사용 흔적을 추적하고 촉감의 기억으로 사람을 알아내는 추리를 하게된다. 카미는 프랑스 파리의 패션학교에서 의상을 공부 중이다. 결말에서 카미는 자신이 19년 동안 추적해온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고, 과거의 사건과 사물에 남아 있던 흔적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그리고 『기억의 무늬』는 ‘범인을 찾는 소설’에서 사라지지 않는 흔적을 찾는 소설이 된다. 그리고 카미가 19년 동안 찾아 헤맨 세 번째 실루엣은 결국 아버지 노엘과 연결되어 있다. 카미가 자신이 죽었다고 믿었던 아버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으며, 마지막에 카미는 세 번째 실루엣의 사람이 바로 아버지 노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소설이 끝이 난다. 사실은 죽은 아버지를 대신할만한 자신의 보호자였다. 그가 자신을 해치려는 살인자가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려고 자신을 안아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기억의 무늬』 결말 이후
카미는 세 살에 부모의 총기살해 사건을 겪었고 그는 매주 화요일 경찰의 사건 파일을 확인하며 과거를 추적했지만 경찰 공식 기록과 다른 그날 세 개의 실루엣만을 기억한다. 카미에게는 분명히 세 번째 사람이 있었고 그 세 번째 인물은 카미를 안았다. 그리고 그 촉감을 그는 기억한다. 중반부 이후 나오는 노엘은 단순한 주변 인물이 아니고 후반부의 진실과 직접 연결된 핵심 인물로서 카미의 아버지와 다름 없는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어린 카미가 기억했던 세 번째 실루엣은 단순한 낯선 침입자가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의 촉감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그런데 세 살짜리 카미는 아버지의 존재를 촉감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부모의 죽음과 연결된 제3의 실루엣에서는 아버지임을 느끼지 못했다. 노엘이 카미의 아버지였으며, 세 번째 실루엣이 바로 노엘이었다면 엄마 옆에서 총을 맞고 죽은 사람에게서 진짜 아버지의 느낌은 카미에게는 없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다면 경찰이 발견한 두구의 시체가 실제로 카미의 친 부모인지 아니면 친모와 다른 남자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작품의 후반부 이후에 이런 추리소설적인 질문들 몇몇이 가능하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숨기는가? 아기 침대의 갈라진 틈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성인이되도록 안면을 볼 수 었는 카미는 어떻게 홀로 성장했나? 과거 제3의 실루엣이 노엘이라면 죽은 자는 누구인가? 부모의 죽음에 어떤 비밀이 있었나? 파리로 되돌아오기 전 아빠 노엘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고 왜 돌아왔나? 노엘이 자신의 아내와 제삼의 인물을 죽였나? 노엘이 카미를 구한 인물이라면 누가 카미의 부모를 죽였나? 그런데 소설의 마지막에 노엘은 “나는 여전히 카미이고,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기엔 아직 내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하다.”라고 독백을 한다. 그것은 카미가 노엘을 아버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을 의미한다. 노엘은 카미의 친아버지가 아니지만, 부모가 죽던 날 현장에 함께 있었던 세 번째 인물이다. 카미를 안아 보호한 사람이지만 그동안 카미의 기억에 왜곡되어 있던 인물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19년 전 사건의 현장과 연결되어 있던 아기 침대가 카미에게 돌아온다. 카미는 그 침대를 만지면서 어린 시절의 후각으로서 기억되는 어머니의 향기와 촉각으로 기억되는 아버지의 흔적을 다시 느낀다.
나의 생각
나는 이 소설에서 미제가 되어 버린 문제에 다소 의구심이 든다. 카미가 19년 동안 죽었다고 믿어온 아버지 역할을 하게되는 노엘은 누구이며, 왜 그동안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했는가?하는 점이다. 19년 전, 카미는 세 살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완전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카미가 기억하는 세 개의 실루엣은 과연 정확한 것인가. 집에 부모 두 사람만 있었다면 실루엣 두 개여야 하는데 카미에게는 분명히 세 번째 사람이 있었고 그 세 번째 인물이 카미를 안았고 아마도 누군가가 카미의 부모를 총으로 쏘아 죽였을 것이다. 그런데 카미는 세 살 때 자신을 안았던 사람의 옷이 어떤 촉감이었는지를 기억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19년이 지난 뒤 카미가 찾아낸 그 촉감의 주인공인 노엘은 결국 자신의 아버지나 다름 없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어린 카미가 기억했던 세 번째 실루엣은 침입자가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사람인 보호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카미의 기억 왜곡이 해결되고 세상의 따뜻함이 결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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