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의 단편 9작품에 대하여

작품분석과 평가
이번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추리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에 실린 단편 9편의 사건을 실제 줄거리와 결말까지 따라가면서, 각각 어떤 추리기법과 트릭이 사용되는지를 분석해본다. 이 작품은 1905년 「아르센 뤼팽의 체포」로 처음 발표했고, 1907년 9편을 묶은 첫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특히 이 책의 재미는 뤼팽이 탐정이 아니라 범죄자인데도 독자가 그의 추리와 관찰을 따라가게 된다는 역설에 있다 하겠다.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은 일반적인 탐정소설과 다르다. 아르센 뤼팽은 사건을 만들어내는 범인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독자는 뤼팽이 범인이기 때문에 그를 싫어하기보다 오히려 그의 범죄를 성공시키고 싶어 한다. 이것이 르블랑의 가장 대담한 집필이다. 뤼팽은 물건을 훔치지만, 독자가 보기에는 오히려 경찰과 부자와 탐욕스러운 사람들의 놀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의 진짜 무기는 도둑질의 손재주가 아니라 변장, 심리전, 정보조작, 역추리, 시간 조작, 신분 위장이다. 1907년 초판에는 「아르센 뤼팽의 체포」부터 「셜록 홈스가 너무 늦게 도착하다」까지 모두 9편이 들어 있다.

1. 「아르센 뤼팽의 체포」
이 소설의 첫 번째 트릭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첫 작품의 무대는 대서양을 건너는 여객선 안이다. 승객들 가운데 아르센 뤼팽이 배에 있다는 소문이 돈다. 문제는 아무도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뤼팽을 찾는다. 그런데 르블랑은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추리소설의 질문을 만든다. 이 배 안에 뤼팽이 있다면 그는 누구이고 어떻게 생겼는가? 라는 질문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핵심 트릭은 신분 위장과 정보 비대칭이다. 뤼팽은 단순히 얼굴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 자체를 이용한다. 결국 뤼팽은 체포된다. 그러나 이것은 뤼팽의 패배가 아니다. 독자가 생각한 체포 자체가 하나의 연출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즉 르블랑은 첫 작품부터 뤼팽을 이렇게 규정한다. 뤼팽에게 체포는 사건의 종말이 아니라 또 하나의 변장이다. 이 첫 작품이 성공하면서 뤼팽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원래 1905년 잡지에 발표된 단편이었으며 이후 1907년 단행본에 들어갔다.
2. 「아르센 뤼팽 감옥에 가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뤼팽은 감옥에 갇혀 있다. 따라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뤼팽이 이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훔칠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르블랑은 바로 이 상식을 넘어선다. 뤼팽은 감옥에 있으면서도 밖의 범죄를 설계한다. 즉 범행 현장에 범인이 없어도 범죄는 가능하다. 이것은 추리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범죄가 발생한 장소와 범인이 존재하는 장소가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오늘날의 원격 범죄, 대리 범죄, 조종형 범죄를 생각하면 상당히 현대적인 발상이다. 이 소설에서 트릭의 핵심은 부재의 알리바이인 것이다. 뤼팽은 감옥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다. 그런데 그 알리바이가 역으로 자신의 범죄를 보호한다. 이것은 르블랑의 세련된 트릭이다. 탐정이 찾는 단서가 사실은 범인을 보호하는 장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3. 「아르센 뤼팽의 탈출」
세 번째 작품은 세 이야기를 하나의 연속된 뤼팽 서사로 연결해준다. 감옥에 갇힌 뤼팽은 탈출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감옥 탈출 기술이 아니다. 뤼팽은 사람들이 그를 특정한 모습으로 생각하도록 만든 뒤 다른 모습으로 감옥을 빠져나간다. 즉 탈출의 핵심은 철창이나 문이 아니다. 뤼팽의 변장술은 얼굴만 변장하는 것이 아니다. 뤼팽의 변장은 아예 다른 정체성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는 노인도 되고, 부자도 되고, 경찰도 되고, 평범한 시민도 된다. 그가 훔치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타인의 생각까지도 훔친다.

4. 「수수께끼의 여행자」
이 소설은 기차 안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독자는 ‘누가 누구인가’를 계속 다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뤼팽 자신이 사건을 추적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는 점이다. 즉 범죄자 뤼팽이 탐정처럼 행동한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는 뤼팽이 살인범을 추적하는 구조이다. 여기서 뤼팽은 자기보다 못한 범죄자를 잡는 일종의 범죄계의 탐정이 된다. 이 순간 뤼팽의 윤리도 드러난다. 그는 범죄자이지만 모든 범죄를 동일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자신의 범죄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고, 비열한 범죄자를 보면 오히려 그를 응징하려 한다. 이 때문에 뤼팽은 악당이라기보다 악당을 처벌하는 캐릭터가 된다.
5. 「왕비의 목걸이」
이 소설은 단편집 9편 가운데 가장 본격추리소설에 가까운 작품이다. 어느날 왕비의 목걸이가 사라진다. 문제는 그 목걸이가 매우 철저하게 보관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문도 잠겨 있었으며,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전형적인 밀실형 도난 사건인 것이다. 그런데 결말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범인은 뜻밖에도 어린 라울, 즉 훗날의 아르센 뤼팽이다. 그는 어린 시절 이미 기발한 방법으로 목걸이를 훔쳤고, 훗날 다른 신분으로 돌아와 사건의 비밀을 드러낸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어린아이라는 신분 자체가 알리바이처럼 기능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뤼팽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인간의 선입견을 이용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뤼팽의 천재성을 단순한 훔치는 손기술이 아니라 논리적 공간 설계 능력으로 보여준다.
6. 「칠심(七心)의 비밀」
이 소설에서는 살인, 협박, 군사기밀 등이 얽히면서 이야기가 복잡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장 다스프리(Jean Daspry)라는 인물이다. 독자는 다스프리가 누구인지 계속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가 바로 아르센 뤼팽이다. 이 작품의 핵심 트릭은 물리적인 도난 방법보다 인물의 정체를 숨기는 것이다. 작가 르블랑은 독자에게 이 사람이 뤼팽일까 하고 묻는다. 그리고 독자가 한 사람을 의심하면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것은 오늘날 추리소설에서 흔히 말하는 아이덴티티 트릭(identity trick)의 원형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
7. 「마담 임베르의 금고」
이 단편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뤼팽조차 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뤼팽은 마담 임베르 부부의 금고를 노린다. 그는 그들을 속이기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그들의 집에 접근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상황이 뒤집힌다. 뤼팽이 오히려 속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가는 뤼팽의 무오류성을 일부러 깨뜨린다. 만약 뤼팽이 모든 사건에서 무조건 이긴다면 독자는 곧 지루해진다. 그러나 한 번쯤 뤼팽도 속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그의 다음 행동이 더욱 궁금해진다. 독자는 뤼팽이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자신도 뤼팽과 함께 속았음을 깨닫는다.
8. 「검은 진주」
이 단편은 뤼팽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뤼팽은 검은 진주를 훔치기 위해 사건 현장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여기서 뤼팽은 진주만 훔치고 떠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건의 흔적을 관찰한 후 살인 현장을 분석한다. 그리고 범인을 추리해내고 결국 진짜 범인을 찾아낸다. 그 과정에서 뤼팽은 경찰보다 먼저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을 한다. 작가는 뤼팽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범인을 하인 중 한 명으로 판단하여 그를 체포시키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 작품의 재미있는 역설은 도둑이 도둑질하러 왔다가 살인사건을 해결한는 것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뤼팽이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고 자신이 원하는 진주를 챙긴다. 따라서 여기서 뤼팽의 윤리가 드러난다. 살인은 싫어하지만 도둑질은 한다. 살인범인을 잡는 선한 탐정이 도둑질을 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그러나 바로 이 모순 때문에 뤼팽이 매력적인 인물이 된다.

9. 「셜록 홈스가 너무 늦게 도착하다」
마지막 작품은 매우 상징적이다. 여기서는 세계 최고의 탐정 셜록 홈스가 등장한다. 르블랑은 이후 판본에서 코난 도일의 항의 때문에 이름을 헐록 숌즈(Herlock Sholmes)로 바꾸었다. 이 작품은 1907년 첫 단행본의 마지막에 실렸으며, 이후 『Arsène Lupin versus Herlock Sholmes』로 바뀐다. 홈스는 사건을 해결하는데 비밀스런 숨겨진 통로를 알아낸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뤼팽이 홈스보다 먼저 사건의 구조를 파악하고, 홈스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보물을 가지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르블랑은 추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승리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즉 뤼팽의 천재성은 추리력을 넘어선 속도와 정확성까지 겸비한 캐릭터이다. 뤼팽은 추리를 통해 실행하며 연기하고 심지어 타인의 시간까지 통제하는 능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나의 생각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의 진정한 혁신은 천재적인 도둑을 만들어냈다는 점과 그 도둑에게 탐정의 역할을 부여했다는 데에 있다고 본다. 괴물 같은 엄청난 도둑인 뤼팽은 훔치기 전에 대상을 면밀하게 관찰한다. 관찰한 뒤 추리하고 추리한 뒤 상대의 심리를 계산한다. 그 다음 변장한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믿는 순간 범죄를 실행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독자는 뤼팽을 쫓는 탐정이 아니라 뤼팽의 머릿속을 따라가는 또 하나의 탐정이 된다. 특히 「왕비의 목걸이」에서는 밀실과 신분 트릭, 「수수께끼의 여행자」에서는 범인이 탐정이 되는 역전, 「칠심의 비밀」에서는 정체 트릭, 「검은 진주」에서는 괴도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역설, 「셜록 홈스가 너무 늦게 도착하다」에서는 탐정의 추리보다 한발 앞서가는 시간 전략이 각각 작동한다. 그래서 아르센 뤼팽은 독자와 작중의 다른 인물의 생각을 훔치는 도둑이다. 그리고 모리스 르블랑의 가장 뛰어난 점은 독자와의 게임을 즐기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를 모리스 르블랑은 이미 백년 전에 알고 그렇게 소설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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