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의 원작소설
이 작품은 전 세계에 널리 사랑받은 뮤지컬의 원작소설이다. 이 소설은 흔히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나 공포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원작을 자세히 읽으면 상당히 정교한 미스터리와 탐정소설적 구조를 갖춘 작품이다. 특히 가스통 르루가 『노란 방의 비밀』의 작가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오페라의 유령』은 밀실, 변장, 음향 트릭, 비밀통로, 가짜 초자연 현상 그리고 증거의 재구성을 고딕소설과 결합한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원작은 1909년 9월부터 1910년 1월까지 연재되었고 1910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은 그 주제가인(The Phantom of the Opera)가 뮤지컬로 연주되어 박진감이 있다. 뮤지컬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의 대표작 4개 중 하나이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장 기간 공연 기록을 가진 뮤지컬이며, 역사상 가장 흥행한 뮤지컬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많은 공연횟수를 기록한 작품이다.

스토리 속으로
소설의 무대는 19세기 파리의 팔레 가르니에, 즉 파리 오페라극장이다. 오페라극장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계속 발생한다. 정체불명의 ‘오페라의 유령’이 나타난다. 공포스럽게도 무대 뒤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배우들이 유령의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무대장치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며 샹들리에가 관객석으로 떨어지는 참사가 발생한다. 극장 지하에는 거대한 지하세계가 존재했고, 그 중심에는 에릭(Erik)이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오페라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적인 음악가이자 건축가이며 환술사다. 동시에 뛰어난 복화술사이고 각종 비밀통로와 함정을 설계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젊은 소프라노 크리스틴 다에다.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젊은 귀족 라울 드 샤니가 등장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삼각관계는 에릭과 크리스틴 그리고 라울이다. 크리스틴은 처음부터 뛰어난 성악가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놀라운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음악을 가르쳐주는 존재를 ‘음악의 천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존재는 바로 지하에 숨어 있는 에릭이다. 에릭은 벽과 통풍구, 비밀통로를 이용하여 크리스틴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더 놀라운 것은 목소리의 위치 자체를 조작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극장 곳곳에서 목소리를 듣지만 목소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없다. 이것은 에릭의 복화술과 건축적 지식을 결합한 트릭이다.
크리스틴은 어느 날 자신의 분장실에서 갑자기 사라진다. 라울이 찾아왔을 때 크리스틴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벽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라울은 크리스틴을 찾아다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 장면에서 거울과 비밀통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릭은 오페라극장 곳곳에 자신만 알고 있는 통로와 장치를 만들어놓았다. 『오페라의 유령』 하면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가 거대한 샹들리에가 관객석으로 추락하는 사건이다. 에릭은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고 크리스틴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는 오페라극장 측에 복수하기 위해 극장의 거대한 샹들리에를 떨어뜨린다. 이 사건은 실제 1896년 팔레 가르니에에서 일어난 샹들리에 추락 사고와 연결되어 작품의 현실성을 강화했다. 당시 사고에서는 샹들리에의 균형추가 떨어져 한 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으며, 이 사건은 오페라극장에 관한 괴담이 되었다. 르루는 이 사건을 작품에 활용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르루가 실제 사건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고를 괴담과 유령의 존재로 속이면서 범죄자의 의도적인 사고로 변환했다는 점이다. 라울은 크리스틴을 구하기 위해 에릭을 추적한다. 이때 중요한 인물이 페르시아인이다. 페르시아인은 에릭의 과거를 알고 있는 인물이며, 에릭의 능력과 지하세계의 구조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는 라울을 데리고 오페라극장 지하로 내려간다. 여기서부터 작품은 거의 지하 미로를 탐험하는 모험적 추리소설처럼 변한다. 두 사람은 비밀통로와 숨겨진 방과 각종 기계장치를 통과한다. 결국 에릭이 만든 세계가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추리 퍼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오페라의 유령』의 트릭들
『오페라의 유령』의 가장 큰 추리적 성취는 사실 범인의 정체가 아니라 유령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만들어냈는가에 있다. 에릭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인간의 기술을 극단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복화술을 통하여 목소리를 다른 곳에서 나는 것처럼 만든 것도 트릭이다. 한편 비밀통로 역시 트릭인데 오페라극장의 벽과 바닥, 지하공간을 연결하여 어느 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작품 후반부의 가장 인상적인 공간이 고문실(torture chamber)이다. 페르시아인과 라울은 에릭이 만든 방에 갇힌다. 방에는 거울이 설치되어 있고 조명과 열을 이용하여 실제 공간이 움직이고 변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한 그루의 나무가 수많은 나무가 있는 숲처럼 보이고, 사방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이 실제로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환각을 경험한다. 여기에서 작가 가스통 르루는 중요한 장치를 사용하고 그때 독자는 실제 초자연현상과 인간이 만든 착시를 구별해야 한다. 이 점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고딕소설이면서 동시에 환상에 대한 해부학적 추리소설이 된다.
에필로그
가스통 르루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한 번 추리소설적인 장치를 사용한다. 그것은 화자는 처음부터 말한 내용, 즉 오페라의 유령은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작가가 마지막에 그 증거를 제시한다. 에릭은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신체적 기형을 가지고 있었고, 사회에서 정상적인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는 집을 떠나 유랑생활을 했고, 여러 나라에서 건축술, 환술, 복화술 등의 기술을 익혔다. 페르시아에서도 궁정 건축과 비밀장치에 관여했다. 그 후 프랑스로 돌아와 오페라극장 건설과 관련된 지식을 이용하여 극장 지하에 자신의 은신처와 통로를 구축한다. 따라서 독자는 마지막에 알게 된다. 유령은 진짜 유령이 아니고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인간은 평범한 인간이 아닌 유령처럼 특별한 인간이었다. 이 모순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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