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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재고

소설책

by 북스톰 2026. 9. 30.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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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재고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의 추리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기욤 뮈소의 작품 가운데 추리소설적 가치가 특히 높은 작품이다. 문학작품 속에 추리가 어떻게 들어가는가의 문제와 추리소설이 범인을 찾는 추리에서 진실을 찾는 추리로 어떻게 확장되는가 하는 관점에서 읽으면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원작은 2019년 출간되었고, 20년 동안 글을 쓰지 않고 지중해의 가상 섬 베몽에 은둔한 작가 네이선 파울스와 그를 찾아온 기자 마틸드 모네, 젊은 작가 지망생 라파엘 바타유가 중심인물이다. 마침 섬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문학적 비밀과 살인사건이 하나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정통 본격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다. 출판사 역시 이 작품을 스릴러(thriller)라고 소개하며, 퍼즐 문학이라는 성격을 강조한다. 하지만 추리소설을 광의 개념을 보면 살인사건의 추리와 문제의 인물인 소설가 네이선 파울스의 과거에 대한 추리 그리고 지금 독자가 읽고 있는 이야기는 누가 쓰고 있는 것인가? 라는 추리가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추리소설로서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스토리 속으로

네이선 파울스는 1990년대에 세 편의 소설을 발표하여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작가다. 그런데 1999년 갑자기 작가 생활을 중단하고 지중해의 작은 섬 베몽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 뒤 20년 동안 단 한 줄도 쓰지 않는다. 또한 인터뷰도 하지 않고 기자와 팬들도 만나지 않는다. 그 결과 네이선의 은퇴 자체가 하나의 미스터리가 된다. 그런데 젊은 작가 지망생 라파엘 바타유가 네이선의 소설을 숭배하다시피 하면서 그가 사는 섬에 들어온다. 그는 자신의 첫 소설 『산봉우리의 수줍음』을 출판사에 계속 거절당하고 있었고, 네이선에게 자신의 원고를 보여주고 조언을 받고 싶어 한다. 동시에 스위스 기자 마틸드 모네도 섬에 나타난다. 그녀의 목적은 라파엘과 다르다. 마틸드는 네이선의 작품을 취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숨기고 있는 과거의 비밀을 폭로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 여자의 시체가 해변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경찰은 섬을 봉쇄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섬을 빠져나갈 수도 없다. 따라서 베몽은 순간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밀실이 된다.

죽은 여자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20년 전의 사건이 등장한다. 즉 현재의 살인사건은 독립적인 사건이 아니라 네이선 파울스가 글쓰기를 그만둔 이유와 연결되어 있다. 마틸드는 취재하러 온 기자가 아니라 사실상 자신의 과거를 확인하기 위해 네이선을 추적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소설의 서술화자는 라파엘의 1인칭 서술과 다른 인물들을 바라보는 서술이 교차한다. 결국 이 소설의 최종적인 진실은 마틸드 모네는 사실 마틸드 베르뇌유이며, 20년 전 살해된 베르뇌유 가족의 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알렉상드르 베르뇌유가 가족을 죽인 진짜 장본인이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 있었던 네이선 파울스가 알렉상드르를 죽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가족 살해의 범인이 되어서가 아니라, 사건의 진상을 알고 알렉상드르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 것이다.

 

 

 

 

소설 속의 소설

이 작품의 가장 특별한 추리기법은 액자구조(mise en abyme)를 사용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소설 속에 또 하나의 소설이 들어간다. 액자소설은 액자 속에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있듯이, 바깥 이야기 속에 하나 이상의 속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 액자소설의 형식을 사용한 우리나라 작가와 작품으로는 김동인의 「배따라기」,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등이 있다. 액자소설 형식은 서술자의 시점을 다각화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갈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작중의 마틸드가 네이선에게 과거의 사건을 설명하면서 현재의 스토리 속에 자신들의 과거 이야기가 복잡하게 들어가게 되면서 서로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네이선 역시 자신의 과거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된다. 그 결과 독자는 계속 혼란스러워진다. 여러 측면에서 혼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실제 사건인가? 누군가가 쓴 소설인가? 네이선이 쓴 이야기인가? 라파엘이 기록하는 이야기인가? 이 모든 혼선은 이 소설의 액자구성 때문에 작품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추리 퍼즐을 만들어진 것이다.

 

 

 

 

네이선 파울스는 누구인가

추리소설의 관점에서 보면 네이선은 매우 재미있는 추리 대상이다. 그에게는 세 가지 얼굴이 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네이선은 그야말로 천재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인식된다. 그리고 은둔한 네이선은 20년 동안 글을 쓰지 않는 괴팍한 노인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네이선은 살인사건과 사랑, 가족의 비극과 연결된 비밀을 가진 남자이기도 하다. 독자는 세 사람을 하나로 합쳐야 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은 독자가 주인공 인물 자체를 대상으로 추리를 하게되는 체험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추리의 핵심은 네이선 파울스라는 인간은 도대체 누구인가?가 추리의 핵심 질문이 된다.

 

 

 

 

네이선 파울스의 비밀

네이선이 글쓰기를 중단한 이유는 단순히 작가로서의 권태나 창작의 고갈 때문이 아니고 과거에는 한 가족을 둘러싼 끔찍한 사건과 살인, 그리고 그 사건에서 살아남은 인물이 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틸드가 네이선에게 접근한 것도 단순한 취재가 아니다. 그녀의 가족사가 네이선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네이선은 과거의 사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으며, 왜 그것을 20년 동안 숨겼는가?에 초점을 두고 소설을 읽게 된다. 이것이 작품의 중심적인 심리적 추리다. 그리고 추리를 더욱 더 긴장감 있게 만드는 것이 섬이 밀실이된 것이다. 그리고 소설작가인 네이선 파울스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겉모습과 숨긴 모습들을 탐정 추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인물의 비밀을 파헤치는 묘미를 더해준다고 할 것이다. 보통 추리소설에서는 살인자가 비밀을 숨긴다면 이 작품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과거와 창작의 비밀을 숨기고 독자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 동시에 작가 자신을 추리한다.

 

 

 

 

기욤 뮈소의 가장 추리소설다운 작품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뮈소의 작품 가운데 추리문학적으로 전형적인 석격을 가지면서도 상당히 중요한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살인 미스터리, 실종과 과거의 비밀, 섬이라는 폐쇄공간, 인물의 신분 반전, 다중 시점, 화자 트릭, 소설 속의 소설 그리고 작가와 독자의 게임 등의 여러 추리소설적 트릭들을 하나의 작품 안에서 녹여냈기 때문이다. 출판사 측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작품을 문학적 퍼즐이자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울게임을 가진 스릴러로 소개하고 있다. 결국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살인범을 추적하는 추리소설인 동시에, 한 작가가 왜 자신의 삶을 소설처럼 감추었는지를 추적하는 작가 추적형 메타 추리소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추리소설이 범인을 찾는 문학을 넘어 진실을 찾는 문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소설은 매우 의미 있는 작풍이 된다. 여기서 독자가 최종적으로 추적하는 것은 살인자의 정체만이 아니라 작가의 기억과 그의 거짓말과 허구인 문학을 창작하는 예술세계를 망라하여 존재하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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