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브루클린의 소녀』의 추리소설적 의의

콜드케이스라는 추리의 소재
기욤 뮈소의 『브루클린의 소녀』는 사랑하는 여자의 실종을 추적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그 실종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개인의 과거가 얼마나 거대한 범죄의 그물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다. 2016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471페이지의 장편으로 출간되었으며, 출판사 역시 이를 스릴러 추리소설(Thriller et policier)로 분류한다. 연인의 실종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그 실종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10년 전의 범죄와 인물들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는 심리 스릴러이다. 이 작품의 추리적 특징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데 있지 않고, 현재의 사건을 단서로 과거의 진실을 복원하고 그 과정에서 인물의 정체를 새롭게 밝혀내는 데 있다. 소위 콜드 케이스라는 시간적 밀실의 사용이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콜드 케이스란 오래전에 발생했지만 해결되지 않은 미제의 사건을 뜻한다. 기욤 뮈소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콜드 케이스에 도전했다고 직접 밝혔다. 그는 과거의 사건이 10년 후 현재의 삶을 다시 뒤흔드는 구조를 사용했다. 이 구조가 추리소설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범죄의 흔적이 이미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찰수사라면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발견하여 용의자를 찾아 범인을 밝히는 순서로 진행된다. 그러나 콜드 케이스에서는 현재의 문제점을 과거의 기록이나 오래된 증언 혹은 사라진 사람에게서 그 잊혀진 범죄를 발견해내고 진실을 찾는 역방향의 추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탐정은 범인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이 된다.

『브루클린의 소녀』의 작품 속으로
이 작품의 출발점은 지극히 사적인 사랑의 장면이다. 소설가 라파엘 바타유는 결혼을 앞둔 연인 안나 베커에게 과거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안나는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자신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고백을 한다. 라파엘이 충격을 받아 자리를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 안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여기서 소설은 연애소설에서 순식간에 추리소설로 변한다. “안나는 무엇을 저질렀는가?”, “그 사진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안나는 왜 사라졌는가?”, “그녀의 과거에 누가 관련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파엘이 추적하는 것은 안나의 현재 위치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안나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추적한다. 현재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 10년 전 발생했던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 출판사도 이 작품을 3일이라는 매우 짧은 현재의 시간과 10년 전으로 깊이 들어가는 이야기가 된다. 작중에서 안나가 라파엘에게 보여주는 사진은 단순한 물증이 아니다. 그 사진은 독자에게도 하나의 수수께끼다. 그 사진이 처음에는 안나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의 증거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진의 의미가 계속 변화한다. 그런데 『브루클린의 소녀』에서 매우 독특한 점은 제목의 주인공인 ‘브루클린의 소녀’가 이야기 대부분에서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나는 사라져 있지만 그녀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라파엘과 경찰과 기자들 그리고 과건의 과거의 사람들이 안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증언들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결국 독자는 타인의 증언을 조립하여 하나의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 안나는 소설 전체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부재하는’ 인물이다.

라파엘과 마르크라는 이중의 탐정
이 작품의 독특한 구성은 탐정이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라파엘은 소설가이고 마르크는 경찰관이다. 작가 기욤 뮈소는 이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추적하도록 한다. 마르크는 경찰적 방법으로 조사한다. 증거를 찾고 사람을 심문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반면 라파엘은 작가의 방식으로 추리한다. 인물을 하나의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바라보고 그들의 행동에서 이야기의 패턴을 찾는다. 뮈소는 실제 인터뷰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라파엘을 소설가의 감수성으로 사건을 해석하는 탐정, 마르크를 전통적인 경찰 수사 방식의 탐정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브루클린의 소녀』의 상당히 독창적인 추리방식이다.
경찰의 추리와 소설가의 추리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다. 라파엘은 용의자를 조사하면서 그들을 실제 인간인 동시에 소설 속 인물처럼 바라본다. 따라서 『브루클린의 소녀』는 본격적인 퍼즐 추리보다는 심리추리소설에 더 가깝다.
현재의 사건인가 과거의 유령인가
『브루클린의 소녀』에서 범죄는 이미 끝난 사건이다. 그러나 그 범죄의 결과는 끝나지 않았다. 범죄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 작품은 고전적인 범죄소설과 차이가 있다. 고전적인 탐정소설은 범죄가 발생한 뒤 탐정이 등장한다. 기욤 뮈소의 작품에서는 과거의 범죄가 이미 사람들의 삶 속에 들어가 있고, 탐정은 그 흔적을 발견한다. 따라서 범죄는 하나의 사건이라기보다 기억의 유령이다. 그리고 소설의 제목 <브루클린의 소녀>가 가진 추리적 의미 또한 하나의 트릭이다. 독자는 브루클린의 소녀가 안나를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품을 읽을수록 브루클린이라는 장소와 소녀라는 정체성이 서로 다른 과거의 층위와 연결된다. 따라서 제목 자체가 독자에게 미스터리인를 주는 셈이다.
사랑을 의심하라
이 작품에서 특히 특이한 것은 기욤 뮈소 특유의 사랑과 미스터리의 결합이다. 사건은 살인이나 실종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한다. 라파엘은 안나를 사랑한다. 그런데 안나에게 숨겨진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사랑은 신뢰가 되고, 신뢰는 의심이 되고, 의심은 수사가 된다. 그리고 그 의심은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라는 감정적 질문에서 시작된다. 기욤 뮈소 역시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출발점이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모두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이었다고 밝혔다.
나의 생각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는 비밀이 없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나 비밀을 없애면 사랑도 사라진다는 기욤 뮈소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에 의하면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비밀의 정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완전히 투명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욕망은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라파엘은 바로 그 문제에 부딪힌다. 그는 사랑하기 때문에 안나의 과거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안나의 비밀을 알아가는 순간 사랑은 의심으로 바뀐다. 어차피 한사람이 다른 사람을 백퍼센트 다 알고 전혀 비밀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면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가 아닐까 한다. 기욤 뮈소에게 한 수 배웠다는 생각에 나는 조금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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