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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키 콜린스의 『월장석』 영국 추리소설의 효시

소설책

by 북스톰 2026. 10. 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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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키 콜린스의 『월장석』 영국 추리소설의 효시

 

『월장석』은 근대 추리소설의 출발점

윌키 콜린스(Wilkie Collins)의 『월장석(The Moonstone)』은 1868년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흔히 최초의 근대 영국 탐정소설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Penguin 출판사 역시 이 작품을 최초의 현대 영국 탐정소설로 소개하며, 복수 화자, 범죄의 재구성, 미끼 단서(red herrings), 밀실에 가까운 수수께끼를 현대 미스터리의 중요한 선구적 요소로 꼽는다. 그러나 『월장석』의 주안점은 보석이 사라지고 탐정이 범인을 찾는다기 보다는 서로 다른 인물들의 불완전한 증언들을 독자가 조합하도록 만든 작가의 새로운 작법에 있다 하겠다.

 

스토리 속으로

소설은 먼저 인도의 역사적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99년 영국군이 인도의 세링가파탐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영국 장교 존 허언캐슬(John Herncastle)이 한 사원의 신성한 다이아몬드를 탈취한다. 이 다이아몬드가 바로 월장석(Moonstone)​이다. 이 보석은 인도에서 종교적 의미를 가진 신성한 보물이며, 그것을 훔친 존 허언캐슬에게 세 명의 브라만 사제가 복수를 맹세한다. 존 허언캐슬은 이후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죽기 전 이 다이아몬드를 조카 레이철 버린더(Rachel Verinder)​에게 유산으로 남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건은 이미 50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현재의 도난 사건은 사실 과거의 범죄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것이다. 따라서 『월장석』의 범죄는 단순한 절도 사건을 너머 과거의 범죄가 현재의 사건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레이철의 18번째 생일을 맞아 월장석은 그녀에게 전달되었고, 그날 저녁 저택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다. 주요 인물은 다음과 같다. 레이철 버린더, 프랭클린 블레이크, 가브리엘 베터리지, 로자나 스피어맨, 미스 클랙, 매튜 브러프, 고드프리 에이블화이트, 닥터 캔디, 에즈라 제닝스 그리고 세 명의 인도 사제들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레이철의 침실에 있던 월장석이 사라진 것이다. 침입 흔적은 없었다. 방은 밖에서 침입한 흔적이 거의 없는 상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의심은 저택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향한다. 이것이 최초의 추리소설적 장치다. 처음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은 세지브 경사다. 하지만 그의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이때 등장하는 사람이 유명한 탐정 서전트 커프(Sergeant Cuff)​다. 커프는 사람들의 행동과 사소한 흔적을 면밀히 관찰한다. 특히 레이철의 태도와 하녀 로자나 스피어맨의 행동에 주목한다. 로자나는 과거에 절도 전력이 있었다. 그녀가 사건 직후 이상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커프는 그녀를 의심한다. 그러나 커프의 추리는 점차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 그는 레이철과 로자나가 어떤 식으로든 다이아몬드의 실종과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레이철 자신이 다이아몬드를 숨겼을 가능성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커프는 진실을 한 번에 알아내지 못한다.

로자나는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그녀는 프랭클린 블레이크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프랭클린은 레이철에게 마음이 있다. 그런데 로자나는 범죄와 관련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다. 그녀는 프랭클린이 밤중에 레이철의 방에서 무엇인가를 들고 나오는 모습을 보았던 흔적과 연결되는 행동을 한다. 그녀가 숨긴 것은 페인트가 묻은 나이트 가운이다. 이 옷은 나중에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그러나 로자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프랭클린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 채 퀵샌드(Shivering Sand)​에서 자살한다. 부지불식간에 다이아몬드를 훔친 프랭클린에게서 고드프리가 다이아몬드를 빼앗아 돈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러나 인도인 세 브라만이 고드프리르 죽이고 그 신성한 보물을 인도로 가져간다.

 

 

가브리엘 베터리지 - 불완전한 탐정

가브리엘 베터리지는 레이철의 집사다. 그는 『로빈슨 크루소』를 거의 성경처럼 믿는다. 그에게 세상은 이미 익숙한 질서 속에 있다. 그런데 이 인물이 사건을 이야기한다. 문제는 베터리지가 사건을 객관적으로 기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주관과 편견을 가지고 사건을 바라본다. 따라서 베터리지의 서술은 사실을 제공하는 동시에 사실을 왜곡한다. 이것이 콜린스의 중요한 전략이다. 화자는 단서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독자의 판단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월장석』은 오늘날의 '신뢰할 수 없는 화자' 개념과 연결될 수 있다.

 

 

그 외 인물들의 시각

미스 클랙은 증언으로 인물의 성격을 폭로하고 매튜 브러프는 사건을 법률적 증거로 바꾸는데 그가 변호사인 만큼 매튜 브러프의 서술은 앞선 인물들의 감정적인 서술과 달리 사실과 법적 증거를 중심으로 사건을 정리한다. 프랭클린 블레이크는 사건의 진실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지만 오히려 가장 늦게 자신의 역할을 깨닫는 인물이 프랭클린 블레이크다. 레이철은 프랭클린을 사랑한다. 그러나 다이아몬드가 사라진 날 밤 그녀는 프랭클린이 자신의 방에 들어와 다이아몬드를 가져가는 모습을 본다. 따라서 레이철은 프랭클린을 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프랭클린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에즈라 제닝스는 자신의 기억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한다. 『월장석』의 가장 뛰어난 추리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에즈라 제닝스의 등장이다. 제닝스는 닥터 캔디의 조수로서 의학적·실험적 방법을 사용한다. 닥터 캔디와 프랭클린 사이에 약물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고, 프랭클린은 약물의 영향으로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 제닝스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당시의 조건을 재현한다. 프랭클린에게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게 하고 그의 행동을 관찰한다. 결국 프랭클린은 사건 당시 자신이 했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재현한다. 즉 그는 실제로 레이철의 방에 들어갔고 다이아몬드를 가져갔다. 그러나 의식적인 절도 의도는 없었다. 이것이 『월장석』의 가장 중요한 반전 중 하나다. 프랭클린은 범인이면서 범인이 아니다. 행위는 그가 했다. 그러나 범죄 의도는 없었다.

 

 

이 작품의 트릭들

이 장치를 추리소설론의 관점에서 보면 범행의 실제 행위자는 프랭클린이고 의도적인 절도범은 고드프리 에이블화이트라는 이중구조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독자는 두 번 속는다. 처음에는 프랭클린이 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약물의 영향을 받았다면 진짜 절도범은 고드프리 에이블화이트이 되고 그것은 전혀 의외의 인물인 것이이다. 고드프리 에이블화이트(Godfrey Ablewhite)​는 겉으로는 신사적이고 도덕적인 인물이다. 자선가이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심각한 재정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는 신탁금 등을 유용했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그는 프랭클린이 무의식적으로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나온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한다. 즉 프랭클린에게서 다이아몬드를 빼앗아 자신의 빚을 해결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고드프리는 다이아몬드를 되찾아 돈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러나 그를 추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인도에서부터 월장석을 따라온 세 명의 브라만이다. 그들은 이 다이아몬드가 원래 자신들의 신성한 보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고드프리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선원으로 변장한다. 탐정들은 이 선원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가 바로 고드프리 에이블화이트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체포되기 전에 세 명의 브라만이 그를 찾아낸다. 고드프리는 살해되고 월장석은 다시 인도인들의 손에 들어간다.

『월장석』의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상징적이다. 다이아몬드는 결국 영국에 남지 않는다. 세 명의 브라만은 그것을 인도로 가져간다. 마지막에는 인도의 사원으로 돌아가 달의 신을 상징하는 신상의 이마에 월장석이 다시 놓인다. 즉 월장석은 원래 있어야 할 장소로 돌아간다. 그리고 프랭클린과 레이철은 결국 결혼한다. 따라서 개인적 차원에서는 사건이 해결된다. 그러나 더 큰 역사적 차원에서는 묘한 역전이 발생한다. 영국인이 인도에서 약탈해온 보물이 다시 인도로 돌아간 것이다. 이 결말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다. 범죄의 원인이 된 약탈물이 원래의 장소로 되돌아가면서 일종의 역사적 균형이 회복된다. 그래서 『월장석』은 단순한 영국 국내 미스터리가 아니라 제국주의와 식민지 약탈의 역사를 범죄의 기원으로 끌어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다중 화자의 의미

『월장석』의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적 성과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관한 이야기들이 추리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현대 추리소설과 연결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이 작품에서는 물리적 단서가 아니라 말하는 방식 자체가 단서다. 예를 들어 베터리지가 어떤 것을 강조한다면 왜 그것을 강조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미스 블랙이 어떤 인물을 비난한다면 그녀의 종교적 편견을 고려해야 한다. 로자나가 어떤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왜 말하지 않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프랭클린이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의 기억상실 자체가 단서가 된다. 따라서 『월장석』에서는 말한 것뿐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도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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