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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창작과 비평, 1997 봄호)에서는 해고된 삼십대 초반의 여자의 존재에 대한 상징화가 지금 우리들의 초상화처럼 절박한 체험을 던져준다. 자아와 세계는 서로에게 맞서는 에너지의 벽으로 갈라서져 있는 것처럼 일견 희망이 없어 보인다. 세계와 어느 정도 유리된 자아는 물과 기름처럼 존재의 근원과 존재의 흘러감 그리고 허무한 끝의 중간 어디쯤 놓여 있는 스스로를 희미하게 인식한다. 그러나 지금의 자아를 응시하고 그 길이 무덤 속처럼 적막하더라도 그 길을 가야 한다. 소설이 독자에게주는 메시지는 살아 있는 한 살아야 한다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실제로 그 삶속에 있는 자아는 막막하고 두려운 길을 가야한다는 간단치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혼녀인 그녀는 해고되고 애인은 페루로 떠났으며 어린 아이와 노모를 책임져야만 한다. 그녀는 존재의 계속성을 위해 핸드폰이나 자동차, 아파트 심지어는 자기 자신까지 팔아치워야 한다는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존재라는 것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모르면서 피곤한 일상에서 머무르며 눈물을 흘려보려는 자신에 대해 반추한다. 그리고 세계에 대한 미련이나 끈끈한 어떠한 관계망도 인정하고 어차피 혼자 있어야 하는 존재의 허무적인 지속성을 희미하게 느껴 본다.
그 진실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었지요. 세상에 단 한 가지 쯤은 변하지 않고 늘 거기 있어주는 게 한 가지 쯤은 있었으면 했어요. 그게 사랑이든 진실이든 혹은 내 자신이든.....나는 기대어 서 있고 싶었고 존재는 머무르고 싶어하니까요.....(중략)...나는 적어도 시간만은 우리 앞에 계속 지속될 거라고 믿었어...천천히 떨리는 손을 내밀어, 나는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작품 중에서)
자아는 시간을 분절해서 그 정체에 대한 믿음을 가져보려고 하지만 그래서 머무르려고 하지만 그 분절된 시간 마저 서서히 흘러가는 것임을 알게 된다. 존재는 시간에서 공간을 추출해 내 멈추어 설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실제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의 죽음을 감지하면서 절대적인 시공보다는 함께 있는 존재의 상호성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하게 된다. 그것을 존재는 머무르지 않고 눈물을 흘리면서라도 존재가 존재로서 계속되는 한 그것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산만한 소설의 질료들을 나열한 기법으로 인해 표류하는 자아에 대한 불안한 인식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그 산만함을 극복할 만한 기점으로서의 질료들이 변화되지 않아 자아의 긍정적 인식이 유효하게 형상화되지 못하는 방해요인이 되기도 한 작품이다.
소설을 읽고 우리는 스스로의 자아를 확인하는 일에 탐구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물이나 존재물들은 그 활동 때문에 그 정체가 드러난다. 때문에 그 존재물들은 다른 존재물들과의 행동과 그 반응이라는 관련성에서 분명해진다. 우리는 이때 인식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의 통일성이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방법이 있다면 자아와 우주와 문학이 왜 아름다운가의 이유를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구체적인 현실 위의 존재자이다. 그리고 그의 생애는 역사적인 하나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삶의 전체상이나 부분들의 정체를 파악한다는 것은 너무나 길고 또 쪼개져 있어서 그것을 누군가의 집요한 추적이 있다 하더라도 형상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개체적 과거의 산물들을 한순간 그려내어 추상화된 그 대상을 상징화하는 문학이 있을 따름이다. 이런 면에서 소설은 존재의 추상성을 또다른 추상적인 혹은 어느 정도 구상적인 형상물로 나타내주는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론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삶의 추상적이거나 비극적인 체험들을 다시금 꾸며내는 작업 자체로서 아름답다거나 행복해질 소지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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